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

1.
핫도그 먹을때 절대 그냥 못먹겠다.
사실 그렇다고 많은 양의 케첩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난 케첩 한 줄이면 끝인데, 어느 누구는 진짜 핫도그 위에 케첩을 있는대로 세 줄이고, 네 줄이고, 케첩이 흘러 넘치 정도로 마구마구 뿌려먹더라.
하루는 어느 누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케첩을 많이 뿌려먹냐고.
그랬더니 어느 누구는, "내가 먹는건 밥 한 숟갈 가득 먹는 느낌이고, 네가 먹는건 쌀 세 톨만 먹는 느낌이야. 그럴 정도로 맛이 안나."라고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입이 짧고 작긴 하지만, 그 정도인가? 
그래서 나도 하루는 그 어느 누구를 따라서 케첩을 있는대로 잔뜩 뿌려서 핫도그를 먹어보았다.
윽.
케첩 맛이 너무 강해서 혀가 아릴 정도였다. 빵 맛은 전혀 안나고, 시큼시큼한 케첩만 잔뜩 입 안에 뿌린 느낌이였다.
역시 사람은 살던 대로 살아야하나.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핫도그 위에 올려진 케첩도, 돈까스에 찍어먹는 소스도, 밥 위에 올려먹는 김치의 크기도, 만두에 찍어먹는 간장도, 삶은 계란에 찍어먹는 소금도, 너와 나의 간격도.

2.
요즘 달수빈에 빠져있다.
달샤벳이라는 아이돌을 했다가, 솔로로 다시 나온 달수빈.
달샤벳으로 활동할때는 그냥저냥 예쁘장한 아이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솔로로 나오면서 작사작곡도 혼자 다 하고, 목소리도, 노래도 정말 다 좋아서 계속 들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주 일요일 오전, 마라톤을 신나게 뛰고 오후내내 집에서 미동도 안하고 거실쇼파에 누워 TV를 봤는데,
그때 처음 Katchup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무대도 너무 특이했고, 노래도 그렇고, 모든게 충격이여서 계속 그 노래를 들었고, 유튜브에서 '동그라미의 꿈'이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에 또 충격을 받아서 계속 듣고 있다.
사실 난 좋은 노래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편인데,
이 노래는 모든 사람이 다 별로라고 해서 조금은 속상했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들어야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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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1. 
친구들을 만날 때나, 예쁜 구두를 봤을 때의 3만원, 5만원, 10만원과,
부모님께 드리는 3만원, 5만원, 10만원은 왜 이렇게 무게가 다른가.

2.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개발이나 공부를 한다거나, 읽고 싶다고 하는 책이 있다면 아낌없이 꼭, 사줄꺼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독서시간을 꼭 마련해서 나란히 앉아서 책 읽는 습관을 들여줘야지. (마음처럼 될까)

3.
러닝시계를 강력하게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알쏭달쏭하네.

4.
이런 기분을 느낀지는 꽤 오래 전부터인데,
예쁜 블라우스나, 비싼 자켓이나, 사고싶었던 가방보다
나이키에서 운동복을 사는 내 모습이 너무 어른같아서 이상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코트보다 비싼 것도 아니고, 블라우스보다 화려한 것도 아닌데.
뭔가 어색해. 아직도.
이제 뭔가 할 거 다 하고 사는 느낌이 들어서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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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1.
이제까지 잘 다듬어왔다고 생각했다.
계속 이대로만 더 다듬어가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의 정도, 사람의 마음, 믿었던 관계, 심지어 나의 마음까지도. 
곱게 다듬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너무나도 무심하게 거칠어졌다.
거칠어졌다고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이미 고르고 골라서 다듬었던 건데.
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뭐겠어.
또 다듬는 수 밖에.

2.
산송장같이 거실바닥에 오랜시간 누워 생각을 해봤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무니, 거의 시간여행 수준이 되어버렸다.
13살때의 나도 나오고, 15살때의 나도 나오고, 19살때의 나도 나오고,
21살때의 나도 나오고, 24살때의 나도 나오고, 26살때의 나도 나오고,
2015년의 나도 나오고, 2016년의 나도 나오고, 2017년의 나도 나왔다.
그렇게 시간여행을 하다보니 너도 있었다. 네가 궁금해서, 네가 궁금해져서,
채팅방을 켜서 애꿏은 아이폰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마치 도피처같잖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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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

1.
무미건조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아주 조금은 익숙해졌다.
사실 내 성격은 중간이 없고, 좋으면 한 없이 좋아하고, 싫으면 그냥 싫어하는데,
이제는 나와 전혀 다른 방향인 사람들과는 그냥 무덤덤하게 지내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려웠다. 

2.
너와는 절대 무미건조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따뜻하고, 마음이 일렁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는 내게 매우 가까이 있으면서도 먼 사람이다.
혹시나 이건 네가 봤을까,
혹시나 네가 나를 잊을까,
혹시나 네게 나는 없을까,
매일 혹시나하며 의심해본다.
이게 너의 이야기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지.
네가 가끔 매우 보고싶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어쩌다 너의 나이대인 사람을 보면,
네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3.
내 인생을 무미건조하게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세먼지는 내 힘으로 어떻게 안되나보다.
진짜 미워.
원망스럽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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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초코

1.
4년전인가. 5년전인가. 
그때 홍대에 있는 카카오봄이라는 카페에 다녀온 이후,
다른 카페에서 핫초코를 잘 시키지 않게 되었다.
거기서 먹었던 핫초코가 정말 너무 진하고 맛있어서 그 기억을 간직하고,
다른 카페에서 핫초코를 시키면 너무 밍밍하고, 맹맹하고, 싱겁기만 했다.
카카오봄을 갔던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하다.
다행히 누구와 갔는지 이 글을 쓰면서 기억은 났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였다는 것도 기억이 났다.
그래, 그거면 됐지. 
이미 겨울이 다 갔네.
한 겨울에 마시는 핫초코가 정말 최곤데.
꽃샘추위가 만약 온다면 그곳에 가리.


2.
'네가 먹고싶은거 두 개 시켜.'
좋은 카페에 가면 항상 듣는 말.
내게 커피메뉴 선택권을 모두 넘겨주는 그 사람이 귀엽다.
그 말을 들으면 뭔가 다 가진 느낌이 난다.
하지만 다시 살짝 나는 그 사람에게 선택권을 들이민다.
물론 선택옵션은 두 개 정도 주면서.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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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1.
명절때 괜히 일찍자기 아까워서 이것저것 보고 듣다가 새벽에 자서 아침에 깨고, 낮잠도 자고, 밤에도 자고, 또 새벽에 깨어있다가, 낮잠도 자고, 그렇게 몇일을 보내다가 몸이 찌뿌둥하고 이제 일 좀 열심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잠든 일요일 새벽 2시 30분. 그리고 평소 워킹데이보다 1시간 반은 늦게 일어난 월요일 아침. 그야말로 대 늦잠! 

2. (사랑의) 저주
문득 생각난건데, (저주아닌 저주이지만,) 나는 네가 늦잠자고 일어나서 화들짝 놀라는 그 마음처럼, 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화들짝 놀라게 깨달아버려서 내게 더 잘해줄 걸 후회와 미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플러스로 앞으로 그러면 더 잘해주지 않을까? 맨날 매순간 다정다감하게!)

3.
주말에 늦잠자는 날이 점점 사라지는 계절이 오고있다.

4. (괴기한) 어제의 꿈
꿈에서 말이야.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고등학교에서 다같이 급식 비스무리한 것을 단체로 먹었어. 선생님들까지 전부. 근데 그게 독성(?)이 있는 음식이였었나봐. 갑자기 학생들과 선생님들 몸에서 막 나무뿌리 또는 두꺼운 줄기 같은 게 나기 시작하는거야. 어떤 사람은 얼굴에서 나고, 어떤 사람은 팔에서 나고, 어떤 사람은 몸통에서 나고. 다들 놀라고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틈타 나는 밖으로 도망쳤어.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지. 나 이런걸 먹었고, 사람들이 이상해졌다.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상한 뿌리같은게 나는거 아니냐고 막 걱정해줬어. 그러다가 잠에서 깼어. 되게 생생해서 엄청 무서웠단말이야.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어제 밤을 찐게 생각이 났어. 우리엄마가 2-3주 전에 나한테 큰 공주 알밤 열 몇 알 정도를 사주셨었거든. 그걸 내가 아일랜드바에 놓고 있다가, 어제 생각이 나서 썩기 전에 빨리 밤을 쪄 먹어야지, 하고 밤이 들어있는 봉지를 열었는데, 글쎄 말야. 나는 밤에 싹이 난 걸 처음봤어. 정말 너무 괴기했어. 진짜 소름끼치도록 이상했어. 몇 알은 싹이 났길래 인터넷에 찾아보니 밤은 싹이 난 부분만 제거하고 먹어도 된다고 써있더라. 그래서 싹을 과도로 다 잘라버렸지. 그 큰 공주 알밤에 싹이 나 버리니 정말 징그럽기 짝이 없었어. 그게 내겐 무의식 중에도 너무 충격적이였나봐.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

5.
하루는 정말 원없이 자본 적이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럽고, 온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서 엄청난 늦잠은 딱히 좋지 않구나, 라고 느꼈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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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리

1.
친구랑 놀았다. 그 친구의 친구도 같이 놀았다.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친구랑 내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가기로 약속하고,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술에 취한 나머지 씻지도 못하고 그냥 침대에 누워서 잤다.
다음날이 되었다. 친구한테 잘 들어왔냐고, 학원에서 보자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우리집은 상가건물 내에 있어서 (가게를 했다) 상가 건물 화장실에 샤워실이 함께 있었다.
어쨌든 열심히 샤워를 했다.
샤워를 다 하고 다시 방에와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당연히 와있을 줄 알았던 친구의 답장이 없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두려웠다.
어제 친구가 놀다가 어디서 사고를 당한건 아닐까,
누구에게 납치를 당하진 않았을까,
무슨일이 생겨서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한 것은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 걱정을 하면서 일단 학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핸드폰을 늦게 봤다고 했다. 너무 안심이 되었다.
영어학원에 가서 친구의 얼굴을 보자 너무 기뻐서 막 웃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꿈이 너무 생생했다. 친구가 연락이 안되서 두려워하는 기분까지도 생생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봤다. 그랬더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5분 내로 답장이 왔다.
휴.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2.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집에 와서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들 때,
항상 머릿 속에서 나는 이미 옷을 벗고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가고,
샤워를 다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 꿈을 꾼다.
사실 그것이 꿈인지, 환상인지, 생각인지, 여운인지, 바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생생해.
근데 사실은 아냐..

3.
우스갯소리로 조상님이 나와서 로또 번호를 알려준다는데,
왜 우리 할아버지는 나 안보러오나.
나 안보고싶나.
나는 로또 번호가 보고싶은건가, 할아버지가 보고싶은건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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