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1.
만나고 이야기했던 기간이 얼마나 되든
한결같은 스탠스는 도대체 뭐야.
그냥, 어쩌다 기회가 되서 그런거겠지.
그냥, 만나면 괜찮고 아니면 말고 그런거겠지.
순간 기대하게 되고 콩닥거리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이 되지 않고,
그러기엔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고.
매번 반복되는 순간들에 생각과 감정 또한 반복된다.
눈치없이 일렁이는 마음들도.

2.
식물을 키우는 일들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 집에는 스파티필름과 행운목, 그리고 높게 뻗은 선인장이 있는데
모두가 나 몰래 짠 듯, 하나같이 어렵다.
스파티필름은 잘 자라는 듯 싶더니, 해를 보지 못하는 쪽은 금새 고개를 숙여서
종종 화분의 위치를 앞뒤로 바꾸어줘야 하고,
행운목은 비교적 잘 자란다고 했지만 물을 엄청 먹지 않아서
내가 주는 물 족족 아래 화분 받침이 넘실거리고 심지어 넘쳐흐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높게 뻗은 선인장은 한 번에 3~4개의 잎이 나는데, 
하루하루 길게 뻗다가 금새 끝이 안으로 구부러지고, 까맣게 말라죽는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긴 일러서 물의 양과 물 주는 기간을 조절해가며 고군분투 키우고 있다.
집에서 엄마가 키우는 식물들은 너무 많이 자라 바닥에 끌리고, 잎이 엄청나게 무성하기 바쁜데.
보기엔 쉬워보여도 직접 키워보니 쉬운게 아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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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

당장 내일의 일도 어떻게 될는지 사람일은 모르는거라 장담하는 것들의 많은 부분들이 의미없어질 때가 많다.
함께 가자고 장담했던 그들은 지금 어디 있는 지도 모른 채 뿔뿔이 흩어졌고,
꼭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던 그들은 자신의 앞가림도 겨우하기 바빠 어느새 잊혀졌다.
장담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는 엄청나게 결연해보였지만 이제는 속없는 껍데기인 것들만 잔뜩 남아있는 것 같아서 꽤 석연찮다. 장담하는 사람들보다 조용히 행동하는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간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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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엄마는 무지외반증이 심하다. 젊었을 적에 직업상 힐을 많이 신고 다니셔서 엄마의 발모양은 기형적으로 변해버렸다.
(나도 요즘 무서워서 힐과 운동화와 로퍼를 골고루 번갈아 신는다. 아직 높은 굽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다...)
그래서 항상 오래 걸으실 때마다 불편하고, 또 무지외반증때문에 튀어나온 부분이 빨개져있다.
그런 엄마에게 처음으로 가격은 생각하지말고 이것저것 신어보고 편하게 신발을 고르라고 했던 올해 어버이날. 

엄마는 몇 년 전, 구두상품권이 생겼다며, 아빠에게 구두를 사줬다. 아빠는 그 구두를 밑창이 떨어지고, 뒷 가죽이 헤질때까지 신고 다니셨다. 그 비싼 구두가 못 신게 될 즈음 인터넷쇼핑에 익숙해진 아빠는 (냉장고도 온라인으로 사셨다지. 최저가로 샀다고 좋아하셨다)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명 브랜드없는 구두를 신으셨다. 내가 집에가면 이 구두 싸게 샀는데 이쁘지 않냐며, 자랑을 늘어놓으신 아빠. 그런 아빠에게도 비싸진 않지만 꽤 괜찮은 구두를 선물해드렸다.
우리 아빠도 꽤나 취향이 있기 때문에, (그냥 아무 구두나 괜찮다고 신지는 않으신다. 나름 아빠 기준에서 예뻐야 한다.)
직접 아빠를 모시고 가서, 아빠가 직접 신어보고, 걸어도 보고. 그래서 고른 구두라서 더 뜻깊다. 

나 역시 지난 10년을 힐을 고집했었다. 덕분에 수차례 구두 때문에 굳은살도 생기고, 발톱도 빠져보고, 발가락도 그리 예쁘지 않다. 이제는 조금씩 힐에서 내려오는 시간이 많아졌다. 제일 큰 계기는 일주일에 한 번 자세교정 PT를 받고 있는데, 내 발과 발목이 힐 때문에 많이 약해지고,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이 온 몸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신발장에 높은 굽의 구두들이 많지만, 언젠가는 적어지는 날이 올 것 같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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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1.
올 여름에는 딱복, 물복이라는 단어를 새로 알았는데,
그 단어들의 생김새가 괴상하지만 뜻은 귀여워서 뭔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내가 2019년까지 살면서, 올 여름에는 감사하게도 정말 향긋하고 맛있는 물복을 많이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지금도 냉장고에 투명한 비닐과 검정색 비닐을 뚫고 나오는 달콤한 향을 지닌 복숭아들이 잔뜩 날 기다리고 있다. 
복숭아가 이렇게 맛있는 계절은 처음이야.
내 사랑 복숭아!

2.
맛있는 건 꼭 나 먼저 주는 너의 모습이 
티는 안냈지만 은근히 많이 좋다.
그런 모습을 항상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매번 새삼스럽고, 두근거린다.

3.
요즘 떡볶이가 엄청 땡기는데, 집 주변엔 맛있는 곳이 없다.
포장마차에서부터, 오래된 분식집, 그리고 배달음식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떡볶이를 집에 사와서 먹어보지만,
아직 최애 떡볶이는 찾지 못했다.
평일에 집 골목 아래 새로 생긴 분식집을 가 볼 예정이다.
집이랑 무지 가까워서 그 곳 떡볶이가 맛있었으면 좋으련만.
찾으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가야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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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1.
이제 곧 방학이 끝나고,
소셜미디어에서 종종 보이는 글들은,
방학이 끝나서 엄마는 좋고, 방학이 끝나서 아이들은 아쉽고.
방학이 끝나서 선생님은 좋지만 아쉽다는 내용들이다.
그렇지,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정시에 맞춰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기도 하지.
막상 나도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몇 년을 지내다보니, 
여기저기 보이는 관점이 달라진다.

2.
9시까지 가는 회사보다
9시까지 가는 학교가 그리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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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존재

1.
존재만으로도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나도 그런 사람이려나.

2.
짧다면 짧은 내 인생의 1/3을 함께한 산 증인들이 있기에
오늘도 괜히 웃음이 난다.
불현듯 떠오르는 재미있던 추억들이 비타민역할을 해준다.
귀엽고 고마운 사람들.
계속 해줘. 나랑.

3.
아빠는 괜히 내게 개그욕심이 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더 웃기고 싶고,
한 번이라도 더 웃기고 싶다.
더 재미있어지고 싶게 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관심있어 한다는 증거고, 내가 관심받고 싶어 한다는 증거다.

4.
내가 비록 몸집은 작지만 큰 존재가 되기 위해.

5.
집 바로 맞은편에 삼겹살배달전문점이 생겼을때
배달거리가 1분도 안되서 진짜 바로 구운 따끈한 삼겹살 먹을 기대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는데,
막상 별로 안시켜먹게 되는건 뭐지.
항상 언제든 시켜먹을 수 있다는 괜한 안도감때문에 그런가.
그러다 사라지면 괜히 또 먹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고.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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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시선  (0) 2019.08.02
290.열정  (0) 20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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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돌담

1.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이별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들었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TV에서 들었나.
그래서 내게 덕수궁 돌담길은 뭔가 가면 안되는 곳, 괜히 삭막할 것만 같았던 곳으로 생각되었던 곳이다.
하지만 제작년 여름에 서울시청을 밥먹듯 갔었는데, 
그때 덕수궁 돌담길에서 플리마켓을 정기적으로 열었고, 공연도 종종 했었다.
돌담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항상 음악이 끊기지 않아서 괜히 흥이 났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와 함께 돌담길을 걷는게 나름의 비타민이였고,
플리마켓에서 팔찌를 몇 세트씩 사기도 하고, 타래과자 시식을 몇 차례씩 하기도 했다.
돌담길을 쭉 걸어가서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던 쌀국수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고,
어렵지만 편한 상사랑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돌담길은 생각외로 꽤나 낭만적이였고, 누군가의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도 충분한 장소였다.
초록초록한 나뭇잎과 기와가 어우러진 여름의 돌담길은 앞으로도 잊지 못하고 추억할 장소다.

2.
아무리 좋아한다고, 보고싶다, 잊지 못한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싱겁고 맥이 빠지는 말 뿐이였다. 
돌이켜보면 결국 우리는 서로를 버렸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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