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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237.질문

puresmile 2018. 7. 22. 22:17

*질문

1.
넌 겁도 안나니.
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내 마음이 결국 변할지도 모르는데.
왜 넌 겁이 안나니.
나는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변한 건 아닌가 솔직히 겁이 났는데.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앞으로는 홧김에라도 그러지 마.
나 겁나기 싫으니까.
그리고 너는 겁을 좀 먹어.
겁을 좀 먹어봐야해.

2.
"새 책을 샀을 때 새 책 냄새를 맡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앞으로 내가 너의 조각을 추억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

이 말을 하고 난 뒤
너의 조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너의 조각으로 말하자면,

멍 하게 창 밖을 베시시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생채기가 난 가구나 올이 풀린 옷따위를 바라보면 떠오르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가끔은 세상을 다 줄 것 같은 눈빛도 너의 조각이고,
빈 공간을 가만두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갖다놓고 싶거나, 달고 싶어 하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뛰는 모습이 동그랗게 보이는 것도 너의 조각이고,
우유든, 물이든, 콜라든, 커피든 유리잔 가득 담겨져 있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전혀 안그렇게 생겼으면서 얄밉게 토라지는 모습도 너의 조각이고,
두툼한 손과는 어울리지 않게 꼼꼼하고 섬세한 모습도 너의 조각이야.
같은 것들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모습도 너의 조각이고,
길을 걷다가도 덥든 춥든 꼭 한 번은 그리 가볍지 않은 한 쪽 팔로 내 어깨를 감싸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따뜻한 너의 체온도 너의 조각이고,
앉을 때 까치발을 잘 드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여기저기 너의 조각 투성이야.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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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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