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란도란 프로젝트

466.부동산

puresmile 2022. 12. 11. 22:43

*부동산

1.
장기하가 밀양강 주변을 러닝 하는 모습을 보니 사방이 탁 트이고 산의 푸르름을 느끼며 달릴 수 있다는 곳임이 확 느껴져서 언젠가 나도 저 길을 뛰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었다. 지금까지 내게 밀양이란 곳은 한 톨의 인연도 없던 곳이었는데 장기하의 러닝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구글맵을 켜서 밀양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저 러닝 코스는 실제로 어디인지 찾아보았고, 해외여행 가기 전 구글맵을 켜면 늘 하던 대로 러닝 코스 주변에 어떤 카페들이 있는지, 어떤 음식점들이 있는지, 또 다른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이 있는지 뭔가에 홀린 듯 열심히 핀을 꽂았다. 그렇게 밀양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면서 밀양에서 한 번은 살아봐도 되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신기했다. 늘 경기나 서울지역에서만 살았고, 딱히 그 외에 지역엔 연고가 없었기에 단 한 번도 전라도나 경상도, 혹은 강원도 등 수도권과는 먼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전혀 없었는데 밀양에 살아보고 싶다니. 밀양처럼 내가 모르는 미지의 지역들이 얼마나 많을까. 갑자기 미래가 조금 더 재밌어졌다. 

2.
대성, 대환, 민희 등등. 좋은 기운이 들어올 수 있게 기본적으로 이름을 다르게 바꾸는 사람들.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가명들이 존재했던 곳.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닿으면 뻔쩍뻔쩍한 옷감으로 만든 정장에 손목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커프스. 그리고 셔츠 안으로 힐끗 보이던 알이 큰 시계. 어떤 이들은 상사의 브리핑을 녹음한 다음 그대로 조잘조잘 앵무새처럼 외웠고, 어떤 이들은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머리에 스프레이와 왁스를 잔뜩 바르고 다녔으며, 어떤 이들은 또 다른 한패의 아줌마들에게 언제 나가고, 언제 이런 이야기를 하라며 행동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새로 외제차를 뽑았다며 차의 성능에 대해 자랑하고 있는 데, 어떤 이들은 한 달 월급이 자신의 생각보다 적어 다음 달 월세를 고민하며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었던 그런 아이러니한 곳. 그 중심엔 부동산이 있었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도란도란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68.재난  (0) 2022.12.25
467.송년회  (0) 2022.12.18
465.왜 고민하는가  (0) 2022.12.04
464.카페라떼  (0) 2022.11.27
463.명상  (0) 2022.1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