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 그 무엇을 찾아서
예전에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어.
그 당시엔 오로지 책방이 문 닫을 시간만 기다렸다지.
왜냐하면 항상 하루가 버겁고 고되었기 때문이야.
밤 열시 정각이 되면, 부리나케 책방 불을 끄고, 인사를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기 바빴어.
때론 뛰다가 넘어져서 청바지가 찢어진 적도 있었는데,
청바지가 찢어져도, 넘어진 곳의 무릎이 너무너무 아파도,
이를 악물고 최대한 빨리 버스를 타기 위해 뛰고 또 뛰었어.
추운 겨울에 나는 하나도 춥지 않았어.
항상 뛰어다녔기 때문에 추울 틈이 없었어.
하루하루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
사실 악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내 자신을 위해, 자존심을 위해선 괜찮을 수 밖에 없었어.
누가보면 힘든 상황이겠거니, 싶었겠지만, 그렇다고 힘들다고 하진 않았어.
정말 난 괜찮았어. 
그렇게 여러 달을 보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짜로 괜찮은 날이 왔어.
마치 언제 피곤했냐는 듯이, 언제 고민했냐는 듯이 깔깔대며 웃기 바쁜 날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통쾌함이 마음 속에 가득 차서 매우 벅찬 날들이 찾아왔어.
평화롭기를 바라지만, 항상 썩 평화롭지만은 않았던 순간들이 많았고,
그럴 떄마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가진 않는 것일까,
매 순간들을 내가 이런 방식으로 보내도 되는 것인가,
이런 행동, 저런 생각, 또 어떤 말들에 대해 혹여나 내가 생각하지 않는 다른 방향이진 않을까,
의심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어.
사실 스스로의 한계가 있어 여러 방면의 의심을 수 없이 시도해보지만,
신이 아니라서 쪽집게처럼 잘못되거나 혹은 다른 방향들을 앞으로도 콕콕 집어내진 못할거야.
그래도 그러다보면 어설프지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 비스무리한, 하고 싶은 그 어떤 뭉치들,
앞으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들의 이상향들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걸 느끼게 되고,
그것을 목적지로 삼아 멀고 또 멀지만, 어떻게든 가보겠다며 발버둥치고 있지 않을까.
아둥바둥 발버둥치다보면 어디로든 나아 갈 것 같아서.
또 다른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마음에.

2. 대미
집 앞에 종종 가는 세탁소가 있다.
노부부가 하는 그 세탁소는 아침 8시 전에 문을 연다. 그리고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내가 항상 8시에 집을 나서는데 항상 세탁소가 열려있었다)
당장 급하게 수선할 옷이 있는데, 혹여나 내일 아침에는 문을 안 여는 것은 아닐까,
아침아니면 시간이 없는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수선할 옷을 들고 아침에 집을 나서면,
세탁소의 불이 훤히 켜져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모른다.
삭막한 동네골목에서 괜히 등대같은 느낌이 드는 세탁소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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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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