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방법

1.
끝을 확실하게 맺어야 한다는 것, 아직 어렵다. 

2.
누군가에겐 거절이 쉬웠다. 상상도 못했던 제안이었고, 마음이었기에 실현할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실현해 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랬더니 뒤늦게 미련이 남았다. 누군가에겐 거절이 어려웠다. 그래서 끝까지 가본 적이 있었다. 한낱의 믿음을 핑계 삼아 꾸역꾸역 따라갔지만 결국 끝엔 누군가의 바닥 혹은 나의 바닥이었다. 누군가에겐 거절이 두려웠다. 그래서 항상 기회주의자처럼 타이밍만 보고 밀어붙였다.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얻은 것은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젓가락 같은 기쁨뿐이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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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말레이시아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3천 명을 넘어 이제는 4천 명이 나오는 수준이 됐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퍼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금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에 열리는 바자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라마단 기간이지. 작년에 말레이시아 온지 2~3개월 정도 지나니 라마단 기간이 되었고 당시 회사 모든 동료들이 무슬림 친구들이어서 그들은 모두 금식에 들어갔었다. 그래서 혼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동안 무슬림 친구들 때문에 못 갔던 회사 주변 Non-Halal 식당도 혼자 가보고, 평소 안 가봤던 식당도 혼자 찾아갔다가 그 식당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가기도 했었다. 로컬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혼자 여길 찾아왔다는 사실에 그 식당 주인은 매우 기뻐했고, 나에게 내가 식당에 온 사진을 올려도 되냐고 묻길래 흔쾌히 같이 셀피를 찍었다. 한국에선 혼자 밥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외국이라서 그런지 그냥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렇게 2020년 라마단 기간이 지나고, 2021년 라마단 기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라마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천 명대의 확진자로 인해 결국 MCO(Movement Control Order) 3.0에 들어갔다. 올해 초에 MCO 2.0으로 인해 1월부터 2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했었는데, 회사 출근한 지 한 달 정도 되니 또다시 MCO라니. 물론 재택은 장점이 많다. 아침에 머리 감고, 화장하고, 옷 챙겨 입고, 전철 타는 시간이 모두 절약된다. 그만큼 전 날 늦게 잘 수 있는 자유로움도 얻는다. 집에선 먹고 싶은 간식을 잔뜩 사다 두고, 먹고 싶을 때 일하면서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편한 홈웨어를 입고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글을 써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3번째 MCO가 되니 첫날부터 갑갑하다. 지난 MCO 2.0가 끝나고 다시 출근이 가능했을 때 신나게 새로 개시한 화장품들을 미처 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MCO라니. 주말에 새벽같이 일어나 러닝 후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다시 갈 수도 없다. Dine In이 모두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눈여겨봐둔 레스토랑을 찾아갈 수도 없고, 좋아하는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실 수도 없다. 야외 스포츠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안된다고 했다가 어제 다시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테니스장은 내가 사는 곳이랑 다른 지역에 있어서 MCO 기간엔 지역간 이동이 불가해서 그 지역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난 카페도 가고 싶고, 마음껏 테라스에서 맥주도 마시고 싶은데. 그리고 이제야 테니스 포핸드 감이 조금은 다시 살아났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성격상 전환이 필요할 땐 바깥 활동이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난 두 번의 MCO 때는 그럭저럭 버텼는데 세 번째 MCO는 벌써 갑갑하다. 다행히 새벽에 일어나서 러닝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로가 된다. 하지만 그날이 찾아와서 며칠간 러닝도 못한다. 어렵군. 너무 좋아해서 조금씩 아껴보던 미드도 이젠 한 개의 시즌만 남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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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20대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찾고 싶었고 찾아가기 바빴다.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흐리멍덩한 건 싫었다. 남이 보는 나보다 스스로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싶었고, 알고 있고 싶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깊숙하게 학습하기도 했고, 일부러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것엔 의미가 있었고, 의미가 있어야 했고,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내 주관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20대를 살았다. 20대 후반이 되니 조금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난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내가 어느 정도는 만들어졌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모든게 싫증이 났다. 내가 정했던 모든 것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고작 어리고 어린 20대에 뭘 안다고 자신을 정의하려 들었을까 싶기도 하고, 설령 정의를 했다고 해도 남은 앞으로의 날들을 풋내기 20대의 포커스에 맞추긴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20대때 죽어도 쳐다보지 않았던 노란색에 애정을 갖기로 했다. 내 책상 오른쪽 벽에 붙은 포스터에는 노란색 쇼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은근히 내 감정의 연장선인 아이폰 배경화면도 샛노란색으로 바꿨고, 책상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마우스패드도 노란색으로 주문했다. 색다른 색이 내 삶에 들어오니 보는 재미가 아직까진 쏠쏠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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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1.
분명 친했던 것 같았다.
같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날이 많았고,
우리들은 그를 더 생각하고, 더 챙겼다.
그의 마음이 우리에게 조금 열린 것 같다고 우리는 생각했고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가 해외로 유학을 다녀온 뒤에도 우린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안부를 건넸다. 다시 봐서 반가운 마음을 온몸으로 전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우리는 그때처럼 기뻐하고 놀라워하며 축하해 줬다.
근데 딱 거기까지였나 봐. 
아마 우리들도 마음속 어렴풋이 그의 집들이 초대를 받기는커녕 
다시 볼 수 있는 날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 톨의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속상하진 않은 그냥 그런 사이였으니까.

2.
한 손엔 뭣도 모르고 그냥 대뜸 골라잡은 포도주와 
생일 때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케익을 처음으로 누구의 생일도 아닌 날 한 손에 들고
단순히 우리들의 시간을 빛내기 위해 초에 불을 켜고 함께 불던 그 시간이 있었다.
머리 스타일은 그때와 거의 변한 게 없지만 우리들이 있는 곳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더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여기자.
또다시 모여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비우기 위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하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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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

3년 전 회사 근처에 마라탕 집이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이었던가. 편한 회사친구랑 같이 나와서 둘이 마라탕 집에 갔다. 뷔페처럼 가운데에 완성된 음식들이 놓여있는 게 아닌 각종 채소들, 사리들 등등 음식재료들만 잔뜩 놓여 있었고, 직원은 커다란 양푼 같은 그릇에 원하는 재료들을 골라 담는 거라고 했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신중하게 내가 먹고 싶은 재료들을 담았고, 매운맛은 중간 정도로 주문했다. 같이 간 친구는 매운 걸 먹으면 땀이 폭발하는 친구라 순한 맛으로.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마라탕이 나오길 기다렸고, 드디어 마라탕이 나왔다! 마라탕 국물을 한 술 뜨면서 느낀 처음 생각은, '와 진짜 몸에 안 좋을 것 같다' 였다. 원래 간이 싱거운 나는 이렇게 진한 국물을 대하기가 어색했던 것이지. 그래서 그다음부터 국물은 먹지 않고 안에 재료들만 골라먹었다. 순한 맛은 땅콩소스 맛이 다했더라. 그리고 그 뒤로 다시 그 마라탕 집에 가지 않았다. 

3년 전 마라탕 집 근처에도 가지 않던 나는 3년 뒤 말레이시아에서 나는 마라 소스를 찾고 있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마라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말레이시아에는 매운 음식이 그렇게 맵지 않다는 것이 일단 내 매운 맛 니즈를 계속 자극시켰다. 지금 한국음식 중 가장 먹고 싶은 것이 엽떡이니까. 한국에서도 엽떡을 자주 먹진 않았지만 가끔 아주 매운 맛이 땡길땐 엽떡을 찾았다. 근데 말레이시아에선 매운 음식을 찾아 먹어도 그렇게 내 입맛엔 맵지가 않아서 의도치 않게 매운 맛 찾아 삼만리. 그런데 하루는 차이니즈 음식점을 갔는데 거기서 아주 매콤한 시추안 소스 베이스인 누들을 먹고 갑자기 마라가 생각났다! 마라를 먹으면 매운 맛이 충족될 것 같은 기분! 특히 마라탕보단 마라샹궈!

생각해 보니 말레이시아엔 말레이시안차이니즈(말레이시아 국민 중 23~25%)가 많으니 제대로 된 차이니즈 마라요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몰이나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꼭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식당들 대부분이 훠궈집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여기서도 마라가 인기인지 한국 치킨전문점에서도 마라 치킨이 나오고, 한국 돈까스집에서 마라 돈까스가 나오고, 맥도날드에서도 마라버거가 나올 정도니까 당연히 마라샹궈도 찾아보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검색해도 훠궈집만 나올 뿐 아직까지 마라샹궈를 메인으로 하는 전문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마라소스를 사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지난주에 마트에 가보니 하이디라오 소스가 soup용 밖에 없어서 허탕치고 돌아왔다. 나는 볶음요리용이 필요했는데... 언젠가 볶음용 마라 소스를 찾아서 직접 마라샹궈를 만들어볼 테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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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지 마요

1.
나도 그 정도쯤은 할 수 있는데
자신의 방법과 내 방법이 다르다고
마치 내 방법이 틀린 것처럼 말하는 어조는 
정말 옳지 않아
서로 간 역효과만 낼 뿐이야
만약 정말로 틀린 부분이 있다면 
더욱 상냥하게 말해봐

2.
각자의 소신을 가지고 가는 길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2020년.
그래도 옆에서 누군가가 (굳이 그 사람에겐 그럴 필요도 없는데) 계속 말과 생각을 더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말과 생각 뒤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네 글을 읽었을 때 참 뿌듯했어.
그래도 이유없는 반항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항상 그렇게 있어줘. 
네 시간들도 많이 반짝이고 있구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3.
이 이야기는 지금 안 해줄 거야.
시시콜콜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은 꾹 참을 거야.
나중에 꼭 말할 때가 있을테니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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