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란도란 프로젝트

549.수박주스

puresmile 2024. 7. 14. 21:28

*수박주스

그 지역 일기예보를 보니 매일 비 소식이 있었다. 심지어 하루 시간별 예보에서도 비가 온다고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물론 여느 지역 일기예보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비 예보가 빗나가고 해가 쨍쨍 찌는 날이 있는 바람에 늘 순간의 날씨와 밀당하기 바빴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전에 기적적으로 햇볕이 강하게 쬐는 하늘을 보자마자 '테니스장 바닥이 마르게 제발 2시간 이상만 햇볕 쬐라'라고 기원했다. 잠시 먹구름이 끼었다, 걷혔다 했지만 감사하게도 그날은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았고, 그곳에 있는 하나뿐인 테니스장은 하드코트였기 때문에 바닥이 마르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코트장 옆에 작은 마트에서 운영하는 곳이지만 바닥에 고인 물을 밀 수 있는 밀대도 깨알같이 있었고, 밀대로 열심히 바닥을 밀고 있자 주인아주머니께서 빗자루를 가져오셔서 물을 쓸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쳤나 싶을 정도로 자세도 공도 엉망이었고, 중간중간 서브할 때 머리 꼭대기에서 비추는 강한 햇볕 때문에 공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신나게 깔깔대며 두 시간 동안 열심히 단식을 쳤고, 땀을 잔뜩 흘리고 코트에서 나와 마트에 가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코트 이용료를 지불하고 마트 앞에 세워둔 작고 귀여운 스쿠터에 올라탔다. 코트 옆에 휴식공간에 있는 물은 이미 다 마셨지만 그래도 목이 타서 편의점을 갈까 생각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건 땡모반을 파는 가게! 가게 앞에 스쿠터를 세우고 내려 땡모반을 주문했다. 가게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던 그때 그 땡모반이란. 그때 찍어둔 땡모반 사진을 지금 봐도 감탄하며 먹던 그 차갑고 단 땡모반이 주는 행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551.나무  (0) 2024.07.28
550.종이 한 장 차이  (0) 2024.07.21
548.우체국  (0) 2024.07.07
547.유튜브  (0) 2024.06.30
546.우두커니  (0) 2024.06.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