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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26.방정리

puresmile 2020. 4. 5. 20:04

*방정리

한국에 있었을 때 한달에 한 번 갈까말까한 본가방문에
동생은 가끔씩 언제오냐며, 보고싶다고 메세지를 보내곤 했었다.
어느 목요일에 '금요일에 회사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갈꺼야'라고 동생에게 말했더니
'그럼 내일 연차쓰고 방정리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에 나는 실제로 빵터지고 말았지.
'아니 도대체 왜 아까운 연차를 쓰면서까지 방정리를 해?'라고 되묻자
'내 방 진짜 지금 더러워. 청소 안한지 오래되서.. 언니가 보면 뭐라고 할꺼같애 ㅠㅠ'
라고 답변을 한 종종 뚱딴지같이 귀여운 매력이 있는 내 동생.
몇 년 전부터 본가에 나와 혼자 살면서 먼지의 거슬림을 잘 알게 된 나는
본가에 갈 때마다 동생 방에 먼지가 보이면,
도대체 먼지가 이게 뭐냐, 왜 닦지 않고 지내냐며 무의식+고의적으로 잔소리를 했었었지.
그게 동생의 연차에까지 영향을 미쳤구나, 싶어 잠시 혼란스럽다가도 
'평소에 먼지 보일때마다 닦으면 연차까진 안써도 되잖아..'라고 괜히 안웃은척 대답했다.
사실 지금은 안하지만 동생은 꽤 오래 취미로 공방활동을 했었다.
플리마켓도 종종 나가기도 하고, 회원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그 일을 2~3년? (더 됐나..) 여튼 오래 하다보니 집에 점점 공방에서 쓸 법한 재료들이
마구 쌓이기 시작했다.
큰 색도화지나 각종 문구류는 기본이고 실리콘 건부터 시작해서 듣도보도못한 것들이
많이 쌓여있었다.
책상 아래에 쌓여있었던 그 재료들은 점점 책상 밖으로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고,
옷장과 침대 사이까지도 결국 점령하고 말았다.
또한 동생은 약간 청소를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쌓이는 그것들에 대해 보다못한 엄마가 청소를 대신 해주기도 하고,
쓰레기통을 대신 비워주기도 하고, 쌓인 것들이 혹여나 쓰러질까 자리를 잡아주기도 했었다.
또 하루는 본가에 내려가 동생방을 가보니 다이소에서 큰 수납장 6개정도를 깔끔하게 정리를 해서
괜히 기특했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아닌 동생이고, 나보다 키도 훌쩍 커버려 밖에 나가면 언니소리를 듣는 동생이고,
시집가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된 동생이지만 아직도 내겐 귀여운 애기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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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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