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1.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내가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초등학교때는 남녀구분없이 같이 모여 놀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그 남자애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지금보다 훨씬 부끄러움이 많았고, 새침했다. 그래서 고백은 커녕, 그냥 같이 놀던 그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 마침 뉴스에서 며칠 뒤 몇 십년에 한 번이랬나, 유성우가 비오듯 쏟아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유성우를 그 남자애와 보고싶어서, 그 뒤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얘들아 유성우가 떨어진대! 라며 운을 띄웠다. 사실 난 그 남자애하고만 보고싶었는데, 내가 만약 그 남자애한테 같이 보자고 했다가, '그럼 애들이랑 다같이 보자', 또는 '난 졸리니 안볼래' 따위의 대답을 들을까봐 괜히 두려웠다. 그렇게 거절을 당하면 내가 너무 챙피해서 다신 그 남자애를 더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새벽에, 그 남자애를 포함한 친구들이 다같이 운동장에 모여서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 차라리 그게 행복했고 내 감정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이였다.

2.
톤다운된 립스틱들이 옹기종기 각을 맞추어 각기의 색들을 뽐내는 것을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새빨간 립스틱, 샛분홍 립스틱도 아니고, 베이지, 진한 베이지, 연한 브라운, 연한 당근색 등 이런 어울리지도 않는 색들에 항상 시선을 빼앗긴다. 하지만 막상 바르고보면 딱히 어울리지 않아 보여 항상 실망한다.

3.
어떤 이는 내게 밥이든, 술이든, 커피든 뭐라도 좋으니 일단 만나자고 했었다. 그 순간 나는, 도대체 이 사람은 나의 어딜 보고 저렇게 말하는 걸까, 의아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했던 적이 단 한 번이였고, 단 둘이 이야기 해 본 시간은 더더욱 짧았기 때문이다. 

4.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생얼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무거우면서도 달콤한 향수를 칙칙 뿌린 여자는 짧은 치마에 높은 하이힐을 신고, 아주 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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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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