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만두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중간에 살면 시내버스보다 마을버스가 더 쏠쏠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살던 집에서 바로 언덕 위로 올라오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늘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물론 시내버스도 다녔는데, 언덕을 지나 큰 길로 나가서 타는 시내버스보단 집 위 언덕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마을버스를 자주 애용했다. 하루는 퇴근 후 마을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만두트럭이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들이 트럭 뒤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연기에 홀린듯 만두트럭에 다가가서 김치만두를 샀다. 예전에 평택 집 앞 재래시장에서 먹었던 속이 새빨간 김치만두가 생각났다. 집에와서 만두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홀라당 한 팩을 끝냈다. 다음날이 되었고, 퇴근 후 다시 만두트럭이 있다면 만두를 사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마을버스에서 내렸는데 트럭자리가 허전했다. 그 뒤에도 6일 동안 만두트럭을 생각하며 버스에서 내렸는데 만두트럭은 없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일주일 뒤 다시 만두트럭을 발견했다.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매주 화요일마다 우리동네에 온다고 했다. 그 날 뒤론 만두트럭이 언제오나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화요일을 기다렸지. 3주 연속 사먹으니 만두트럭 사장님이 나한테 만두쿠폰을 줬다. 단골이기 때문에 쿠폰 10장을 모으면 만두 한 팩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만두를 사먹으며 쿠폰 모으는 재미까지 생겼는데, 결국 쿠폰10장을 다 모으기도 전에 그 집에서 이사를 갔다. 그 뒤론 예전 집 동네를 거의 가지 않아서 만두트럭을 볼 수 없었다. 잠만 잘 용도로 구했던 작고 작은 그 집에선 의외로 추억이 많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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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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