1.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적지 않은 순간들이 하나씩 기억났다.
같이 퇴근하고, 길을 걸으며 내가 어떤 아이템을 만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신나게 이야기했던 순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들리게 (지루하지 않게) 말하면서 힐긋 그녀의 표정을 살폈던 순간.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내한강의를 같이 가자며 그녀가 모두를 설득했던 순간.
그 내한 강의에서 그녀가 맨 마지막으로 질문했던 순간.
매번 만날때마다 내가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그녀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았던 순간.
혹여라도 내가 부족한 건 아닌가,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나, 조바심을 냈던 순간.
어쩌면 이기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던 순간.
그랬던 순간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다.
나의 하나의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녀를.

2.
며칠 사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점점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더니만, (이럴 땐 은근 많아서 씩씩하게 시간을 보내면 금방 지나갔다)
이번엔 하루하루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루는 오른쪽 코에서 콧물이 나고, 오른쪽 코만 코가 막히더니,
다음날은 왼쪽 코에서도 콧물이 나고, 왼쪽 코도 막히다 말다를 반복했다.
또 다음날은 아침에 화장을 하는데, 머리가 핑 돌아서 잠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바로 병원에 갔다.
친한 회사 동료는 내가 콧물이 나고, 아파서 병원에 간다는 것을 매우 낯설어하고, 신기해했다. 
약을 처방받고, 점심 먹은 이후 바로 약을 먹었다. 약기운이 빨리 퍼지길 기다렸고, 빨리 감기바이러스를 잡아먹길 기다렸다.
하지만 약기운은 머리가 아픈 증세를 가져왔고, 덕분에 더 감기가 심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결국 일하는 도중에 집에 돌아왔고, 그날부터 주말내내 끙끙 앓았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아서 몸에 기운은 있었지만, 컨디션이 너무 엉망이였다.
너무 괴롭고, 빨리 나아지고 싶은 생각에, 약을 꼬박꼬박 다 챙겨먹고 싶었다.
안먹던 누룽지를 끓였고, 코가 막혀 아무 맛이 나지 않는 꿀물을 타 먹었다.
내일은 괜찮겠지, 하고 다음날 일어났지만, 목까지 감기기운이 침투해서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말하기도 힘들어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감기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었고, 입맛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약을 먹었다.
내일은 더 회복되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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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생각보다 늦게 온 너는 내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너를 기다리지 않았다. 

짧지 않은 순간들 동안 나는 내 마음을 살펴보기에 바빴다. 

내 손에 들려있던 책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왕 손에 책이 들려있으니 읽어볼까, 하며 책을 펼쳤지만 전혀 단어와 문장들이 읽히지 않았다. 

나는 내게 되묻고 또 되물었다. 

물론 100% 객관적이기 힘들지만. 언제나 내 자신을 살펴보듯 잘 하고 있는 지, 정말 괜찮은지.

내 선택과 행동에 조금이나마 내가 놓치고 있는 틈은 없는지. 

최대한 감정들을 딱딱하게 만들고, 사실들만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홍수같이 밀려드는 감정들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꾸만 나를 흔들었고, 내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그 감정들에게 속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다시 눈 깜빡할 사이에 그 감정들에게 휩쓸리고 있는 내게, 나는 자꾸만 밀어내고 속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너에게 진심이냐고 묻고싶진 않았다. 

나는 네가 아니기에. 너의 감정들의 농도를 내 마음과 머릿 속에 빗대어 알 수 없기에. 

많은 생각 끝에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너를 느낀 나를 믿기로 했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믿기로 했다.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귀로 들었던 순간들을 믿기로 했다. 

내가 확신하면 할수록 어쩌면 너와 멀어지는 방향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을 걱정하는 내 시간들이 늘 너무나도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런 걱정따윈 지금 내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너를 지키려면 나를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는 생각했다. 

은근하게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보면 얼마나 좋은지, 

너의 뜨거움이 내게 느껴질때 얼마나 따뜻한지, 

너에게 안겨있으면 얼마나 설레는지, 

너의 체온이 내게 전해질때 얼마나 편안한지, 

너의 마음이 내게 닿을때 얼마나 행복한지. 

나의 마음을 너에게 차분히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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