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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62.양파

puresmile 2020. 12. 13. 22:59

*양파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끌렸다. 자기만의 세계도 좋고, 자기만의 철학도 좋고, 쉽게 말하면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그런 사람. 너무 빤한 사람은 재미가 없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재미없었다. 그러려면 내가 아무것도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닥치는 대로 흡수한 적도 있었다. 날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첫 페이지가 아니라도 좋았다. 그것이 중간 페이지라면 중간 페이지부터 읽었고, 마지막 챕터였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생각의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을 때쯤 만났던 사람들은 상상외로 정말 흥미로웠다. 평소 내 주변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런 분위기와 공기들. 그들 사이에선 내가 외계인이였다. 내가 새로운 세계에서 어느날 그들의 세계로 뚝 떨어진 그런 느낌. 그들은 날 신기하게 봤고, 나 역시 그들의 호기심이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그들은 활동하는 시간 자체도 달랐다. 아침은 아침이고, 저녁은 저녁이고, 밤은 밤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내겐 상식을 뛰어 넘는 시간대였다. 그들과 다른 걸 느끼면서도 그들과 동화되고 싶었던 마음이 없지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일뿐 그들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그들의 민낯을 알아버리고 말았을 때 느꼈던 그 충격은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마치 그들에 대한 애정이 결국 낯선 것에 대한 흥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땐, 결국 나는 그들을 떠나고 말았다. 아니, 그냥 그들이 날 버리게 두었다고 해야하나. 버릴 수 밖에 없게 두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그 무언가로 포장되어 있었을 뿐이였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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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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