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봤는데

1.
예전에는 절대 생각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
하루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마음이다가도 하루는 바늘구멍보다도 더 작아져 버리는 속.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특히 종종 찾아오는 변화무쌍함에겐 시간이 답이야.
누군가에겐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눈 비비는 것처럼 쉽겠지만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답답한 사람에겐 가장 어려운 해답이기도 하다.

4.
30대가 된 아무개는 세상 다 산 것처럼 말한다. 이제는 기회를 잃었대. 예전엔 저랬는데, 이제는 이렇대. '지금도 젊다'라는 말 밖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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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티

1.
버블티는 배고플 때 먹기도 애매하고 배부를 때 먹기에도 애매한 존재지만 늘 좋아한다고 얘기한다. 

2.
다니던 대학교 앞에 싼큐라고 버블티랑 지파이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있으려나. 생각해 보니 싼큐에선 버블티에 대한 기억보단 갓 튀긴 지파이를 사서 학교 잔디밭에서 맥주랑 먹었던 기억이 나네. 

3.
작년에 말레이시아에 처음 갓 와서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쇼핑몰에 로비 의자에 지쳐서 앉아있는데 눈앞에 버블티 가게가 눈에 띄었다. 마침 목도 마르고 조금 출출하기도 하니 버블티를 마시면 딱 좋을 것 같아서 밀크버블티를 시키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픽업대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내가 주문한 버블티가 나왔는데! 앗! 안에 타피오카 펄이랑 이상한 누들 젤리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하 그 누들 젤리는 물컹하기만 하고 딱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별로였어. 

그때 난 말레이시아 버블티는 펄만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젤리도 넣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니었다. 다른 버블티 브랜드 가게에서 시켜먹어보니 원래 내가 생각한 딱 그 버블티였다. 버블티는 대만에서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말레이시아에도 버블티 브랜드가 엄청 많았다. 길을 가다보면 귀엽게 생긴 간판이 있길래 자세히보면 대부분 버블티 가게! Tealive, Chatime, Daboba 등 수십가지는 넘는 것 같았다. 특히 큰 쇼핑몰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블티 브랜드 공차가 대부분 들어와있는데 공차 앞에 이승기 입간판이 버젓이 서있다. 

4.
보바티. BOBA TEA. 말레이시아 친구들은 버블티를 보바티라고도 부른다. 작년에 회사에 디자이너로 차이니즈말레이시안 친구가 인턴으로 들어온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름 디자인 감각이 좋았다. (비록 내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이렇게 표현한 건 걔가 했던 디자인이 너무 나랑 코드가 잘 맞았고, 개인 프로젝트 등 포트폴리오만 봐도 너무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하루는 그 친구가 과거에 만든 디자인 작품들을 보는데 BOBA TEA라고 쓰여 있길래 이름이 귀여워서 보바티는 뭐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버블티래. 귀여워. 글 쓰다 보니 갑자기 버블티가 먹고 싶네. 버블티를 주문해야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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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

1.
어디선가 인생이 지루할 땐 적을 만들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루함보다 더 큰 고통이 찾아올 텐데 그걸 말이라고. 

2.
바꿀 수 없는 남을 탓하기보단 내 운명을 탓하는 것이 정신승리의 지름길.

3.
그리 못돼 보이지 않는 애들도 뭉치면 파벌이 되고, 하나의 공동의 적을 만들어버리면 당할 재간이 없다. 그들만의 이상한 안정감에 사로잡혀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을지 알기나 할까. 아마 짐작하기도 싫었을걸.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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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1.
길지도 않은 답장엔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오매불망 기다린 티, 모바일 메신저 따위는 없던 시절 문자로 답장을 받고 들뜬 티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귀여운 시절들. 앞에서 교수님은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핸드폰을 꼭 쥐고 언제 답장이 올까, 핸드폰 확인할 시간도 없이 바쁜 건가, 내 답장은 궁금하지도 않을까, 나만 기다리는 건가 등등 초당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서 아주 심심할 틈이 없었지. 

2. 
말레이시아에 오면서 무수히 많았던 연락처를 절반 이상 지워냈다. 같이 수업은 들었지만 졸업 후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친구, 동아리에서 같은 학번이라고 그렇게나 반가워했지만 그때뿐이었던 친구, 네트워킹 모임이나 행사, 컨퍼런스 등에서 만나 두어 번 정도 마주쳐서 공유했던 여러 연락처, 우연한 사건으로 알게 되어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다 몇 번 만난 후 더 이상 검색하지 않는 연락처, 고개를 숙이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거래처 담당자 등 그 외 말 못 할 연락처들을 모조리 비워냈다. 혹시나 내가 지웠던 연락처들 중 그 뒤 연락이 와서 내가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은 역시나 기우였다. 미처 숫자 몇 개들과 함께 지워지지 못한 미련들만 남았을 뿐이지.

3.
가면 갈수록 사이즈가 커지고 두께는 두꺼워지는 아이폰 소식을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컨디션이 딱히 좋지 않은 내 손목은 더 이상 남아나지 않겠네. 더 가벼워질 순 없니.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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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아름다워서

1.
내 눈 앞에 펼쳐진 아경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와', '너무 예쁘다', '진짜 멋있다' 연신 감탄만 내뱉었다. 야경에 온 마음을 빼앗겨 아무리 불리한 제안이라도 다 수락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1초라도 더 내 눈 앞의 광경들을 눈에 담고 싶어서 더 깊은 생각할 틈도 없이 알겠다고 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 

2.
요즘 자꾸 8년 전을 알려주는 페이스북 때문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땐 술을 안마시고 어떻게 노냐는 질문들을 종종 받았다. 그렇지만 술이 없어도 우린 우리대로 즐거웠다. 우리 앞엔 술보다 커피가 훨씬 많았고, 하루는 민트초코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간에 탑이 쌓아진 아이스크림이, 하루는 거대한 녹차빙수가, 하루는 미키마우스 와플이, 때론 멀리서 배달온 쌀과자가, 때론 겉튀김이 가장 맛있었던 돈까스가, 돌아보면 어울리지도 않게 굉장히 매운 치킨이 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쓰는 에너지를 아끼고 아껴서 술을 마실 때 하는 이야기들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그렇게 서로를 알아갔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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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텐데. 
자의적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의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한계까지 다다르고 나서야 온다.
그래야, 그제서야 변화가 일어난다.
한계를 느끼지 못한다면 변화도 없다.
어떤 부분에선 너무 가혹한 진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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