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1.
존재만으로도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나도 그런 사람이려나.

2.
짧다면 짧은 내 인생의 1/3을 함께한 산 증인들이 있기에
오늘도 괜히 웃음이 난다.
불현듯 떠오르는 재미있던 추억들이 비타민역할을 해준다.
귀엽고 고마운 사람들.
계속 해줘. 나랑.

3.
아빠는 괜히 내게 개그욕심이 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더 웃기고 싶고,
한 번이라도 더 웃기고 싶다.
더 재미있어지고 싶게 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관심있어 한다는 증거고, 내가 관심받고 싶어 한다는 증거다.

4.
내가 비록 몸집은 작지만 큰 존재가 되기 위해.

5.
집 바로 맞은편에 삼겹살배달전문점이 생겼을때
배달거리가 1분도 안되서 진짜 바로 구운 따끈한 삼겹살 먹을 기대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는데,
막상 별로 안시켜먹게 되는건 뭐지.
항상 언제든 시켜먹을 수 있다는 괜한 안도감때문에 그런가.
그러다 사라지면 괜히 또 먹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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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돌담

1.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이별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들었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TV에서 들었나.
그래서 내게 덕수궁 돌담길은 뭔가 가면 안되는 곳, 괜히 삭막할 것만 같았던 곳으로 생각되었던 곳이다.
하지만 제작년 여름에 서울시청을 밥먹듯 갔었는데, 
그때 덕수궁 돌담길에서 플리마켓을 정기적으로 열었고, 공연도 종종 했었다.
돌담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항상 음악이 끊기지 않아서 괜히 흥이 났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와 함께 돌담길을 걷는게 나름의 비타민이였고,
플리마켓에서 팔찌를 몇 세트씩 사기도 하고, 타래과자 시식을 몇 차례씩 하기도 했다.
돌담길을 쭉 걸어가서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던 쌀국수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고,
어렵지만 편한 상사랑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돌담길은 생각외로 꽤나 낭만적이였고, 누군가의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도 충분한 장소였다.
초록초록한 나뭇잎과 기와가 어우러진 여름의 돌담길은 앞으로도 잊지 못하고 추억할 장소다.

2.
아무리 좋아한다고, 보고싶다, 잊지 못한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싱겁고 맥이 빠지는 말 뿐이였다. 
돌이켜보면 결국 우리는 서로를 버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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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1.
그런 식사자리들이 있다.
같이 먹고 싶지도 않았고, 부러 할말도 없고,
음식의 맛을 느낄 여유 한 톨도 부리기 싫고,
너무 불편해서 시선조차 피하고 싶은 자리.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런 자리라면 사양하고,
집에가서 누룽지를 끓여 진미채를 올려먹는게 백 번이고 나은 그런 자리들.
다행스럽게 아직까진 취사선택이 가능한 것.

2.
대놓고 다리를 쳐다보면
나도 대놓고 그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빤히 쳐다본다.
좋니? 
막상 눈도 못 마주치고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3.
나와 대판 싸우고 골목길 한 구석에서 담배를 물던 너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아 아직은
그 모습이 내겐 너무 충격적이였는데, 그 한 대를 피우면 너는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을까

4.
우연히 유투브에서 어떤 이의 플레이리스트를 접했다.
총 13곡의 플레이리스트였는데, 아무 기대없이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있을 수가!
그래서 3곡 정도 계속 들으면서 '이건 지금 이 자리에서만 들을게 아니다. 돌아다니면서도 듣고, 집에갈때도 듣자'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래서 스트리밍앱에서 열심히 플레이리스트 노래를 한 곡, 한 곡 검색해나갔다.
다행히 전 곡이 스트리밍서비스에도 있었고,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였다.
그런데 웬걸.
스트리밍서비스에 모든 곡을 추가시키고 그 다음곡부터 내가 선호하지 않는 목소리의 음악이 나왔다.
아, 이런.
이 곡은 지우자.
그리고 다음곡으로 넘겼다.
아? 이런.
또 그 뮤지션이네. 이 곡도 지우자.
순간 욕심을 부리면 화가 오는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결국 내 스트리밍앱에는 절반의 곡만 살아남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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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1.
열정의 형태는 모두가 다르다.
열정의 색도 물론 다르다.
다른걸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사이의 갈등은 무시할 수 없다.
그 갈등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2.
나에게 열정과 새벽은 항상 맞닿아 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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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백색소음

1.
대학생때 공강인 어느 날,
아마 지금처럼 흐린 여름은 아니고, 바람이 솔솔 부는 날이 좋은 여름 날이였다.
내 방은 큰 창이 있어서 문을 열어놓으면 방충망 사이로 바람이 정말 많이 쏟아졌고,
그런 오후에 난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골똘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거실에 있는 엄마가 생각났다.
이 생각이 들자, 문 밖으로 라디오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마음이 짠했다. 
나와 같이 점심을 먹고 난 후 바로 난 방으로 들어왔는데,
괜히 들어왔나, 집에 이렇게 오랜만에 오래 있는 건데, 엄마랑 더 시간을 보낼 걸 그랬나,
엄마가 적적한 마음에 괜히 라디오를 틀어놓은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기우(였으면 좋겠다. 지금도.)때문에 나는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라디오에서는 누구지 모를 약간 시끄러운 디제이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며 노래를 선곡했고,
엄마는 식탁에서 예쁜 찻 잔에 믹스커피를 마시며 문화센터에서 나온 전단지 비스무리한 것을 읽고 계셨다.
난 엄마의 맞은 편에 앉아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와 둘만 있을 때 절대 방문을 닫지 않았다.
뭔가 엄마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괜한 나의 걱정에.

2.
어릴 적에 학원끝나고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자
어둠이 날 반길 때가 제일 싫었다.
복도 센서등이 꺼지기 전에 부리나케 신발을 마음대로 벗어두고 거실로 들어와서
모든 스위치를 다 눌렀다.
심지어 TV까지 켜 두어야 안심이 됐다.
내 방에서 컴퓨터를 해야 할 때도 거실엔 항상 TV가 켜져있었다.
빈 집의 어둠과 적막을 싫어했다.
항상 아빠는 날 전기도둑이라 불렀다.
지금도 사실 그 때의 습관이 남아있어서 굳이 필요없는 방까지 불을 켜 두는 게 일상이다.
누군가는 집에 있을 때 불을 다 꺼놔야 마음의 안정이 든다고 한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따라해봤는데, 뭔가.... 불안하다. 괜히.
이제는 고칠 때도 됐는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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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자리

1.
사실 넌 모르겠지만,
네 자리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20대의 대부분을 너와 함께 했으니, 쉽게 지워질 수는 없겠지.
언젠가 너의 소식을 우연히 접했었고,
우린 그렇게 더이상 잘 될 수 없음을 알았을 때,
미련하게나마 그때 느꼈지.
그래, 우리는 원래 그랬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착하다고 하면 착하고, 좋다고 하면 좋은,
그런 사람을 만났어야 했다고.
부디 지금 너의 곁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나은 그런 사람이였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진심으로 빌었지.
내가 널 많이 힘들어 했고, 나 때문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뭐 지금은 나같은 사람은 너의 마음 어디에도 없을지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는 사람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고 단지 철이 든 건 아냐.
철이 든 척 하는거지.
엄청나게 쿨한 것도 아니고, 괜찮은 것도 아냐.
그냥 단지 괜찮아야지.
그래야지.

2.
그 무리에서 나는 한 자리도 안됐다고 생각했다.
나와 성격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굳이 맞지 않은 무리에 부러 껴서 잘 지낼 생각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지내다 어차피 헤어질 무리이므로.
성격상 두 자리는 아니더라도, 한 자리는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그것도 안되면 그냥 아예 안하는 것이 더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적당히 자리만 차지하다가 나왔다.
물론 나올 때의 기분은 더러웠다.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것에 대해 매우 못 참겠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 냥 취급했다.
어차피 난 거기 아니여도 갈 자리가 많다고 생각했기에.

3.
네 옆에 내 자리는 남겨둬.
내가 언제든지 갈 수 있게.
너무 욕심인건 알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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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함

내 빈자리가 허전하다고 하는 말이 은근 좋다.
내 흔적이 남아있고, 그 흔적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좋다.
나 때문에 허전함을 느끼는 것도 좋고,
내 허전함이 외롭게 하는 것도 좋다.
이게 내 욕심 중 하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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