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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42.물방울

puresmile 2014. 10. 26. 16:37


*물방울


커피향과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주로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카페 테이블 위엔 쬐끔 오래된 맥북, 이면지 한뭉치, 잉크펜,(예전에는 잉크펜보다 볼펜을 선호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이면지에 자유롭게 쓰기엔 잉크펜이 훨씬 가볍고 부드럽고 편하다. 볼펜은 깨알같이 필기할 때, 시험 등 내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할 때 등 또박또박 글씨를 꾹꾹 눌러쓸 때만 사용한다), 그리고 진동벨. 드륵 드르륵. 진동벨이 울린다. 주문한 아이스 커피가 나왔다. 신선한 원두인가보다. 얼음들 위로 크레마가 아직 남아있다. 빨대를 물고 커피를 한 입 쭉- 들이킨다. 유리컵 중간에 크레마 자국이 남는다. 대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가 얼음과 커피가 가득 든 차가운 유리잔 주변에 다가온다. 찬 기운에 놀란 수증기는 결국 물방울이 되어 유리잔 주변에 다다다닥 붙어버린다. 물방울들은 모이고 또 모여, 주르륵 흘러내리고, 컵 밑바닥 주변에 동그랗게 원형을 이루며 테이블에 고인다. 옆에 커피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도 없이 맥북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가 컵에 눈길 한 번주지 않고 왼손만 뻗어서 컵을 쥐고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아까 있었던 자리가 아닌, 조금 더 왼쪽에 컵을 놓는다. 물방울들은 새로운 자리에 온 줄 어떻게 알고 또 그자리에 신나게 고인다. 이제 나는 오른손을 뻗어 이면지를 찾는다. 맥 뒤로 이면지가 손에 만져진다. 이면지를 내 앞쪽으로 끌어와 펜으로 글씨를 쓰려던 찰나, '앗!'하며 낮고 조용한 비명을 지른다. 이면지가 동글동글 테이블에 원형을 이루며 고여있던 물방울들을 살포시 덮었던 것이다. 한 장, 아니 한 두장의 이면지가 물방울들에게 점령당하고야 말았다. '흐으'.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물방울들이 점령한 이면지를 가차없이 테이블 위에서 추방시킨다. 그 뒤로 나는 일하고 있을때 컵 아래에 물방울 고이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컵받침을 주는 카페를 선호하며, 컵받침을 주지 않는 카페에 가면 휴지를 이용해 그 물들이 테이블에 묻어 고이지 않게 컵 아래에 받쳐놓는다. 


하긴. 이 뿐만이 아니다. 카페에서 일할 땐 내가 엄청 깐깐해지는 것 같다. 2014년 2월 2일 내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중간에 이런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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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머리 쓱 묶고, 옷 휘리릭 입고

맥 하나 옆에 끼고 집 앞 까페로 나왔다.

음,

근데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만 보아놓은 까페다.


커피 맛은 둘째치고.................................


1. 동그란 테이블.

지금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음..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리의 테이블만 동그랗다.

음.. 


2. 의자의 높이.

디자인 의자라서, 엉덩이 자리를 깊게 뺀 건 이해한다. 

이해하는데, 의자가 너무 낮다. 의자가 너무 낮아 ㅜㅜ

나 그리 키가 크지도 않는데, 다리가 불편해서, 지금 애써 옆으로 모아놨다. 헝


3. 카페 음악

선곡은 백 번 양보했다. 뭐 요즘 유행하는 노래 틀수도 있지. 자꾸 레리꼬 레리꼬 나오는데,

그래, 다들 엄청 좋아하는 노래니깐 괜찮아.

근데 자꾸 노래를 다 안듣고 끝에 잘라먹는건 뭐야 ㅜㅜ

끝까지 다 듣고 그냥 다음곡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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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굉장히 뭔가 예민했었나보다. 불만 투성이였군. 원래 이런 투덜이가 아닌데 말이다. 와하하하하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카페에 있다. 오늘은 왠지 커피 대신 자몽티가 땡겨서 자몽티를 마시고 있다. 조금만 더 추워지고 찬바람이 쌩 불면 카푸치노를 마셔야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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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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