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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64.크리스마스

puresmile 2020. 12. 27. 21:16

*크리스마스

1.
더운 여름만 가득한 날들 사이에서
괜시리 따뜻해보이기만 하는 반짝이는 조명들과
빨간색과 초록색, 그리고 하얀색 솜뭉치와 털들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트리는 사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만
산타에게 선물 받은 것처럼 거실에 트리를 두니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구나 싶었다.
언젠가 천장이 높은 집에 내 키보다 높은 트리를 꾸미고 싶다.

2.
어렴풋이 떠오르는 19살 크리스마스는 파인애플을 안주삼아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친구 자취방에서 밤새 토한 기억 뿐인데.
10년도 더 지난 올해 말레이시아의 크리스마스는
막걸리, 소주, 라거, IPA, 백세주 등 온갖 술을 다 마시고 

목청이 터져라 깔깔대고 웃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
지난 몇달간 파티(?)같은 약속했다가 번번히 실패했던 기억이 가득해서
파티라면 질색할 뻔했는데
이제야 파티다운 파티를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3.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인연이라는 끈은 거미줄처럼 너무나도 얇아서
당장 내일부터 영원히 보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당장 내일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꽤 씁쓸해.
그래서 내일만 보지 말자고해도 아쉽고,
당장 사라지면 눈물만 줄줄 흐를 것 같고,
쌓아둔 추억들이 소중해서 자꾸 꺼내보고 싶은 내 친구들이 보고싶어.

4.
피크닉을 갈까하다 결국 변화를 주자는 생각이 더 커서
머리색을 바꾼 크리스마스.
노란끼는 커녕 갈색의 'ㄱ'자도 보이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정말 까맣게 변한 내 머리가 마음에 든다.
당분간 거울보는 재미와 화장하고 옷입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5.
누군가 마카롱 사진을 올렸는데,
1박스에 10개가 들었대.
2개씩 5개만 먹으면 내년이래.
그렇네. 
벌써 5일 밖에 남지 않은 2020년이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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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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