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

CGV에서 파는 나쵸를 엄청 좋아한 적이 있었다. 따끈한 치즈소스에 무미건조한 나쵸를 찍어먹는 그 맛.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쵸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마트에서 파는 수 많은 나쵸과자들은 다들 양념이 너무 진해서 잘 사먹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영화볼때 거의 먹을 것을 들고가지 않는다. 물이나 커피 한 잔이 전부인 것 같다. 영화관에 외부음식이 허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뭔가 엄청 기뻐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내게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


2.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종종 영화보러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을 보며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던지,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을 때라던지, 무언가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을 때라던지, 서로 함께 있을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헤어지기 아쉽다던지 등등. 결국 영화가 그런 시간들을 잡아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3.

어떤 영화를 보든지 간에 나는 그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없이 보는 것을 선호한다. 스토리는 물론이고, 비하인드 스토리나, 감독이 누군지, 배우가 누군지 등등의 정보따위들 말이다. 그리고 클로저를 보았다. 왜 나탈리포트만은 험난한 배경에서 버려지고, 힘들고, 아프고, 그러면서도 이겨내려고 하고, 힘든티내지 않으려하는 역할들이 잘 어울리는 걸까. 그 후에 나탈리포트만이 어떤 영화를 찍었는지 전부 보지는 않았지만, 뭔가 레옹의 마틸다가 큰 모습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이건 내가 레옹을 엄청나게 많이 봐서 그런거겠지. 레옹도 그렇고, 클로저도 그렇고 굉장히 어려운 감정선을 지닌 배역들이라고 생각이 되고, 나탈리포트만이 어린나이에 이러한 배역들을 맡았다는 것에 괜한 걱정도 됐다. 각각의 배역에 빠져들어 연기를 하면 그 역할에 몰입되어 자신을 그 캐릭터에 내재화 시킨다는데. 그러면 도대체 어떤 자아가 버틸 수 있을까. 여러 감정선들을 겪으며 그녀의 자아는 어떻게 성숙되어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역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은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생각하길 멈추었다. 아, 그리고 옛날 싸이월드 시절부터 사랑짤로 돌아다니던 그 나탈리포트만의 캡쳐가 이 영화에서 기인했을 줄이야. 


4.아 정말 엄청 예전에 잠실에서 야구보고, 끝나고 셋이서 삼성역까지 걸어간 적이 있었다. 한창 야구볼 때라서 열정적인 응원 후에 걸어갔던 거라 그렇게 그 길이 멀 줄은 몰랐다. 지금 찾아보니 얼마 안걸리네.. 가서 저녁먹고 다같이 드래곤길들이기1을 코엑스에서 심야영화로 봤다. 푸하. 역시나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8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커다란 상영관에서 최대한 편한 자세로 본 기억이 난다. 그때 밍이 나한테 팝콘에 버터구이 오징어를 죽죽 찢어서 넣어줬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오징어의 꼬릿꼬릿한 맛과 향과 팝콘의 고소한 맛과 향이 섞이며 최고의 궁합을 자아냈었다. 


5.그러고 보니, 나 중학교때 영화동아리였었는데. 어떤 영화를 봤는지 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그떈 딴 짓 하기 바빴나보다. 쿨쿨 잠자거나, 책상 아래 몰래 숨겨놓은 핸드폰 자판을 꾹꾹 눌러가며 아무 의미없는 문자메세지를 보냈었거나. 이제라도 영화가 대단한 것인지 알았기에 다행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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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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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가 텀블러 공식 한글팀 (http://hangulteam.tumblr.com/)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사실 작년 12월달에 소개되었는데 뒤늦게 알게되었습니다.. 하하하.

관심가져주신 텀블러 한글팀과 항상 읽어주시는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텀블러 한글팀 블로그의 도란도란 프로젝트 소개글 

http://hangulteam.tumblr.com/post/105616619557


앞으로도 도란도란 프로젝트는 자근자근한 이야기들로 공간을 채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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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1.

운동화는 내게 어려운 영역이다. 솔직히 별거 아닌것 같지만, 눈으로 봐서는 뭐가 예쁜지 잘 모르겠고, 막상 신어봐도 어디가 어떻게 예쁜지 잘 모르겠다. 정말 운동할 때 빼고는 항상 힐만 신는 나에게 운동화는 그렇다. 그래도 작년엔 운동화랑 친해져보려고 ABC마트 앞을 지나가면 꼬박꼬박 들어가서 운동화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신어도 봤다. 무슨 앱을 받으면 할인되는 운동화가 있길래 구매까지 했다! (물론 옆에 동생이 예쁘다고 계속 권유하지 않았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일) 그때 구매한 운동화는 아직도 새 것처럼 뽀얗다. 그래도 새 운동화니까 평소에 의식하고 있다가 집 앞에, 주변에 나갈때 꼬박꼬박 신고 있다. 힐은 딱 길거리 지나가다가 쳐다만 봐도 나한테 어울릴지, 안어울릴지, 신으면 어떤 분위기가 나올지 단번에 알아차리는데 말이지. 심지어 어떤건 가격까지 얼추 맞춘다. 하지만 운동화는.... 거참 운동화가 뭐라고. ㅋㅋㅎㅎ 나도, 운동화도, 웃기는 짬뽕.


2.

친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썼다.

'당연했던 일들은 당연하지 않을 때에 알게된다'


책이고, 블로그고, SNS고, 친구간의 대화에서도,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잃게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듣고, 읽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렇지 않아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멍청이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에 엄청난 죄책감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와 울고 또 울었다.

정말 멍청이다.

바보똥깨멍청이해삼말미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는 나의 마음이 옳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3.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부치지 않은 편지>,정호승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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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1.
스케치북 카페에 갈 일이 있는데,
아직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스탬프 꽉 찬 카페 명함을 선물로 받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은은하게 기분 좋은 일이다.

따뜻해지면 가서 향 좋은 커피를 마셔야지.



2.

평소에 내맘대로 했던 윗몸일으키기 자세를 

어찌어찌하다 바꿨는데, 

참된 자세같다. 배가 무지하게 땡기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자세로 운동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3.

올해에 음악 페스티벌을 가보려 한다.

내 성격엔 어떤 뮤지션의 콘서트에 가려면,

그 뮤지션 노래를 꼭 다 숙지하고 가야, 직접 들을때 감동이 더해진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앨범단위로 노래를 듣지 않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일이였다.

그렇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올해는 여러 뮤지션들이 나오는 페스티벌에 가보려 한다.


나는 또 어떤 편견을 얼마나 더 깰 수 있을까.



4.

"산다는 건 살아 춤추며 가는 것. 어둠 속에서도 눈물 속에서도 

노래하고 춤추며 싸워가는 것." (박노해)



5.

낯선 길을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하얀 실구름 떠다니고 새파란 하늘일 때.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만 같다.

조용함과 아늑함이 가미되면 더할 나위 없다.



6.

사람과 사람이 만날땐 서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헤어질땐 단촐한 말 한 마디.

꾸준한 노력의 시간을 뒤돌아 서는건 순식간이다.

무엇이 그 소중한 시간들을 그렇게도 외면하게 하는 것일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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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발

도란도란 프로젝트 2015. 2. 7. 14:00

*발


1.

어느정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곳. 그렇게 마지막 아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널 만나러 갔었다.

짧은 청치마를 입고, 빠른 걸음을 내딛으며 혹여나 치마가 올라가진 않을까. 혹시 모기가 내 다리를 물어 흉해지진 않을까.

입술 위에 바른 립스틱이 지워지진 않았을까. 속눈썹이 빠져 볼에 묻어있진 않았을까.

몇 번이고 치마를 정돈하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몇 번이나 고친 후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을까. 아니야, 마음이 약해질꺼야. 그냥 무표정으로 인사를 할까.

먼저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먼저 인사를 하지 말까. 반가움으로 인해 붕 뜬 마음 가라앉히고 표정관리 잘하자.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계단을 올랐고, 또 내려왔다.

저 앞에 네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먼저 아는 척을 하지 않았고, 아이폰으로 어디있냐고 메세지를 보냈다.

뒤에서 낯익게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제서야 나는 아까 수많은 고민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뒤를 돌아 환하게 웃으며, 야 완전 오랜만이지. 라고 인사했다.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뜨문하게 옆에 나란히 서서 길을 걸었다.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서로의 말에 큰 호프집으로 향했고, 메뉴판에서 가장 크게 치킨이 써 있기에 쏜살같이 정해 주문했다.

친근하면서도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는 너에게 결국 냉정하고 모진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약해지려고 하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애꿏은 무거운 맥주잔만 만지막거리며 맥주를 연신 들이켰다.

모질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도 자꾸 너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이제 정말 나를 모질다고 생각하겠지, 이제 내겐 등돌리며 돌아서겠지, 이제 다시 보지 않고, 볼 수도 없겠지.

그러면서도 이미 결심한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지며 차마 제대로 눈을 보지는 못하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냥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내 옆에 있어 달라고 할까. 내가 무슨 모진 말을 해도 넌 안가면 안되겠냐고 물을까.

아니야. 내 현실이 지금 너무 초라해. 누군가를 따뜻하게 대할 여유도 없고, 괜한 자존심에 생채기만 나서 더욱 얼음같이 대하겠지. 

아니야, 그래도 떠나지 말아달라고 할까. 내가 밀어내도 꿋꿋하게 밀려나지 말아달라고 할까. 조금만 참아달라고 할까. 너무 내가 지금 힘드니 아무것도 묻지말고 옆에만 있어달라고 할까.

아니야, 결국 나는 너에게 상처만 줄거야. 행복할 수 없을꺼야.

차가운 말들을 내뱉으면서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결국 너는 바라던 말을 내 입에서 들을 수 없었고, 나 역시 바라던 말을 너의 입으로 들을 수 없었다.


2.

요즘에도 하루에 수십번, 아니 수백번씩 감정이 오르내리고, 생각이 변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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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1.

내가 사진 어플리케이션은 많아도 영상 어플리케이션은 잘 안쓰는 편인데, 지금까지 딱 영상 어플리케이션 중에 두 개를 나름 열심히 써봤다.

몇 번 찍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업로드를 했었고, 덕분에 꽤 많은 영상들이 쌓였었다.

그 중에 하나는 지금 내 아이폰에서 삭제된 상태고, 하나는 계속 남아있다.

삭제된 어플리케이션의 내 첫 동영상이 생각난다.

그땐 몇 년 전 겨울이였고, 엄청 추웠고,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려 많이 쌓인 상태였다.

나는 그 당시 아마 홍대를 가려고 길을 나섰고, 집과 전철역 중간쯤에 있는 골목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며칠 전 받은 어플리케이션이 생각났다.

그 당시 아직은 베타버전이였지만, 그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사람들을 나름 좋아했기에, 테스트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

그렇게 내가 찍은 첫 영상은 눈이 잔뜩 쌓여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내가 신은 털부츠로 뽀득뽀드득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이였다.

필터는 아마 옛날 오래된 영상처럼 노이즈가 섞인 필터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어플리케이션은 내 아이폰에서 삭제되었다.

더불어 그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사람들과의 가는 실과 같은 인연도 사라지는 듯 했다.

그리고 수십 개월 뒤.

또 다시 나는 새로운 영상 어플리케이션을 아이폰에 설치했다. 비슷한 다른 영상 찍는 걸 만들었는데, 한번 테스트 해달라는 부탁에서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군말없이 바로 앱스토어에 접속해 어플리케이션을 받고, 열심히 사용했다. 그 역시 베타 버전이였을때였다.

첫번째 영상 어플리케이션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찍었다. 버그체크와 피드백도 왕창왕창 보냈다.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그렇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알게해준다고 했던가.

그 모든 애정이 모두 헛이라고 하긴 내가 너무나 아쉽고 아쉽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되뇌어 생각해보고 뒤돌아봐도 계기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나의 진심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었고, 말을 많이 안해도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었다.

지나온 시간들과 대화들과 발송했던 카드들이 애정어린 관심과 애정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던 것 같다.

눈 위에 열심히 신나게, 혹시 앵글이나 촛점이 빗나가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찍었던 내 발자국 영상은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2.

자꾸 차 윗부분에 고양이들이 발자국을 낸다며 투덜대는 사람이 있다.

그 모습이 꽤 귀엽다.

예전에는 고양이들이 밤새 파티를 했는지, 발자국이 오밀조밀 투닥투닥 나 있는 모습을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그러면서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만약에 그럴 확률은 적지만, 그 사람이 고양이를 키운다면 같이 있는 모습이 정말 꽤 귀여울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을 자꾸 보고 싶겠지.

그렇지만 고양이든 강아지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자체는 대단한 일이므로, 조금 더 심사숙고하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 돌아오는 대답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고양이를 키울까'다.



3.

내가 좋아하는 감성과 감정들. 애정어린 관심과 따뜻함.

그 모든 것이 그리운 요즘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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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던 식사 혹은 술자리에 대한 기억


'여보세요'

'나 지금 학교 앞에서 내렸는데, 저녁 먹었어? 주먹밥 사갈까?'

'아 아직 안먹었어. 그래 그거랑 컵라면이랑 먹자'

'알겠어!'

그땐 이런 대화가 굉장히 일상적인 대화인줄만 알았다. 언제나 항상 할 수 있는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때의 그 대화는 굉장히 소중했고, 아주 어쩌면 다신 그런 대화를 못 나눌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학교 기숙사에 살았고, 시기는 겨울방학때였다. 

막상 겨울방학이 되고나니 아는 친구들은 전부 집에 내려가고, 나만 기숙사로 올라간 꼴이 되었는데,

거기서 평소에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를 만났다. 처음에는 아 저 친구도 기숙사에 계속 남아있구나, 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다.

어쩌다보니 밖에서 여러가지 것들을 하고, 저녁에 기숙사에 들어오면 그 친구와 휴게실에서 수다떠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냥 얼굴 한번 보고 이야기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하루, 이틀, 일주일동안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 들어와? 빨리 와~ 할말 엄청 많다구!'

항상 이런 말로 우리는 연락을 했고, 밤에 기숙사 휴게실에서 모이면 그 날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들, 왜 이 사람은 저런 행동을 헀을까, 라는 생각들,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그 사람한테 했을까, 라는 회고들 등등.

그 때마다 거의 빠질 수 없던 것들이 군것질, 배달음식, 분식들이였다.

둘다 기숙사 식당을 좋아하지 않아서 기숙사에 사는 동안 식당에는 가본 적도 없었고, 항상 저녁에 치킨, 과자, 빵, 과일 등등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보기에는 정말 별거 없어 보이고, 지금은 많이 찾지도 않는 자극적인 음식에다 인스턴트 뿐이였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그 음식들이 그렇게 맛있었다.

아마 그 친구와 함께여서 맛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와 나는 마치 16살 사춘기인 아이가 종종 듣는 새똥이 굴러가도 웃는다는 그 말이 딱 어울렸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십 몇 년이 넘도록 서로 다른 방식,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니 나랑 친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겨울 내내 그 기숙사 휴게실의 넓다란 테이블과 쇼파를 하나씩 차지하고 깔깔대며 이야기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서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족, 친구, 연애사, 가치관, 그 날의 하루, 성격, 꿈, 미래, 수업, 공부, 어떤 것들에 대한 의미, 사람의 심리,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서로에 대한 생각, 행복의 의미,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운동, 다이어트, 영어, 글, 영화, 드라마, 기숙사 룸메이트에 대한 단상 등등. 

정말 수백 가지, 수천 가지의 주제들이 때로는 매운, 때로는 달콤한, 때로는 담백한, 때로는 고소한 음식들 위를 떠돌아 다녔고, 결국엔 지금까지 서로 제일 잘 아는 친구가 되었다.

하루는 내가 밖에 있다가 요플레가 있길래, 같이 먹으려고 가방에 넣고, 새벽 즈음에 기숙사에 들어왔다.

그 친구에게 '나한테 요플레 있다!' 하면서 자랑스럽게 가방을 딱 열었는데, 그 순간..요플레는 가방 안에서 무참히 터져있었다.

'으악!' 비명과 함께 바로 그 친구와 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가방 안에 있던 소지품들을 모두 살리고 싶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나씩 건져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어폰 하나만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모든 소지품을 정리하고, 가방 속에 있는 요플레를 걷어내려고 화장실을 갔는데, 그 새벽에 화장실에서 엄청난 둘이 웃음이 터졌다.

진짜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였다.

'꺄하하하하크하꺄아아아흐흐흑아흑끄하하흡으하하하와하하하꺄아아!'

정말 그렇게 한번에 빵 터진 웃음을 지속한 것은 처음이였다. 진짜 다른 말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요플레 묻은 가방을 손가락질 하며 둘이서 눈만 마주치며 웃었다. 정말 웃겨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 시간은 자정을 넘긴 새벽이였고, 화장실이 크고 넓어서 웃음소리가 많이 울렸나보다.

'저기요! 너무 시끄럽거든요?' 라는 소리가 복도에서 들렸고,

그 친구와 나는 동시에 웃음을 멈췄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 다시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큭큭푸흡큭큭큭훕풉풉풉크하하하큽큭큭풉합푸하크하하하크하큭큭훕'

소리를 크게 낼 수는 없지만 정말 완전 웃겨서 터진 많고 많은 웃음들. 화장실에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며 가방을 살리고, 휴게실로 와서 또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그 친구와 함께 무엇을 먹어도 정말 맛있었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즐거웠다.

공허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 그때가 그립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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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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