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기억력
*기억력 1. 망각은 축복이라는 말이 있지만 축복받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는걸.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소가 되새김질하듯 재차 떠올려보며 잘근잘근 씹고 있지만 언젠가 입안에서 사라질 이물감처럼 갈수록 아득해진다. 베갯잇이 잔뜩 젖도록 눈물 콧물 흘리며 울던 날들,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 멀어지는 뒷모습,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의 일들 따위의 잊고 싶은 기억들은 생생하게 떠오르고, 추운 겨울에 따뜻한 손을 잡고 걸었던 거리, 사방이 트여있는 카페에서 낮에 맥주를 마셨던 기억, 다정함과 달콤함이 한데 버무려져 설렘으로 다가오던 고백,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편지들 등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 넣으려고 애쓰지만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멀어져 간다. ..
도란도란 프로젝트
2023. 1. 1.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