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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476.기타

puresmile 2023. 2. 19. 16:30

*기타

이젠 어른이라며 괜히 고개를 쳐들고 다녔던 그때,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옷을 입고 다니는 남자가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이 온갖 멋이란 멋은 다 부리고 다니는 걸 보니, 그 꼴에 질려버리게 되자 무채색 맨투맨에 투박한 백팩, 여기에 캡모자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끌렸다. 또다시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덜렁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 매고 자기가 만든 곡을 담백하게 부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남자를 그때 처음 봤다. 당시 내 주변에는 '내 생각'은 없고, 항상 남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유행을 좇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사람은 '내 이야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이야기했다. 심지어 시대의 트렌드, 멋진 핏이 나오는 체격과 큰 키와는 눈곱만큼도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무심한 듯한 베이직 패션에 그냥 쪼리만 신고 다녔는데도 그게 그냥 흘러가는 세상과는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지라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노래도 좋았다. 다시 들어도 좋았(었)을 노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람의 세계는 그들만의 세계와 다름없었다. 주변인들 모두 기타를 들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었고, 모두 자기 주관을 가지고 대부분 무언가를 비판했다. 늘 다니던 길목에서만 밥을 먹고, 커피나 술을 먹기도 하고, 노래를 불렀다. 겉으론 지금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아무 걱정과 근심, 욕심 따위는 없어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생계와 현실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었고, 자신(들)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규정지으면서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짱짱한 기타 선율에 나긋한 사랑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이 맞나 싶었다. 그 후 그와 함께 있었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흩어졌고 나 역시 그와 꾸준한 관계를 이어가지 않음과 동시에 그의 기타 선율을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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