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소비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엔 꽃무늬 블라우스에 그렇게 꽂혔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 눈이 가는 꽃무늬란 꽃무늬 블라우스는 사고 또 샀다. 처음에는 7일 내내 다른 옷들을 입어도 될 정도여서 웃겼는데,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7일은 무슨. 2주를 입어도 더 남을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계절이 지났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회사원이 되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있는 모든 시청이나 구청. 관공서, 공사공단들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내 복장은 치마정장이였다. 치마정장에는 꼭 하이힐을 신고 싶었던 내 욕심에 하이힐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니 생각보다 내 시간이 많이 사라져버려서 온라인으로 눈으로만 보고 하이힐을 사버렸더니, 이게 뭐야. 버리는 게 반이였다...
*킹크랩 1. 30년이 넘게 살면서 우리 가족 식탁에 킹크랩이 올라온 적이 없다. 일단 치킨도 젓가락으로만 드셨던 아빠는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양 손을, 손가락들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고, 덕분에 나랑 동생도 자연스럽게 킹크랩을 즐겨먹지 않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로 킹크랩을 먹고싶었던 엄마는 이모나, 친구들이랑 먹고 들어오셨다. 그 후 성인이 되고, 킹크랩을 먹으러 가야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익지도 않고 먹기가 어려웠다. 요령이 없던 덕분에 게 다리는 얼마나 딱딱한지, 내 맘대로 잘라지지도 않았고 여기저기 꼬챙이로 엄한 게다리만 쑤시다가 그냥 먹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같이 나온 랍스타는 그나마 살이 발라져 있어서 먹을만 했지만, 킹크랩은 나에겐 아직도 어려운 음식. 2. 게장..
1. 요즘 양배추가 항상 냉장고에 있어. 양배추로 할 수 있는 요리라곤 (요리라고 하기도 조금 뭐한) 양배추 찜이였는데, 요즘 하나가 더 생겼거든. 우연히 유튜브 어느 채널에서 본건데, 요리를 쉽게쉽게 하는 것 같은 거야. 그 사람이 하루는 양배추 덮밥을 만들더라고. 근데 일단 재료가 정말 몇 개 안되고, 심지어 집에 다 있을 법한 재료들이고, 되게 쉬워보이는거 있지. 그래서 도전해봤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요리(거의 조리수준)인데 나 요리 초보라 처음 만들 때는 유튜브 영상을 아예 켜두고 재료 손질부터 하나씩 하나씩 따라했지. 일단 영상보고 멈추고, 그대로 따라하고, 또 영상보고 멈춘 후, 또 따라하고. 그러다보니 뭔가 그럴싸한 양배추덮밥이 되더라. 이제는 영상없이도 할 수 있어. 나름 내가 좋..
*방정리 한국에 있었을 때 한달에 한 번 갈까말까한 본가방문에 동생은 가끔씩 언제오냐며, 보고싶다고 메세지를 보내곤 했었다. 어느 목요일에 '금요일에 회사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갈꺼야'라고 동생에게 말했더니 '그럼 내일 연차쓰고 방정리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에 나는 실제로 빵터지고 말았지. '아니 도대체 왜 아까운 연차를 쓰면서까지 방정리를 해?'라고 되묻자 '내 방 진짜 지금 더러워. 청소 안한지 오래되서.. 언니가 보면 뭐라고 할꺼같애 ㅠㅠ' 라고 답변을 한 종종 뚱딴지같이 귀여운 매력이 있는 내 동생. 몇 년 전부터 본가에 나와 혼자 살면서 먼지의 거슬림을 잘 알게 된 나는 본가에 갈 때마다 동생 방에 먼지가 보이면, 도대체 먼지가 이게 뭐냐, 왜 닦지 않고 지내냐며 무의식+..
*동상이몽 그랬다. 우리는 항상 달랐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것이 달랐고, 같은 일을 겪어도 와닿는 것이 달랐다. 서로 좋아한다는 배경 하에 서로의 의견들은 존중되어져보였지만, 그래도 그 안의 균열과 갈등은 늘 존재했다. 널 통해서 보는 내 모습이 매우 궁금했었다. 날 알아주는 너의 모습이 좋았다. 날 알아가는 듯한 너의 모습이 좋았다. 넌 항상 날 궁금해했다. 날 궁금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열심히 날 설명했지만, 항상 그때 뿐이였다. 나는, 내 늘어놓은 기분들은, 늘 그때에만 꺼내져 있을 뿐이였다. 그래, 너의 생각들도 흥미롭긴 했지만 부정적인 느낌들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적도 많았다. 한때는 그 생각들을 바꿔주고 싶었고, 그 생각들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싶었고, 가능만 하다면 그 깊은 곳..
*흰 양말 1. 나는 어쩌다 양말을 신었던 날이면 절대 뒤집어 벗지 않으려고 뒷꿈치를 앞으로 잡아 당긴 다음 앞코를 잡고 벗는게 습관아닌 습관인데 그냥 발목을 잡고 훌러덩 벗는 사람들이 많아 신기했다. 어릴 적부터 양말 뒤집어 벗어 놓으면 엄마가 꼭 양말을 바로 펴서 세탁기에 넣던 기억이 나서 양말을 똑바로 벗으면 그런 수고가 사라질거라는 마음에 어느 시점부턴가 양말을 제대로 벗게 되었다. 빨래할 때 뒤집어 놓은 양말이 나오면 그냥 널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는데 또 마음이 그렇지 않은게, 괜히 제대로 원상복귀 해놓고 싶고, 마음이 불편해서 꼭 한 번은 더 만지게 되더라. 양말은 제대로 벗자. 보는 사람도 편하게. 2. 명절에 할머니가 고이 간직했던 양말을 나한테 줬다. 내가 발이 시렵다고 했기 때문에 ..
*후유증 1. 초등학교때는 토요미스테리, 전설의 고향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처녀귀신이 제일 무서웠고, 중학교때는 여고괴담시리즈를 본 후 귀신이 진짜 너무 무서웠는데, 이젠 부산행을 지나 킹덤(아직 시즌1에 고작 1회만 봤다)을 보고 좀비가 너무 무섭다..... 무서운 영화나 프로그램을 본 후 일상생활에서도 상상하게 되버리는 후유증이 있는데, (부산행보고 그 당시 회사 출장때문에 KTX탈때마다 어디선가 좀비가 뛰어나오는 상상을 해놓고 무서워함) 내일부터는 이제 다시 후유증 시작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조선시대극이라 엄청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미 킹덤2까지 본 사람들은 전부 극찬했으니 꾸역꾸역 보긴 할 것이야.. 2. 20대 초반에 교정을 해서 20대 중반에 끝낸 후 유지장치를 계속 했어야했다..
*마스크 1. 이상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사람 얼굴을 더 뚫어지게 쳐다보고 이야기하게 된다. 뭔가 가려져있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이라고 해야할까. 분명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에는 상대방의 얼굴을 그렇게까지 쳐다보며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2. 공항가기 전날, 엄마는 나한테 마스크를 한 웅큼 쥐어줬다. 그 당시 마스크 한 박스를 네 명이 쓰고 있었는데. 나한테 그렇게 많이 주면 어떡하냐는 말에, 괜찮다고 걱정말고 가져가라고 했다. 엄마 덕분에 마스크 잘 쓰고 있어. 부디 모두 조심하길.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
*사랑의 온도 1. 감정,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에 불꽃튀는 사이였어도,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된 연기들은 금새 사그라들기도 하니까. 결국 성격과 성향이 얼마나 맞냐의 차이가 사랑의 온도를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는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마음가지고는 안되는 게 사랑인 사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랑의 온도가 꾸준하게 유지되려면 서로에 대한 고찰도 필요한 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수많은 욕심 사이에서의 선을 잘 타는게 중요하다. 2. 누군가가 사랑의 온도라는 말이 사랑을 정말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런것같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속으론 사랑과 온도의 의미를 결부시켜 생각해봤다는 자체가 귀여워보였다. 막 진짜 귀엽게 생겨서 귀엽다고 하는 그런 귀여움보다, 마..
*속마음 1.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고, 한인타운에 있는) 미용실을 갔었어. 예약한 디자이너에게 어떤 식으로 머리를 하고 싶다 등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 그런데 옆에 디자이너가 오더니 그 둘이, 바로 내 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뭐한대? / 염색한대. / 무슨색? 탈색? / 응. 근데 염색한지 1년도 안됐대' 이런식의 대화를 나누는거야. 바로 사람이 다 듣고 있는데 말이야. 여기 현지 로컬 사람들이 머리할 때, 바로 옆에서 한국말로 저런식으로 말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게 고스란히 습관이 되서 한국사람이 오더라도 여전히 저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너무 무례하고 불편했어. 한인 커뮤니티에선가, 한국사람들이 이곳 로컬 직원들을 고용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