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적지 않은 순간들이 하나씩 기억났다. 같이 퇴근하고, 길을 걸으며 내가 어떤 아이템을 만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신나게 이야기했던 순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들리게 (지루하지 않게) 말하면서 힐긋 그녀의 표정을 살폈던 순간.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내한강의를 같이 가자며 그녀가 모두를 설득했던 순간. 그 내한 강의에서 그녀가 맨 마지막으로 질문했던 순간. 매번 만날때마다 내가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그녀의 알 수 없는 표정을 보았던 순간. 혹여라도 내가 부족한 건 아닌가,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나, 조바심을 냈던 순간. 어쩌면 이기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던 순간. 그랬던 순간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다. ..
*기다림 생각보다 늦게 온 너는 내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너를 기다리지 않았다. 짧지 않은 순간들 동안 나는 내 마음을 살펴보기에 바빴다. 내 손에 들려있던 책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왕 손에 책이 들려있으니 읽어볼까, 하며 책을 펼쳤지만 전혀 단어와 문장들이 읽히지 않았다. 나는 내게 되묻고 또 되물었다. 물론 100% 객관적이기 힘들지만. 언제나 내 자신을 살펴보듯 잘 하고 있는 지, 정말 괜찮은지.내 선택과 행동에 조금이나마 내가 놓치고 있는 틈은 없는지. 최대한 감정들을 딱딱하게 만들고, 사실들만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홍수같이 밀려드는 감정들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꾸만 나를 흔들었고, 내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그 감정들에게 속지 않으려고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