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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허무함

puresmile 2019. 7. 7. 22:36

애쓰는 일이 끝나면 후련함도 남지만 허무함도 남는다.
업무 중에 내가 엄청 애썼던 일이 있는데,
사실 정말 열심히했기에 (그리고 심지어 잘했다) 세상사람들 모두가 내 고생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결과도 좋았는데, 그냥 다른 사람들에겐 너무 당연한거다.
허무해.
참 웃기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일을 하는 건 아닌데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크고,
또 알아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굳이 말하기엔 머쓱한 그런 일들이 많아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격상 답답하고 애매하게 하는 것도 싫어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같은 그런 허무함.
주간보고서에 달랑 몇 줄로 끝나는 그런 일.
또는 조금 더 아쉬우면 내 다이어리안에만 남아있는 그런 일.

어쩔땐 이 허무함을 이용하기도 한다.
굳이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내 능력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적당히 해볼까. 라는 그런 합리화도 가끔 해보지만,
이러나저러나 일은 일대로 남아있고, 일의 시작이 있으면 종결은 있기 마련이다.

어찌보면 사랑도 모두 허무한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그렇게 마음을 알아달라고 달콤하고 사르르 녹는 이야기들도,
때론 진심이 담긴 담백한 말들도, 내게 마음을 전하려고 했던 수많은 문장들도.
지나가버리면 누군가의 마음 속에만 남아있는 그런 추억같은 것들.
그래도 지금도 숨을 쉬며 살고 있으니,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도 있으며,
순간의 성취감이나 기쁨이 기다리고 있고, 그냥 살기엔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르기에,
허무함이 남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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