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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1.
예전에는 완두콩을 제외하고 콩밥은 무조건 싫어했다. 특히 우리집 밥상에 까만 검정콩이 들어있는 콩밥과 강낭콩이 콩밥이 많이 올라왔었다. 일단 색감 자체부터 내 식욕을 떨어뜨렸다. 밥을 다 먹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와 달리 아직 내 밥그릇에는 남긴 콩들만 수북해서 엄마가 숟가락으로 푸욱 떠 가셨다. 그냥 제대로 콩을 먹어보지도 않고, 콩이 들어있으면 안 먹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보고 '친할머니가 콩밥을 안드시는데, 너가 그대로 닮았나보다'라고 하셨고, 나는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아, 나는 콩을 못 먹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다지 콩밥을 먹을 일이 많이 없어서 그냥저냥 넘어갔다. 물론 식당을 가거나, 집 밥상에 콩밥이 나와도 내가 콩을 안먹으면 그만이니. 그리고 한 3년 정도 집에서 독립해 밖에서 산 적이 있었다. 일 년에 거의 집에 온 횟수가 10번이 안됐었다. 명절날을 포함해서. 그 가끔 집에 와서 먹는 집밥에 마침 콩밥이 있었는데, 맨날 밖에서 사먹는 조미료 듬뿍 담긴 음식이나, 인스턴트만 먹어서 굉장히 집밥에 허기져 있던 나는 허겁지겁 식탁에 밥을 차려 먹었다. 어머나 세상에. 콩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그때 아마 강낭콩밥이였을 것이다. '이게 이렇게 고소했어?', '어머? 콩이 이렇게 맛있었냐고! 왜 나는 몰랐지?' 라는 생각으로 밥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 떠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콩밥의 참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허허. 역시 세상에 내가 못 먹는 건 없었다.
2.
나는 올해 10월에 난생처음으로 작두콩을 보았다.
어머나 세상에.....................
굉장히 위협적인 콩이였다. 무려 콩 한 알이 내 엄지손가락만했다.
그리고 그 작두콩을 품고있던 콩깍지는 또 얼마나 컸던지. 콩깍지가 작두같이 생겨서 작두콩이라고 한다.
이름도 무시무시하고, 크기도 무시무시하고, 생김새도 무시무시하다.
밥에 넣어 먹어봤다.
음, 처음 깨무는 순간 콩 껍질이라고 해야하나, 조금 질긴듯한 느낌이였다. 오래 씹으면 고소하긴 하다.
밥그릇 안에 작두콩이 5~6알만 들어있어도 정말 꽉 차보인다. 쌀들이 정신을 못차리는 느낌이였다.
정말 올해 가장 인상깊은 만남이였다.
3.
살면서 돼지껍데기를 딱 한 번 먹어봤다.
고깃집에서 친구가 '갈껍이'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갈껍이'라니.. 사실 나는 갈매기살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조금 퍽퍽한 느낌이랄까, 오래씹으면 턱이 아프다. 왠지 껍데기도 아직 먹어보지 않았으니 뻑뻑할 것 같아서, '뭐야? 다 뻑뻑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했지만,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소주 한 잔.
일단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 있는데, 주문한 '갈껍이'가 나왔다. 껍데기는 생각보다 기름져보였다.
타닥타닥 껍데기가 익는다. 매우 느끼해보여서 어떻게 먹냐고 물으니, 앞에 콩고물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한다.
노릇노릇 잘 익은 돼지껍데기 하나를 콩고물에 푹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 왠지 나는 콩고물 맛으로밖에 못먹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흠.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다시 껍데기 하나를 집어 콩고물에 푹 찍어 입에 넣었다.
콩고물에 찍은 껍데기는 맛있었다. (원래 콩고물을 좋아하니 맛있을 수 밖에)
돼지껍데기에는 콜라겐이 참 많다던데. 콜라겐은 피부에 참 좋다던데.
하지만 그 뒤론 돼지껍데기를 접하지 못했다.
-Hee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