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환경
천장 낮고 답답한 사무실에서 탈출한 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발리의 땅을 밟았다. 공항에서 한 시간으로 예상했던 짱구까지는 이 차선 도로라곤 볼 수 없는 발리의 골목과 엄청난 교통량으로 인해 거의 2시간 정도 차에 꼼짝없이 갇혀있다가 도착했다. 숙소에 캐리어를 던져두고 나온 짱구의 거리는 여기가 유럽인지, 호주인지 헷갈릴 정도로 로컬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부분 벌겋게 타서 낮에 바다에서 선탠과 서핑을 즐기고 온 티가 팍팍 났다. 짱구의 메인 거리엔(처음엔 그냥 골목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하루에 만 오천 보이상 걷다 보니 내가 처음 걸었던 그곳이 바로 메인이었다) 가로수길에 즐비한, 아니 가로수길보다도 더욱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편집샵들이 굉장히 많아서 의외였는데, 심지어 그냥 티셔츠 한 장에 한화로 기본 5만 원이 넘는 가격택이 붙어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의 메카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올랐다. 그리고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오토바이의 매캐한 냄새, 조금만 막혔다 하면 울리는 차량의 경적소리들이 가득 찼던 짱구의 거리는 그토록 좋아하던 테라스 자리를 피하게 만들었지만 원숭이들이 뛰어다니는 우붓의 골목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었다. 원숭이 숲이 없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싶은 우붓은 의외로 한국인들이 많았고, 가족끼리 온 여행자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온 백패커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붓 시장에선 짱구에서 본 티셔츠들을 절반 가격에 팔고 있었고 그 가격에서 최대 90%까지 깎아서 살 수도 있었다. 짱구보다 로컬 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던 우붓의 거리엔 날마다 지정석 같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흥정을 하는 택시 기사들이 참 많았고, 로컬 음식들을 파는 와룽들은 생각보다 늦게 오픈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로컬 음식을 먹고 싶었던 내 계획이 무색해졌다. 하지만 의외로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들이 참 많아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행복했고, 짱구고 우붓이고 할 것 없이 친절 대회에서 1등 한 사람들만 고용한 듯 너무 친절해서 몸 둘 바를 몰랐던 숙소 직원들과 의외로 (그랩보다) 저렴했던 로컬 택시의 가격, 기대 이상으로 입맛에 맞았던 발리의 로컬 음식들도 모두 좋았다. 다음번에 또 발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 남아있긴 한데, 그땐 아예 다른 마이너한 지역들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발리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다.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