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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517.번아웃

puresmile 2023. 12. 2. 19:49

*번아웃

내 최약점 중 하나는 예민함이다. 평소에는 전혀 예민하지 않다가 단기간에 굉장한 정신력과 집중력을 끌어 쓰다 보면 신경이 곤두서버려 쉽게 예민해진다.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평가를 내리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에 대해 또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슴도치가 되어있다. 나조차 내 날에 베어버릴 것 같아 몸서리친다. 날카로움에 혀를 내두른다. 나의 그런 부분을 싫어하는 내 자아가 꿈틀대며 극도의 피로감을 가져와준다. 마치 그만하라는 듯이. 그렇게 피로감을 느끼며 심신이 지쳐버리자 이젠 내가 내보였던 예민함을 정면으로 자각하게 된다. 때론 일말의 후회도 뒤따른다. 언제쯤 이런 프로세스가 무던해질까.

흥미로운 건 내가 예민함에 가득 차 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의 반응. 어떤 사람은 나의 예민함의 정도와 맞설 수 있는 정도의 예민함으로 날 공격했고, 어떤 사람은 그러거나 말거나 외면했다. 또 어떤 사람은 스스로 화가 올라오는데 그걸 주체하려고 노력하지만 삐질삐질 화가 새어 나왔고, 또 어떤 사람은 대놓고 나를 어린아이처럼 생각하며 타일렀다. 물론 다 내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런데 또 다른 유형이 나타났다. 날 공격하거나 외면하지도 않고, 내가 하는 말의 (뉘앙스가 아닌) 의도를 잘 파악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줬다. 잉? 보통은 이렇지 않은데? 화가 나거나 무시하거나 아무튼 내 기분을 더 건드릴 텐데? 그의 침착함과 평정심에 세상모르게 날카로웠던 내 예민함이 부끄러운 듯 바로 꼬리를 내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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