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1.내 안의 나를 지키려하는 이기심과 현재의 감정을 늘 표현하고 싶은 욕심들의 충돌.항상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려다가도 팽팽하게 버티던 충돌이 한 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울때기우는 낯섬에 한번 놀라고, 그 낯섬을 시작으로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않아 또 한번 놀라고.그래도 그래도 또 다시 안정을 찾으려 백번 천번 생각하고 수없이 입장을 바꾼 끝에이내 찾아온 평온. 그 평온을 지키고자 오늘도 노력하는 애쓰는 마음들. 2.기억이고, 추억이고, 그 모든건 이미 지나간 것이 분명하고,더 중요한 건계속해서 펼쳐질 내 앞의 시간들. 3.문득 궁금했다.왜 이 사람은 힘든적이 없는 걸까?분명 사람이면, 1년 365일 중에 힘든 날이 분명히 있는데 말이지.나는 어느정도 이제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할 줄도 알고,때론 징징거..
*할아버지 1.할아버지 장례식장이 내 생애 첫 장례식장이다.하얀 국화에 폭 쌓인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니,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 마음속으로 당황스러웠다.그래도 큰손녀라고 상복을 입고 조문하러 오는 친척들을 맞이했고, 불행 중 다행히도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 모두들 침착했다.늦은 밤이 되자 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엄마도 이제 좀 쉬자고 했다.하루종일 밥을 먹지는 않았다. 그냥, 입맛이 없었다.땅콩 몇 알정도만 먹은게 전부다.할머니와 엄마는 할아버지가 주시는 음식이니 먹으라고 했지만,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냥 그렇게 하지 못했다.그 후에도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그 죽음과 애도의 분위기에서 나는 아직까지도 적응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수영 1.언제나 수영장에서 볼 수 있는 소독된 깨끗한 물에서 헤엄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시야확보도 잘되어 옆에 누가 지나가는지도 알고, 내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벽이 있는지도 알고.물안경을 쓰지 않아도 눈이 따갑지 않고, 파도따위도 없고,그냥 내가 가고싶은 곳으로 곧장 힘껏 물장구치며 나가면 언제든 갈 수 있는.하지만 주로 헤엄치게 되는 곳은 어딘지도 모르는 바닷속 흙탕물.해파리에 쏘일지도 모르고, 거친 파도때문에 방향을 잃게되고, 물안경이 있어도 쓸려나갈 수도 있고,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물장구를 쳐봐도 계속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고, 어쩌면 뒤로 밀리는 것만 같고.그래도 지금 발을 구를 수 있는 자체에 감사하자. 2.'동기'에 대해 생각해봤다.대학교에서 크게 의미없는 학번 동기 말고, 영어로 ..
*질투 1.회색빛의 교복을 입고 남색 넥타이를 열심히 매던 시절에.처음으로 내가 많이 좋아했던 아이와 헤어졌고, 그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같은 반 여자아이와 만났다.내 자리는 교실 맨 오른쪽 줄이였고, 덕분에 교실 앞문에서 이야기하는 모습과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그 아이는 여자친구를 만나려고 매 쉬는시간마다 우리반 앞문으로 왔었고,곧 여자아이를 만나 그 앞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했었다.지금보다 훨씬 더 감정에 서툴렀던 그때, 나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었기에 그 여자아이를 질투했다.하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냥 그 모습을 외면하려고 책상에 엎드리는 것 뿐이었다.이어폰을 가져오지 않아 들리는 소리는 어찌 피할 수 없었다.쉬는시간 10분이 30분처럼 느껴졌고, 1분이 굉장히 느리게 갔다.한..
*도전 1.이런게 있네.어떨까.해볼까?해보자! 보통 도전하는 나의 프로세스.도전을 시도하는데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을 100%로 본다면,이런게 있네.는 40%, 어떨까.는 24%, 해볼까?는 26%. 해보자!는 10%. 새로운, 또는 마음이 가는, 가슴뛰는 것을 발견하면 계속해서, 반복해서 찾아보게된다.그리고 그 어떤 것에 나를 대입해본다. 내가 저 어떤 것의 한가운데에 있다면.물론 명확한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가슴이 뛰고, 설레이고, 자꾸만 생각나고, 마음이 간다면.DO! 2.크던 작던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한 건 안다. 적어도 내겐.하지만 도전 옆엔 좌절과 허무함과 자괴감과 비관이 붙어있다.낙천적이라고 생각하는 나 역시, 365일 24시간 내내 싱싱한 눈으로 도전하고 있지는 못한다.낙이..
*토마토 1.'땅에 묻힌 토마토 씨앗에서 줄기가 자라기 시작하고 점점 줄기가 커지면서 꽃이피고,초록초록한 토마토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토마토가 주황빛을 띄다가 빨갛게 익어 간다.이런 거대한 토마토농장에서 엄청난 양의 토마토들을 수확하고,수확된 토마토들은 컨베이너 벨트 위에 놓여져 사람들이 안 좋은 토마토들을 가려낸다.그리고 그 토마토들을 차곡차곡 담은 박스는 트럭을 타고 시골을 나와 큰 도로를 지나 건물을 지나 도시로 들어오게 되고,대형마트 창고에 안착한다.대형마트의 콧수염이 달린 남자직원에게 박스가 넘겨지고, 그 남자직원은 박스들을 바퀴달린 카트를 이용해 매대로 옮겨 놓는다.그렇게 잘 익은 토마토들은 대형마트 매대 위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게 되고,손목 부분이 귀여운 하늘색 셔츠를 입은 할머..
*환절기 1. 19년 만에 집에 있는 냉장고를 바꿨다. 집에 있는데 아빠가 와보라고 부르시길래 쪼르르 달려갔다. "우리 냉장고 이걸로 바꿀꺼다!" 라고 하시면서 모니터를 내 쪽으로 향해 틀어주셨다. "우와. 진짜? 우리 냉장고 바꿔?" "응. 오래도 됐고, 옛날꺼라 전기세도 많이 들잖아. 예전에 컴프레셔도 고장나서 한번 고쳤고." 아빠는 장바구니에 넣어둔 냉장고를 이제 구매하려고 '장바구니'를 클릭했다. 아무 생각없이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소리쳤다. "어? 아빠 잠깐만!!" "왜??" "아빠 이거 뭐야?" 나는 손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네 개의 눈이 주목한 글귀는 바로 '초콜렛 20종 모음'. "아.. 들켰네. 이제 곧 화이트데이잖아. 너네 사탕말고 초콜렛 좋아하니까 초콜렛 주문하려고 했지" "와 ..
*특별함 1.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기까지에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이 사람이 좋아진다.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이 사람과 손잡고 싶다. 이 사람과 안고 싶다. 이 사람과 같이 자고 싶다. 이 사람도 나를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내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 중간중간에 상대방에 대한 표현이 서툴러 서로 오해가 생기고, 착각도 하고, 울기도 한다.나는 이만큼을 해줬는데, 왜 이 사람은 모를까? 나는 이렇게 이 사람을 생각하는데, 왜 이 사..
*영화 1.CGV에서 파는 나쵸를 엄청 좋아한 적이 있었다. 따끈한 치즈소스에 무미건조한 나쵸를 찍어먹는 그 맛.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쵸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마트에서 파는 수 많은 나쵸과자들은 다들 양념이 너무 진해서 잘 사먹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영화볼때 거의 먹을 것을 들고가지 않는다. 물이나 커피 한 잔이 전부인 것 같다. 영화관에 외부음식이 허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뭔가 엄청 기뻐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내게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 2.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종종 영화보러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을 보며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던지,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을 때라던지, 무언가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을 때라던지, 서로 함께 있을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운동화 1.운동화는 내게 어려운 영역이다. 솔직히 별거 아닌것 같지만, 눈으로 봐서는 뭐가 예쁜지 잘 모르겠고, 막상 신어봐도 어디가 어떻게 예쁜지 잘 모르겠다. 정말 운동할 때 빼고는 항상 힐만 신는 나에게 운동화는 그렇다. 그래도 작년엔 운동화랑 친해져보려고 ABC마트 앞을 지나가면 꼬박꼬박 들어가서 운동화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신어도 봤다. 무슨 앱을 받으면 할인되는 운동화가 있길래 구매까지 했다! (물론 옆에 동생이 예쁘다고 계속 권유하지 않았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일) 그때 구매한 운동화는 아직도 새 것처럼 뽀얗다. 그래도 새 운동화니까 평소에 의식하고 있다가 집 앞에, 주변에 나갈때 꼬박꼬박 신고 있다. 힐은 딱 길거리 지나가다가 쳐다만 봐도 나한테 어울릴지, 안어울릴지, 신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