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어떤 생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뭐라도 하고 싶어서 오기로 치킨을 시킨 적이 있었다.
특히 그날은 일요일 저녁이여서 다음날 출근해야 했는데
완벽한 월요일 아침은 마치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코앞에 모니터로 만든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치킨을 뜯은 적이 있었다.
왜 이제서야 넌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 따지고 싶었지만
그 말은 치킨과 함께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머릿속엔 최악의 생일이라는 단어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뻔하게도 그 해엔 최악의 날들이 많았다.
내 생일조차 그런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옆에 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축하받지 못했고,
속만 상했었으니까.

아마 같은 해였던 것 같다.
오전부터 싸우고 실컷 울고 밤까지 제대로 된 밥 한 번 먹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는 곯을 대로 곯았고,
새까만 밤이 되어서야 배달앱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과거에 시켜 먹었던 몇 개 브랜드 치킨 중에 닭다리가 컸던 치킨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그 치킨을 먹진 않았다.
싸움에도, 화해에도 매우 수동적이었던 네 모습은
전혀 관계가 개선될 의지라곤 닭다리에 붙은 살 만큼이나 보이지 않았다.
사실 네 마음도 속으론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런 내 마음은 또다른 나를 달래주지 못했고,
서운해서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배가 고파 죽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냥 내가 시킬걸. 
시켜 먹을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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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속 시원해

1.
이번에 MCO만 풀리면 머리 짧게 자르고 매직해야지!
MCO 때문에 헤어샵을 갈 수가 없으니 비자발적으로 머리를 길렀다.
이러다간 거지존도 넘어설 기세.
물론 테니스랑 러닝, 홈트 등 운동을 할 때는 머리를 바짝 묶는게 편하긴 한데..
그것 빼곤 머리 숱 많고 굵은 모발을 가진 나는 머리 감을 때도 피곤할 때가 종종 있다.
삼십 몇 년을 살면서 머리를 확 자르고 난 후 
특히 머리 감을 때 가벼워짐과 속 시원함을 수차례 느낀 나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속 시원함을 느껴볼 예정이다.
MCO만 끝나면!

2.
영어에 대해선 언제쯤 속이 시원해질까. 언어는 평생이라고 하던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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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내가 사는 콘도 G층에는 코인세탁방이 있다.
2층 주차장에 갈 때마다 아래 코인세탁방에서 올라오는 향이 너무 좋다.
건조되서 뽀송뽀송한 느낌의 향이라고나 할까.
세제 향인지, 섬유유연제 향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그 향만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자주 가는 테니스장 3번 코트 앞을 지나가면 
순간 그 곳을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진한 꽃향기에 매료되는 것처럼. 
이상하게 코인세탁방 바로 앞을 지나갈 때보다
2층 주차장에서 맡는 세탁방 향기가 더 좋다. 기분 탓일까.
생각해보면 세탁방 향이 약간 베이비파우더 향 같기도 한데,
내겐 그 향이 맞지 않은 향이기 때문에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베이비파우더 향 향수를 선물받았는데 내 몸에 뿌려보니
그 뽀송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오묘하게 나버리는 바람에
내겐 파우더 향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다른 코인세탁방의 향들은 저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맡으면 기분 좋은 우리집 G층 코인세탁방 향.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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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1.
할아버지, 할머니랑 삼촌들이랑 부모님이랑 다 같이 살았던 어릴 땐 30대였던 삼촌들만 봐도 되게 어른같이 보였는데 (같은 30대였던 부모님은 뭐 말도 못 하게 어른이었고) 사실 어른같이 보인다는 게 뭐든 스스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고, 뭐든 다 잘 해낼 수 있고, 조카들 피자 사줄 정도로 돈도 많이 벌고, 정말 누구보다도 의젓하고, 올바른 일들만 할 줄 알았는데. 삼촌들이 (부모님을 제외하고) 내가 어렸을 때 가장 가까이했었던 유일한 30대들이었다. 특히 둘째 삼촌은 약간 유오성(얼굴형과 까무잡잡함이 닮았다)의 매우 매우 순한 버전처럼 생겼는데, 항상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먼저 하고, 일도 궂은일을 많이 했었고, 아무리 피곤해도 조카앞에서는 항상 묵묵하게 웃는 얼굴을 많이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내가 둘째 삼촌의 인생 첫 조카라서 많이 서툴렀지만 퇴근 후 피곤해도 가끔씩 집 주변 피자집에 데리고 나가서 피자도 사주고, 슈퍼에 데려가서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멋진 어른이였다. 어릴 때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나중에 돈벌면 삼촌한테 용돈줄꺼야'라고 했던 것 같다. 그만큼 둘째 삼촌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나도 나이가 들면 삼촌처럼 멋진 어른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30대였던 막내삼촌과 둘째 삼촌이 서로 (매우) 다르듯, 나 포함해서 내 주변 30대들만 봐도 다름이 극명했다. 둘째 삼촌 같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2.
며칠 전 엄마가 가족 채팅방에 사진들을 잔뜩 보냈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바로... 아빠가 팩게임을 하는 모습!!!!! 초등학교 때 카세트로 핑클 노래를 들으면서 팩게임기로 테트리스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가끔 박화요비 LIE도 나왔다) 그런 팩게임을 창고에서 아빠가 다시 찾았다! 그 당시 아빠도 아주 가끔씩 방에 들어와선 갤러그를 아주 고수처럼 했었는데, (날파리 같은 우주선들을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아빠의 신들린 컨트롤은 절대 잊지 못한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갤러그를 하다니! 아빠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모두 저장했다. 그때보다 눈이 더 나빠져서 돋보기안경 쓰고 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주 예술이다. 엄마는 깨알같이 '예전에 연희가 게임했던거 생각난다..'라며 괜시리 마음 짠하게 만들고. 나중에 한국가면 팩게임 나도 다시 해봐야지!! 여기에 핑클 Special 앨범까지 들으면 진짜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 것 같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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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1.
뭐라도 채워야 흡족해지는 마음.
아주 가끔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해야 놓이는 마음도 있다.

2.
자꾸 돌이켜보다가도 창창한 앞날들이 모두 돌이켜보는데 쓰여버려서
정작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마음에
다시 책상을 정리해보고. 다이어리를 끄적여보고. 모아둔 스티커를 잔뜩 붙여도보고.

3.
그동안, 그만큼 공허했으면 됐지!
다시 채워나가면 되지 뭐!

4.
아주 작은 상처일지라도
어딘가 아프고 나면 간절히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 
결국 돌이켜보면 대부분 엄살이였던 것일수도 있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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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중

평일내내 말레이시아 시간으로 6시마다 아웃스탠딩에서 메일이 온다.
나름 양질의 콘텐츠를 읽기엔 꽤 괜찮은 서비스다.
하지만 1년 정도 구독해보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정해져있긴 하다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그들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라 꾸준하게 구독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민준 작가의 '계절일기'를 구독했었다.
우연히 3~4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작가였는데 그 작가는 안양천을 자주 달렸다.
당시 내가 가산에 살았을 때 나도 안양천을 즐겨 간지라 신기했었고,
그의 글들이 괜찮아서 팔로잉했다. 
그리고 '시간의 모서리'가 나왔을 때 책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너무 글이 마음에 들어서
그 뒤 신작들도 몇 번 구매했었다.
(내가 처음 구매한 시간의 모서리는 진한 파랑색이였는데 요즘 시간의 모서리는 책 디자인이 바뀌었더라)
말레이시아에 온 뒤로 한국 책을 마음놓고 구매할 수 없어서 약간 아쉬웠는데,
어느날 그 작가가 단돈 만 원에 15개의 글을 받아볼 수 있다는 '계절일기'라는 메일링서비스를 한다는 말을 듣고 구독신청을 했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꾸준하게 글이 왔고, 글의 퀄리티도 좋아서 글이 올 때마다 열어보면 너무 빨리 읽는 것 같아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아껴보는 중이다.

작가들의 글을 메일로 구독해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였다.
대학교 때 처음 알게 된 한 A라는 작가가 2년 전쯤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달가워하면서 구독했던 적이 처음이였다.
그 A라는 작가는 내가 대학교에 다녔을 시절 감성을 너무 잘 건드리는 작가라 독립출판 형식으로 책을 낼 때부터
그녀의 책들을 구매해왔었고, 주변사람들에게도 꽤 많이 선물하고, 추천해주었다.
2년 전 구독 후 작년 말쯤 그 작가의 메일링 서비스를 또 구독했었는데,
음. 이번에는 자꾸 글이 펑크가 나고... 퀄리티가 내 기준에는 예전같지 않고.. 뭔가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서 실망했었다.
아마 앞으론 그 작가의 글은 구독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2018년에 김이슬 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줄 몰랐을 때)가 '김이슬 사담'이라는 메일링서비스를 한다고 하길래 계속 구독해서 봤는데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작가였다. 글도 꽤나 재밌고 괜찮았다. 그래서 시즌2까지 구독했었다. 메일로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은 과거 메일로 마음을 꾹꾹 담은 편지들을 받았을 때와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아, 하나 더 있다. Acoustic Weekly!
이건 트위터에서 알게 된 서비스인데, 거창한건 아니고 피아노를 전공한 개인이 한 주에 한 곡(사실 한 곡만 올 때는 많이 없고 항상 여러 음악들을 추천해준다)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메일링서비스. 심지어 구독은 무료라서 일단 구독신청을 했다. 매주 처음 듣는 클래식 음악들이 내 메일함을 채웠었는데 어쩌다 한 번씩 아는 음악을 추천해 줄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제리 멀리건이 바로 그 예다.
평일에 일하다가 유튜브에서 썸네일이 앨범표지인 영상을 발견했고, 앨범이 너무 예뻐서 40분이나 되는 전곡을 듣다가 연관 동영상에 또 예쁜 앨범표지가 있길래 또 클릭했다. 이번엔 30분짜리 앨범. 여기서 첫번째 앨범은 재즈 기타리스트인 허브 엘리스와 레모 팔미어의 'Wild Flower'였고, 두번째 앨범은 섹소포니스트 제리 멀리건의 'Night Lights'. 특히 제리 멀리건의 'Night Lights'의 분위기는 영화 Rainy Day in Newyork 에서 티모시샬라메가 연주하는 'Everything happens to me'와 비슷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갔다. 
아무튼 Acoustic Weekly의 에피소드 중 제리 멀리건의 노래가 '재즈가 된 클래식'으로 추천된 것을 보고 굉장히 반가웠다.


사실 내 의지로 구독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메일함을 채워주는 서비스도 있다.
먼저 Quora. 사실 이건 백년전에 함께 일했던 개발자였나(기억도 잘 안난다) 아무튼 개발자들의 커뮤니티라고 듣고 가입했었다.
개발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니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는 이 서비스는 초반에 IT종사자들의 네이버지식인 느낌이였는데,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내 궁금증을 해소시키기엔 한계가 있었고, 점점 내 관심사에서 멀어져갔다.
그렇게 Quora가 머릿 속에서 잊혀진 어느날부턴가 Quora에서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주더라.
그냥 광고메일이나 들어온 지 한참 되었다고 알려주는 메일 같은 줄 알고 몇 번은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지웠다.
그러다 하루는 Quora 메일 제목이 너무 내 관심을 끌어버려서 메일을 열어봤다.
그 메일 제목은 "Is running 5K in 30mins is okay?" 완전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의 제목이였다.
평소 러닝을 즐겨하던 내겐 굉장히 흥미있는 제목이였고,
'Quora에서 이런 질문들도 해? 러닝을? 개발자들의 놀이터가 아니였어?'라는 생각을 하며 메일을 열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Quora에는 정말 온갖 카테고리가 다 생겨있었다. 그래서 나도 관심있는 몇 개의 카테고리를 설정해뒀다.

사실 애매하게 Medium 같이 그냥 가입만 되어 있는 것들도 마치 구독메일처럼 정기적으로 오는 Daily Digest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Design Taxi, 그리고 과거에 오픈갤러리 서비스에 관심있었을 때 가입했었던 Artsy까지.
뭐 메일함 보면 확인하고 거르고, 지우고, 폴더링하기 바쁘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독을 할까, 말까 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그건 무려 집으로 해외배송되어 오는 서비스라 가격이 만만치 않다.
조금 더 고민해봐야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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