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1.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막막하고, 슬펐다. 나는 마음의 준비가 정말 하나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마음이 물렁물렁해서 그 말이 직격타로 꽂혔다. 숨을 쉬는 것 조차 힘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정리를 하면 나는 또 얼마나 아플지, 나는 정말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 단 0.1%도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 입에서는 '나 어떡해', '나 진짜 어떡해' 라는 말만 읊조렸다. 자꾸 되풀이했다. 애석하게도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든 다시 상황을 되돌리고 싶어서 다시 전화를 들었다. 그래서 요즘 자꾸 간이 콩알만해진다. 다시 또 언제 그 말을 들을까 너무 두렵다. 무섭다. 2. 항상 언제나 마지막에 드..
*콩 1.예전에는 완두콩을 제외하고 콩밥은 무조건 싫어했다. 특히 우리집 밥상에 까만 검정콩이 들어있는 콩밥과 강낭콩이 콩밥이 많이 올라왔었다. 일단 색감 자체부터 내 식욕을 떨어뜨렸다. 밥을 다 먹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와 달리 아직 내 밥그릇에는 남긴 콩들만 수북해서 엄마가 숟가락으로 푸욱 떠 가셨다. 그냥 제대로 콩을 먹어보지도 않고, 콩이 들어있으면 안 먹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보고 '친할머니가 콩밥을 안드시는데, 너가 그대로 닮았나보다'라고 하셨고, 나는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아, 나는 콩을 못 먹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다지 콩밥을 먹을 일이 많이 없어서 그냥저냥 넘어갔다. 물론 식당을 가거나, 집 밥상에 콩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