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1.
그래도 그땐 이 정도까진 아니었었는데.
며칠의 지방 출장이 있어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의욕 넘치게 집을 나섰고,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들러 평소에 카페에서 절대 먹지 않던 메뉴를 주문한 후 마시며 다시 차에 오르기도 하고,
멍하니 하늘과 다른 차들을 바라보며 저 차들도 출장을 가는 길이겠지, 일하러 가는 길이겠지,
직장 상사의 차에 함께 타고 있어도 시시콜콜 그냥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곤 했었는데.

지금은 어딘가 잘못된 것임이 틀림없다.

2.
가족여행은 앞으로도 자주 가고 싶다.
돌이켜보면 가족끼리 매년 여행을 가긴 했었는데, 해외에 나와 있으니 쉽지 않다.
그땐 가득 찬 개인 스케줄을 조정하며 가족여행이 뭔가 의무 같았고, 솔직히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중간에 휴게소에서 나눠먹던 핫도그, 두 손 무겁게 산 간식들이 그리울 줄이야.
생각해보니 나는 참 나 밖에 몰랐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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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나는 운전면허가 소위 물면허라고 불리고 있던 시대에 면허를 땄다. 더 자세히 말하면 물면허 막차를 탔던 것. 내가 운전면허를 딴 뒤로 다시 어렵게 바뀌었다는 얘긴 들었다. (실제로 정말 바뀌었는지, 얼마나 어렵게 바뀌었는지는 확인을 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엄마가 '언젠가는 트럭을 몰아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라는 말에 솔깃해서 트럭을 타고 시험을 봤고, 네 번의 도전 끝에 결국 1종 면허를 갖게 되었다. 한국에서 정말 몇 번 안되는 (비록 한 번은 서울에서 산청까지 달렸지만) 운전 경력과, 일단 주위에서 들었던 대로 국제면허증까지 갖추어 말레이시아로 왔는데, 지금은 아침마다 그랩드라이버를 애타게 찾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책상 서랍에 있는 국제면허증은 이미 만료된 지 오래다. (내 국제면허증 기간은 1년이었다. 딱 1 년.) 주변에선 이제 운전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하루에 그랩비로 80링깃 정도 쓰는 내 상황도 나를 운전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난 아직 도로가 두렵다. 솔직하게 말하면 차폭감이 없는 내가 두렵다. 내가 볼 수 없는 공간의 두려움이 굉장히 큰 상태인 내게 사람들은, 하다 보면 저절로 익히게 되는 것이라고 매번 말해주지만 글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과거에 겁도 없이 운전을 했지만 하면 할수록 감이 느는 것은 전혀 없었다. 정말 운전을 얼마 안 해서 그런 것일까. 운전을 100번 하면 달라질까. 200번 하면 달라질까. 차폭감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후진을 하는 차,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 차선으로 넘어오는 차, 그래도 깜빡이를 켜면 그나마 다행이지, 깜빡이 따윈 마치 없는 차처럼 무작정 차선 변경을 하는 차들이 흔한 말레이시아에서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을지 그것도 모르겠다. 거기에 자갈이 잔뜩 들어있는 비커의 빈 공간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물처럼 서커스 하듯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누비고 다니는 오토바이들까지.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타서 도로 상황을 봐도 무서운데, 운전석에 앉으면 오죽할까. 물론 내가 운전을 하면 좋아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안다. 편해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어쩌면 날 포함해서). 언제쯤 운전석 앉아 도로를 누빌 수 있을까. 말레이시아가 되었든, 한국이 되었든, 그날이 오긴 올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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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Habits

정신건강을 위해 그만해야 할까, 또는 이걸 이겨내려고 노력해야 하나. 괴롭고 불편한 것을 피하려고 찾는 핑계일까, 누가 봐도 아닌 건 아닌 걸까. 싫은 건 피하려는 습관이 생기고 있는 걸까, 처한 상황을 바꾸는 것이 지혜로운 걸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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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 쓰기

1.
문득 떠오른 기억들이 있는데, 그냥 잊도록 그 기억들을 놓아둘까 하다가 다이어리에 써놓지 않으면 도저히 억울할 것만 같아서 일단 남겨놓았다. 내 다이어리니까 시원한 욕도 함께. 마음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언제든 다시 꺼내서 볼 수 있도록 잘 보이게 적어두었다. 왜 그런 사람들은 망하지 않는 걸까. 

2.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이나, 갑자기 든 생각들을 글로 적어두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다. 글을 통해 괜히 그 사람을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기억에 남는 건 글을 일부러 읽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에 쓴 글들을 통해 그 사람을 먼저 알아가기 싫다는 이유로. 함께 부딪히고 대화하며 직접 알아가고 싶다는 이유로. 신선했다. 나름.

3.
말과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너무 잘 알아서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여기저기 글을 끄적이고 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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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평소 얼굴에 표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왜 저 사람은 표정이 저렇지, 왜 웃지도 않지 등등 여러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는데, 막상 곤경에 처하거나 황당하고 때론 화날 법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그냥 평소 그 표정 그대로더라. 원체 그 표정. 본래 그 표정. 그러다 보니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어 보였다. 제길. 난 얼굴에 표정이 많은 편이라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비춰지는 편인데. 얼굴에 감정이 많이 드러나게 되면 때론 포커페이스인 상대를 만날 때 불리한 경우가 있다. 아무리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표정을 최대한 없애려 노력해 봐도 내 표정을 100% 감출 수가 없어서 언제 나아지나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나도 최대한 이성적이(으로 보이)고 싶다고. 근데 있잖아. 내가 최근에 겪었던 경우들을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여러 방면에서 곰곰이생각해 봐도 이런 경우엔 당연히 화가 나고 황당하다 싶은 게 맞는 것 같기도 한데?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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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최근 그리 마음이 좋지만은 않은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무슨 경험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고, 어떤 것들을 더 느껴야 하는 것일까. 아침에 문득 한국 책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읽고만 싶다는 생각에 추운 겨울에 독립서점에서 산 책을 꺼내서 카페에 가져갔다. 작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이번 시기에 굉장히 걸맞게 들리는 이야기라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 나도 어디론가 가고 있구나. 적어도 멈춰있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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