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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514.이미지

puresmile 2023. 11. 12. 15:53

*이미지

차 조수석에서 내려 첫 발을 내디뎠던 그 동네는 내게 마냥 설렘의 공간이었다. 태어나서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다가 처음 이렇다 할 독립을 한 곳이기도 하고, 지역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지역, 그 동네에 간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연고도 없고, 지인도 없었던 곳. 내 눈엔 이미 '신남'의 필터와 '설렘'의 필터, 그리고 '새로워서 더 흥미로움'의 필터가 골고루 끼워져 있었기 때문에 언덕도, 조금 뭔가 휑한 느낌도, 오래된 상가들도 다 좋았다. 사실 그곳에서 2-3개월 살았으려나.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래 살거나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동네의 추억들이 진하게 몸에 배었다. 그 동네를 떠난 이후에도 한참을, 10년이라는 긴 시간도 넘게, 그 동네만 생각하면 온갖 감정이 다 느껴졌고, 그 뒤에도 몇 번이고 갈 기회가 있어서 이곳은 내 유년 시절을 보낸 것 같은 아련함과 추억들이 서려있어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지면 그 사람을 만났던 시간이든, 그 시간의 곱절이든 간에 옛 생각에 가득 차 몸서리친다고 말하지 않나. 그 동네만 생각하면 거의 10년을 넘게 그래왔던 것 같다. 그러다 서서히 필터들이 걷어지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들을 쌓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데, 언제 또 그 동네를 가보려나. 사실 이젠 굳이 내가 찾아갈 기회가 있을까 모르겠다. 내겐 이제 그 동네 이미지를 다시 쇄신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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