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안개
*안개 1.우리는 지금 인생이라는 안개 속을 서서히 나아간다. 때로는 마치 술을 왕창 마신 후 집에 가는 귀가길처럼 비틀거리며 헤매기도 하고, 델마와 루이스가 달리던 도로처럼 탄탄대로를 달리기도 하며, 잔뜩 낀 안개로 인해 앞에 장애물을 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이제는 앞에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고 방심하다가 안개 속을 뚫고 달려오는 사슴과 부딪쳐 주저앉기도 하며, 예전 사슴과 부딪쳤던 기억때문에 마음을 졸이며 평소보다도 소심하게 보폭을 줄여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기도 한다. 세상에 있는 어느 누구도 안개가 걷힌 세상을 볼 수 없다. 물론 안개가 이제 모두 사라졌다고, 나는 세상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안개 속에서 헤어날 수 없다. 아마 절벽에 떨어져 죽는 날까..
도란도란 프로젝트
2014. 10. 5.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