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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469.기억력

puresmile 2023. 1. 1. 18:39

*기억력

1.
망각은 축복이라는 말이 있지만 축복받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는걸.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소가 되새김질하듯 재차 떠올려보며 잘근잘근 씹고 있지만 언젠가 입안에서 사라질 이물감처럼 갈수록 아득해진다. 베갯잇이 잔뜩 젖도록 눈물 콧물 흘리며 울던 날들,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 멀어지는 뒷모습,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의 일들 따위의 잊고 싶은 기억들은 생생하게 떠오르고, 추운 겨울에 따뜻한 손을 잡고 걸었던 거리, 사방이 트여있는 카페에서 낮에 맥주를 마셨던 기억, 다정함과 달콤함이 한데 버무려져 설렘으로 다가오던 고백,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편지들 등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 넣으려고 애쓰지만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멀어져 간다.  

2.
음악과 장소들은 나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도구. 음악은 물론이고 우연히 어떤 장소의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마법에 걸리고 만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것들을 이용해서 잊지 않을 순간들은 꼭 한두 곡의 음악들을 결부시켜버린다. 단단하게 조여진 그것들을 그대로 흡수해버린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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