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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토요일. 괜히 내일 일기예보를 들여다본다. 일기예보를 보면 뭐하나. 비가 와도 뛰러 갈 것이고, 비가 오지 않지만 추워도 뛰러 갈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뛸 것인데. 그 사실은 변함없는데. 이렇게 으슬으슬 봄바람 불고 흐린 날씨를 싫어하는(사실 그냥 추운 걸 싫어한다) 나는 취소하지 못할 내일의 마라톤을 접수한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은근하게 원망을 해본다. 요즘 너무 바쁜 나머지 제대로 마라톤 연습을 하지 못해서 자신이 없었고, 그냥 완주를 목표로만 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하지만 난 나를 잘 아는걸. 내일 신나게 뛸 것이라는걸. 아니나 다를까 마라톤 당일, 평일에 출근하는 날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서 미리 꺼내둔 운동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새벽까지 잔뜩 껴있던 먹구름이 점점 걷히고 해가 쨍하게 비추자 더욱 흥이 돋았고, 커다란 운동장에 빼곡하게 모인 사람들을 보자 도파민이 팡팡 솟았다. 작년에 뛰던 코스와 동일하므로 분명 후반부에 긴 오르막을 오를 때 햇빛이 정면으로 비출 것이므로 캡모자도 준비해서 한쪽 팔에 끼웠다. 마라톤 때 캡모자를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그 따사롭다 못해 강한 햇빛을 정면으로 맞서려면 이런 준비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뛸 때 캡이 자꾸 팔을 쳐서 불편했지만 어떻게든 뛰었다. 후반부에 오르막이 시작돼서 바로 팔에서 캡모자를 꺼내서 머리에 푹 눌러썼다. 와, 완전 신세계잖아? 고작 얼굴을 햇빛에서 가릴 뿐이었는데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고? 캡모자 덕분에 오르막을 아주 가뿐하게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꼭 그 오르막에서 내 기록을 다 잡아먹었는데 이번엔 캡모자 덕분에 오르막을 잘 넘어서 개인 신기록도 세웠다. 러닝모자 좀 쇼핑해 볼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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