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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95.시골

puresmile 2021. 8. 1. 18:48

*시골

1.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가족은 아빠 회사일로 인해 도시에서 생전 처음 들어본 도시로 이사를 왔다. 
흔히 시골로 불리던 이곳은 내가 중학생이 되어서야 1호선이 들어올 정도로 막 개발이 시작된 곳이었고,
지하철이 들어오면서 뉴스에서 이름만 들어본 프랜차이즈들이 하나둘씩 생기기만 하면 
주변 친구들은 학교에서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년 명절 때만 되면 뉴스에선 시골을 방문하는 귀경길 인파로 인해 장시간 정체를 이루고 있다고 하루종일 떠들어댔지만
오히려 우리 가족은 역 귀성길이 되어버려서 아빠는 꽉 막혀서 움직일 줄 모르는 고속도로의 반대 차선을 보며 흐뭇해했다.
고작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등학교에 전학을 온 나는 초등학교 4회 졸업생이 되었고, 
동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내가 자란 동네라고 인식하기 시작할 때쯤 엄마는 우울증에 걸렸다.
부모님은 전부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이사 오기 전까지 모든 지인들은 전부 도시에 있었고,
아무 지인도 없는 외딴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심정에 많이 두려웠을 엄마. 
너무 어렸던 나는 엄마가 힘들어하고 있어도 그저 모른 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정도 엄마가 힘들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다행히 엄마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고, 동네에 아는 지인들도 많이 생겼다. 
엄마도 그렇게 적응을 한 것이겠지.
내가 성인이 되자 엄마는 종종 '원래 살던 곳에 계속 살았다면'이라는 말을 했다. 
그때마다 나도 지난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며 원래 그곳에서 계속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마음속으로 상상해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 건 없었고, 엄마도 나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2.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갈 시골이 생기나 싶었다.
주변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제 막 포장된 듯 보이는 1차선 도로에,
주변 커다란 다리 아래엔 계곡이 있었다.
내년 여름엔 이 계곡으로 휴가를 올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시골은 더 이상 찾아갈 수 없다.
내가 찾아갈 시골이 아니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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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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