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1. 감기에 좋은 음식 ㅡ 생강차, 모과차, 도라지, 유자차, 귤, 매실차, 파인애플, 생강, 무탕, 부추죽, 파죽, 파스프, 구운 매실, 칡차, 버섯, 보리차, 보리밥, 파꿀탕, 배, 마늘, 무, 배추, 양파, 콩나물, 연근, 은행, 호박 등등.. 감기에 좋은 음식은 많고도 많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이런 음식들 중에 하나만 먹어도 괜찮다. 아니 아예 먹지 않아도 좋다. 가장 절대적이며 필수적인건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이불 속이 아닐까. 여기에 감기에 걸려있어 노랗게 뜬 얼굴을 보며 같이 키득키득 웃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2. 이기찬 노래 중에 '감기'라는 곡이 있다. 아마 지금은 사람들에게 많이 잊혀졌을 법한 노래. 이기찬의 목소리는 약간 상남자다우면서 츤데레한 구석이 있다...
*짐 1 "어, 형식아 나야. 뭐하냐? 아직도 가게하냐? 오- 그래도 오래하네. 잘 되나보네 바쁜게 좋지. 야 안그래도 나도 수원역에 가게 얻었다. 응 안양보다는 수원이 유동인구가 이십만명이래. 어, 안양보다는 괜찮은거 같아서 20평짜리 2억 2천만원에 계약했어. 회사? 회사는 사직서내야지. 아, 근데 돈이 조금 모자르다. 집에서 해줄 수 있는건 1억정돈데, 나머지를 구해야되. 너 돈 좀 남는거 있냐? 아, 그렇지, 먹고살기 힘들지. 은행에서 대출도 알아보고 해야지. 응, 응. 그래. 언제 가게 한번갈게. 맥주나 마시자. 아, 부모님도 잘 계시지. 뭐 잘 하라고 하셔. 그래그래. 응 다음에 또 연락할게"-어느 초가을 밤, 22시경에 전철에서 들렸던 통화 중. 2. 보고싶었던 친구 A와 함께 시원한 맥주 ..
*기차 1.오후 8시 52분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2~30분정도지만, 여유있게 기차타기 한시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뚜벅뚜벅 걷고 있다가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무언가 돌뿌리에 구두가 걸리며 잠시 중심을 잃어 넘어질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넘어지진 않았다.하지만 구두가 고장나버렸다. 구두 밑 가보시에 제대로 걸리면서 거의 가보시의 반 정도가 떨어져 나가있었다.하...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구두를 바꿔신고 나오기에는 약간 시간이 애매하고.이대로 계속 가기에는 이쯤에서 더 구두가 망가지면 맨발로 다녀야 하는 정말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기 때문에 순간 엄청 고민했다.결론은 조금만 더 꾹 참고 걷기로 했다. 기차만 타면 된다는 생각에.밑창이 덜컹..
*결혼식 1. 고등학교 2학년. '政治'라는 과목을 좋아했다. 좋아하는지라 잘하기도 했다. '政治'선생님은 단발머리에 깐깐한 이미지를 지닌 여자선생님이셨다. 아마 입술 위에 점이 포인트로 하나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政治'라는 과목을 그 선생님 덕분에 머릿 속에 쏙쏙 들어왔고, 시험도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와주었다. 그런 '政治'선생님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잘됐구나, 하며 좋아하고 있는데, 국어선생님이 오시더니 내게 같이 축가를 부르자고 제안하셨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우리반 여자아이 한명 더. 국어선생님이 성악을 예전에 잠깐 하셔서 성량이 크기 때문에 여자파트는 두명이 커버해주어야 한다고 했고, 어찌어찌하여 내 생애 첫 축가를 부르게 되었다. 그때 부른 축가는 '10월의 어느 ..
*입술 1. '소각하.'판사가 드디어 입술을 떼어 이야기를 했다.판사의 말을 기다리며 판사의 입만 쳐다보았던 나는 순간 저 판사의 입술이 되게 조그맣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판사여서 그런가. 진한 립스틱을 바르진 않았지만, 연한 핑크색의 틴트를 바른듯 입술에서 광이 났다.결국엔 그 판사의 입에서 원하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 2.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렵게 굳게 다운 입술을 떼어 이야기를 했다.하지만 몇 분 뒤, 역시나 힘든걸까, 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입술을 닫았다. 3. 뽀뽀할 때에는 입술을 내밀어 '쪽'하는 소리가 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Hee *우산 1.우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순간, 내 두 손엔 우산이 없었다. 예전에 내 생애 두번째 마라톤을 나가던 그 순간..
*비행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내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가 먼 나라로 떠난다.평생 떠나는건 아니지만, 같은 한국에 없다니 굉장히 허전할 것만 같다.항상 만나면 즐겁고, 별일이 없어도 재미있고,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행복을 논하고, 때론 서로 잔소리도 해주며,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내왔는데.곧 있으면 찬 바람이 슝 부는 온전한 가을이 100% 첨가된 밤을 느껴, 바로 카톡으로 지금 가을이 100%라고 이야기 하면 동감해 줄 수 없겠지.첫 눈이 어설프게 오면 왜 눈이 이렇게 어설프게 오냐며, 또는 왜 지금 이 상황에 첫눈이 내리냐며, 불평불만을 이야기해도 바로바로 대답해주지 않겠지.때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받아, 나 지금 이런 선물을 받았는데, 이런 뜻이 담겨져 있어서 엄청 지금 좋은 내 기분을..
*잠 1. 지난 일주일이 나의 2014년 중에 잠을 가장 많이 잤던 한 주가 아니였나 싶다.자고 또 자고, 머리가 아파도 그냥 자고, 졸려도 자고, 안졸려도 자고,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고, 계속 자고.잠은 잠을 낳고, 또 잠은 잠을 낳는다. 하지만 나의 한계치에 다다르자 머리는 지끈지끈 너무나도 아프고, 더이상 잠다운 잠을 자지 못했고,괴랄한 꿈만 꾸었다. 나의 무의식 안에서 뛰어놀던 사람들이 내 꿈으로 튀어나와 내게 그들의 존재를 인식시켰고,나 역시 꿈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그들을 대했다. 꿈에서도 고민을 하며 이야기를 했고, 생각을 하며 행동했다.갑작스레 내 안에서 늘어난 잠 때문인지, 아니면 무의식에서 뻗어나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신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편..
*야망 그와 함께 있으면 내 꿈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야망은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인지 굳이 설명하거나 어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온전하게 내 자신의 안위를 먼저 물어보고, 걱정해주었고, 어떤 옷을 입던지, 어떤 머리모양을 하던지, 심지어 어떤 표정을 짓던 상관없이 그냥 전부 예쁘게만 보인다고 했고, 전부 좋다고 했다. 그는 내게 마치 거대하게 우뚝 서 있는 칠레의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와 같이 느껴졌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묵묵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아이. 하지만 사람은 절대 석상이 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서로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감정선을 건드렸고, 서로가 좋아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했다. 그와 나 전부 절대 익숙하지 않은 감정선이였기에 어찌할 줄 몰랐다. 나 역시 이..
*얼음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달리 기분이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니였다.그렇다고 밤낮을 가린것도 아니였다.'얼음물 한 잔 주세요'항상 술 마시기 전에 내가 하는 말이였는데, 요 일주일동안은 얼음물도 필요없었다.안주가 무엇이 되었던 상관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엉클어지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그럴수가 없었던 건가. -Hee *단발머리 지난 6년동안 귀밑 1cm부터 시작해서 5cm를 거의 넘지않는 단발머리를 유지했었다.나도 모르게 어느새 항상 머리가 조금 길었다하는 느낌이 들면 주변에 미용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자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하며 나는 평생 머리를 못기를거라고 생각했다.그 귀 밑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단발머리의 이미지는 곧 내 자신이라고 생각..
*위선 한때는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지만 내가 어떤 이에게 알게모르게 피해를 끼치던,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던 간에, 그 생각은 정말 부질없다고 느꼈다. 그 때부터 나는 날 위해서 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날 위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어지기 싫은 사람이라도,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좋아했더라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고, 그냥 보기에 밍숭맹숭한 사람이라도,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내 옆에 자리잡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시기엔 언제나 외롭고, 모든것이 헛되보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런 시기를 지나보내고, 또 지나보내고나면 미련도, 원망도 아닌 그냥 순수한 웃음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욱더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