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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36.먼 사이

puresmile 2020. 6. 14. 21:55

*먼 사이

1.
가까이 붙어 있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서로가 한없이 외로워지지. 외롭다고 생각하지.
특히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성격, 성향 등의 차이로 갈등이 생길 때.
그땐 아무리 착 달라붙어있더라도(사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손을 내밀어도 잡아지지 않을 것처럼 마음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너도 그랬고, 나도 그랬지.
그 순간을 견디면서도 우리는 외로움을 묵살했고
그 시간을 버티면서 그렇게 인연을 길게 늘어뜨려 놓았다.

2.
가산에서 회사를 다녔을 때
출근하기 전 매일같이 영어학원에 갔었다.
당시 중급반 선생님은 나와 비슷한 또래였지만(한 살 많은 언니였지)
선생님이라는 자리는 엄청나게 멀게 느껴졌고,
배우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어려웠었다.
항상 그 선생님은 날 보고 리싸!라며 LISA의 SA에 억양을 더 주면서 말했었는데.
내가 영어학원 고급반으로 올라간 이후 이 선생님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1년 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친구처럼 사적으로 만났다.
물론 딱 한 번. 
곧 내가 출국을 앞두고 있었고 그녀도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니.
며칠 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점원에게 이름을 말해주니,
컵에 내 이름이 LISSA라고 쓰여있었다.
고의인지, 잘못알아들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영어학원 선생님 억양이 생각났다지.
그래서 그녀에게 연락해봤다.
그녀는 결혼 후 부산으로 내려가서 살고 있다고 했다.
남편 직장에 TO가 나서 취직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젊어보이는 면접관이 틱틱거리며 질문을 던졌고
안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그 자리에 합격하지 못해서 더 기분이 나빴던 그녀.
지금은 다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예전에도, 지금도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고, 때문에 서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 친하지 않아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
세상엔 별별 사소한 관계들이 많이 존재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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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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