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 1.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기까지에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이 사람이 좋아진다.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이 사람과 손잡고 싶다. 이 사람과 안고 싶다. 이 사람과 같이 자고 싶다. 이 사람도 나를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내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 중간중간에 상대방에 대한 표현이 서툴러 서로 오해가 생기고, 착각도 하고, 울기도 한다.나는 이만큼을 해줬는데, 왜 이 사람은 모를까? 나는 이렇게 이 사람을 생각하는데, 왜 이 사..
*영화 1.CGV에서 파는 나쵸를 엄청 좋아한 적이 있었다. 따끈한 치즈소스에 무미건조한 나쵸를 찍어먹는 그 맛.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쵸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마트에서 파는 수 많은 나쵸과자들은 다들 양념이 너무 진해서 잘 사먹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영화볼때 거의 먹을 것을 들고가지 않는다. 물이나 커피 한 잔이 전부인 것 같다. 영화관에 외부음식이 허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뭔가 엄청 기뻐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내게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 2.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종종 영화보러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을 보며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던지,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을 때라던지, 무언가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을 때라던지, 서로 함께 있을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운동화 1.운동화는 내게 어려운 영역이다. 솔직히 별거 아닌것 같지만, 눈으로 봐서는 뭐가 예쁜지 잘 모르겠고, 막상 신어봐도 어디가 어떻게 예쁜지 잘 모르겠다. 정말 운동할 때 빼고는 항상 힐만 신는 나에게 운동화는 그렇다. 그래도 작년엔 운동화랑 친해져보려고 ABC마트 앞을 지나가면 꼬박꼬박 들어가서 운동화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신어도 봤다. 무슨 앱을 받으면 할인되는 운동화가 있길래 구매까지 했다! (물론 옆에 동생이 예쁘다고 계속 권유하지 않았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일) 그때 구매한 운동화는 아직도 새 것처럼 뽀얗다. 그래도 새 운동화니까 평소에 의식하고 있다가 집 앞에, 주변에 나갈때 꼬박꼬박 신고 있다. 힐은 딱 길거리 지나가다가 쳐다만 봐도 나한테 어울릴지, 안어울릴지, 신으..
*스케치북 1.스케치북 카페에 갈 일이 있는데,아직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스탬프 꽉 찬 카페 명함을 선물로 받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은은하게 기분 좋은 일이다.따뜻해지면 가서 향 좋은 커피를 마셔야지. 2.평소에 내맘대로 했던 윗몸일으키기 자세를 어찌어찌하다 바꿨는데, 참된 자세같다. 배가 무지하게 땡기지만이제야 제대로 된 자세로 운동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3.올해에 음악 페스티벌을 가보려 한다.내 성격엔 어떤 뮤지션의 콘서트에 가려면,그 뮤지션 노래를 꼭 다 숙지하고 가야, 직접 들을때 감동이 더해진다고 생각하는데,나는 앨범단위로 노래를 듣지 않기 때문에참으로 어려운 일이였다.그렇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올해는 여러 뮤지션들이 나오는 페스티벌에 가보려 한다. 나는 또 어떤 편견을 얼마나 더 깰 수..
*발 1.어느정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곳. 그렇게 마지막 아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널 만나러 갔었다.짧은 청치마를 입고, 빠른 걸음을 내딛으며 혹여나 치마가 올라가진 않을까. 혹시 모기가 내 다리를 물어 흉해지진 않을까.입술 위에 바른 립스틱이 지워지진 않았을까. 속눈썹이 빠져 볼에 묻어있진 않았을까.몇 번이고 치마를 정돈하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몇 번이나 고친 후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을까. 아니야, 마음이 약해질꺼야. 그냥 무표정으로 인사를 할까.먼저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먼저 인사를 하지 말까. 반가움으로 인해 붕 뜬 마음 가라앉히고 표정관리 잘하자.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계단을 올랐고, 또 내려왔다.저 앞에 네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먼저 아는 척을 하지..
*발자국 1.내가 사진 어플리케이션은 많아도 영상 어플리케이션은 잘 안쓰는 편인데, 지금까지 딱 영상 어플리케이션 중에 두 개를 나름 열심히 써봤다.몇 번 찍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업로드를 했었고, 덕분에 꽤 많은 영상들이 쌓였었다.그 중에 하나는 지금 내 아이폰에서 삭제된 상태고, 하나는 계속 남아있다.삭제된 어플리케이션의 내 첫 동영상이 생각난다.그땐 몇 년 전 겨울이였고, 엄청 추웠고,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려 많이 쌓인 상태였다.나는 그 당시 아마 홍대를 가려고 길을 나섰고, 집과 전철역 중간쯤에 있는 골목을 걸어가고 있는데갑자기 며칠 전 받은 어플리케이션이 생각났다.그 당시 아직은 베타버전이였지만, 그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사람들을 나름 좋아했기에, 테스트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던 식사 혹은 술자리에 대한 기억 '여보세요''나 지금 학교 앞에서 내렸는데, 저녁 먹었어? 주먹밥 사갈까?''아 아직 안먹었어. 그래 그거랑 컵라면이랑 먹자''알겠어!'그땐 이런 대화가 굉장히 일상적인 대화인줄만 알았다. 언제나 항상 할 수 있는 대화라고 생각했다.그렇지만 그 때의 그 대화는 굉장히 소중했고, 아주 어쩌면 다신 그런 대화를 못 나눌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당시 나는 학교 기숙사에 살았고, 시기는 겨울방학때였다. 막상 겨울방학이 되고나니 아는 친구들은 전부 집에 내려가고, 나만 기숙사로 올라간 꼴이 되었는데,거기서 평소에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를 만났다. 처음에는 아 저 친구도 기숙사에 계속 남아있구나, 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다..
*버스 '그럼 우리 나가서 세 번째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여덟 번째 정류장에서 무조건 내리는거다' / '그래!'대학로 파스쿠찌 2층에서 현재 앉아있는 이 파스쿠찌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바라는 어플리케이션의 이상과 머릿속 한 구석에 숨어있던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어떤 것에 대해 가지치기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이미 아침일찍 안국역에서 시작해, 북촌한옥마을을 한바퀴 빙 돈 후, 성균관대학교를 지나 혜화동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뭐 그리 신나는지, 어딜 그리 그렇게 가고 싶었는지, 아니면 이미 산책아닌 산책을 엄청나게 하고 난 뒤 그 뒤에 찾아오는 어쩔 수 없는 생체리듬의 루즈함을 이겨내고 싶어서였는지, 새로운 곳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페 2층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시선이 마주쳤다. 어떤 이의 시선1. '종종 우체국에 와서 택배를 보내는 그녀다. 오늘 신고 온 부츠가 예쁘네. 가방도 내가 한번도 사본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네. 그녀가 묻는다. 저울에 택배 무게를 재봐도 되냐고. 항상 무언가를 뽁뽁이에 고이 싸서 들고오는데, 대충 화장품인것 같기도 하면서, 어떨때는 접시같기도 하고. 그렇게 뽁뽁이채로 들고와서 1호박스를 자연스럽게 꺼내어 물건을 담는다. 처음에는 상자를 패킹하는것도 서툴렀는데, 이제는 곧잘한다. 해외로 보내는 일이 잦아 무게에 민감한 그녀다. 인터넷에서 미리 조사를 해왔는지, 특정 국가로 보낼때 무게가 어느정도 나가야 어떤 요금이 부과되는지 잘 알고 있다. 아, 그런 적도 있었다. 지난 번에도 어김없이 무게를 재보는데, 무게가..
*소세지 새해 첫 날, 가족끼리 회에 술 한 잔씩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아빠는 말했다.'나는 엄마랑 뒤에 너랑 진희랑 온가족 다 태우고 어디 놀러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아빠 차 뒤에 타고 어디 갔던 일이 은근히 많았는데,점점 커가고, 하는 일이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리저리 바빠지면서 아빠 차 뒤에 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매일 같이 늦게 집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고, 어떨땐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빠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하루를 지나칠때도 많았다.그래도 가족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며, 밤에 드라마를 볼 시간에 나도 거실에 나가 같이 앉아 있긴 하지만,드라마가 정말 내겐 재미없고, 또 그 옆에서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일이 많아 같이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