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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288. 자리

puresmile 2019. 7. 14. 23:10

*자리

1.
사실 넌 모르겠지만,
네 자리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20대의 대부분을 너와 함께 했으니, 쉽게 지워질 수는 없겠지.
언젠가 너의 소식을 우연히 접했었고,
우린 그렇게 더이상 잘 될 수 없음을 알았을 때,
미련하게나마 그때 느꼈지.
그래, 우리는 원래 그랬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착하다고 하면 착하고, 좋다고 하면 좋은,
그런 사람을 만났어야 했다고.
부디 지금 너의 곁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나은 그런 사람이였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진심으로 빌었지.
내가 널 많이 힘들어 했고, 나 때문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뭐 지금은 나같은 사람은 너의 마음 어디에도 없을지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는 사람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고 단지 철이 든 건 아냐.
철이 든 척 하는거지.
엄청나게 쿨한 것도 아니고, 괜찮은 것도 아냐.
그냥 단지 괜찮아야지.
그래야지.

2.
그 무리에서 나는 한 자리도 안됐다고 생각했다.
나와 성격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굳이 맞지 않은 무리에 부러 껴서 잘 지낼 생각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지내다 어차피 헤어질 무리이므로.
성격상 두 자리는 아니더라도, 한 자리는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그것도 안되면 그냥 아예 안하는 것이 더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적당히 자리만 차지하다가 나왔다.
물론 나올 때의 기분은 더러웠다.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것에 대해 매우 못 참겠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 냥 취급했다.
어차피 난 거기 아니여도 갈 자리가 많다고 생각했기에.

3.
네 옆에 내 자리는 남겨둬.
내가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너무 욕심인건 알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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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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