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살면서 확신이 든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순간들을 여러 번 겪어왔다.
확신도 기대의 일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함부로 확신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
괜히 기대의 감정을 넘어 확신까지 가게 되면 정말 큰 실망이 다가올까 봐 말이다.
겉으론 확신에 가득찬 척, 담담한 척, 떨리지 않는 척해도, 속으로는 얼마나 동공 지진이 일어났는지.
특히 사람의 마음속은 더욱 알 수 없고, 상대방 말고 나조차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확신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와 더불어 확신한다는 사람의 말도 믿기가 어렵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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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1.
내 시력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라식이나 라섹 등 교정을 위한 수술을 할 만큼의 용기는 없다. 벌써 렌즈를 착용한 지 17년 정도 된 것 같다. 중학교때부터 콘텍트렌즈-하드렌즈를 지나 이번엔 한달용 콘텍트렌즈를 사용중이다. 물론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운동할 때만 착용하고(러닝할 땐 제외) 집에 오면 무조건 제일 먼저 렌즈부터 뺀다. 눈이 나쁜 사람들은 다들 알다시피 렌즈나 안경을 착용한 직후엔 시력이 평소보다 순간 더 나빠진다. 안그래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눈이, 렌즈를 빼고 나면 더욱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갖고 살게 된다. 이런 와중에 조명마저 어두워버리면 너무 답답해진다. 그래서 집에선 웬만하면 항상 밝게 불을 켠다. 누군가는 불을 끄고 미미한 조명빛을 켜고 지내는 것을 선호하지만, 눈이 좋지 않은 내겐 매우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말레이시아 집은 한국처럼 아주 밝은 형광등이라기보다는 노랗고 은은한 빛이어서 처음에 적응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이제는 은은한 불빛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래도 아직까지 집에서 불을 다 끄고 작은 조명만 켜놓는 건 못하겠더라.

2.
그래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만 보던 사람을 환한 곳에서 보는 게 사실 익숙하진 않더라. 어두운 조명 아래에선 없던 감정도 생기는 마당에, 환한 조명 아래에선 마치 환상이 깨지듯 있던 감정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그 사람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만 찾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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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꼭 필요한 것들도 사지 못하게 했던 한 줌의 걱정
이제는 이름도 까마득한 내 첫 에프바이 페라가모 향수
수다도 떨고, 계획도 세우고, 팔찌도 만들던 우리 동네 카페
늘 현명한 선택만 할 것만 같았던 어떤 삶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밤
속도를 더 줄일까 말까 고민했던 페달 밟던 순간들
찬 바람이 불 때쯤 동네에 사는 친구와 만나 함께 붕어빵을 먹던 순간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더욱 관심이 없었던 희대의 라볶이 레시피
제일 깡말랐었을 시절에 신나게 주문했던 밀크팥빙수 

홍대에서 이젠 먹을 수 없게 된 히비의 앙카케
가을에 연차를 내서라도 꼭 가야했던 프로젝트 온더로드
고작 한 번이지만 진한 추억으로 남은 나의 작은 카페
특히 돈 앞에서 크게 들렸던 머리 굴리는 소리
막간을 이용한 테라스 영어교실
언제라도 네겐 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과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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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

집에서 엄마가 삼계탕까진 아니고 닭을 통째로 삶은 후
김이 조금 빠지면 꺼내서 살을 발라주셨다.
그러면 나랑 동생은 소금과 후추, 그리고 깨를 섞은 종지에
닭고기를 콕 찍어서 야금야금 먹기 바빴지.
그리고 양이 적은 나는 닭고기가 맛있어도 절대 배부를때까지 먹지 않았다.
왜냐면 마지막에 남은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끓인 닭죽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지.
집에선 닭죽 먹고 싶다고 엄마한테 한 마디만 지나가듯이 해도
엄마는 그 말을 기억하곤 그 날 저녁이나 다음날에 생닭을 사오신 후 뚝딱 해주셨다.
근데 자취한 이후로 닭죽이 생각나서 밖에서 사먹으려고 하면 왜 이렇게 발이 안떨어지는지.
본죽에 가도 삼계죽은 비싼 죽에 속했다. 그러다보니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엄마밥은 언제나 최고다.
아빠와 동생은 종종 싱겁다, 짜다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사실 요리에 아주아주 뒤늦게 재미를 붙인 엄마였기 때문에
간이 안 맞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근데 나는 싱거운 것은 싱거운대로 좋았고,
밍숭맹숭한 것은 그것대로 좋았다.
그냥 엄마가 해준 음식은 다 좋아했다.
식탁 앞에선 불평없이 먹는 나를 엄마가 제일 좋아했다.
나중에 한국가면 엄마한테 닭죽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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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1.
이제는 잠깐 머물다가는 자리가 아닌
정말 내 공간, 내 자리들을 만들어보기

2.
인스타그램에서 한창 미니멀리즘이 유행했을 때
몇 개의 계정을 팔로우 한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집은 정말 새-하얀 인테리어에
아일랜드 바 위, 식탁 위, 책상 위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더라.
난 속으로 '음. 이런 걸보고 미니멀리즘 삶이라고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고,
'위에 아무것도 없으니 먼지 닦긴 되게 쉽겠다'라고 생각했다.
당시 내 옆에 누구는 '와 다 하얗네. 되게 정신병원 같다'라고 말했다.

3.
난 솔직히 조금씩 미니멀리즘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화장대를 보면 되게 비슷한 색의 립스틱과 섀도우들이 즐비하고,
밤에 바르는 나이트크림과 선크림만해도 최소 2개 이상이다.
이젠 화장실만 가도 샴푸와 바디워시, 트리트먼트들은 최소 두 개 이상 가지고 있을 뿐더러
주방에 키친타올은 늘 여분이 쌓여있어야 하고, (두루마리휴지와 곽티슈들도 당연하다)
립밤도 도대체 몇 개를 한 번에 쓰는건지.

4.
사실 사무실은 손이 잘 안 간다.
예전에 오래 다녔던 회사에서 너무 내 자리를 뜬 자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리가 잘 안 꾸며져.
꾸미고 싶어도 잘 꾸며지지 않는다.
흥이 생기지 않는달까.
예전 회사에서 친했던 동료는 다육이와 다육이들을 놓을 수 있는 선반까지
책상 앞 파티션에 달아두던 모습이 생각나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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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

어느 누구도 슬픔을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조바심이라면 조바심이고, 노파심이라면 노파심으로 강요되어졌을 뿐. 셀프강요로 인해 나는 고비를 넘긴 것 같다. 밤마다 그리워서 우는 일도 없으며,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간절해지지도 않았다. 여긴 다행스럽게도 계절의 장난도 없어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물론 다달이 부-욱 찢어버리는 달력과 매주 넘어가는 다이어리 덕분에 가을을 실감하고, 추워졌다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말, 그리고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이 계절을 느끼게 해줄 뿐. 계절의 관성때문인지, 무의식 중에 계절을 학습한 덕분인지 몰라도 네일아트샵에서 색을 고를 때 쨍한 여름 색들은 외면하고 약간 어둡고 가을무드가 느껴지는 색을 고르는 내가 재미있다. 아 또 한 가지, 쇼핑몰에 가득 들어찬 브랜드샵들에도 계절은 있다. 자라엔 털옷이 잔뜩 나왔고, H&M엔 니트가 잔뜩이다. 여행도 없는 이 시점, 이 더운 나라에서 얼마나 팔릴 진 의문이지만. 작년 뉴욕에서 샀던 앵클부츠는 몇 번 신지도 못하고 부모님집 신발장 구석에 쳐박혀있고, 제작년 영등포 자라에서 내 사이즈에 맞는 걸 찾아다니다 겨우 구했던 니하이부츠 역시 큰 키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으로 접혀서 어딘가에 박혀있다. 제 짝을 찾지 못한 부츠들만이 슬픔을 머금고 있을 뿐 무작위로 강요되어진 나의 슬픔은 나름 방어할 수 있는 음악들을 따라 이리저리 새어나갔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캐롤이든, 스티커든, 현실이든 머물게 하고 싶은 것들을 채워넣는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단연 숲이고 풍경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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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현타  (0) 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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