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1.할아버지 장례식장이 내 생애 첫 장례식장이다.하얀 국화에 폭 쌓인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니,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 마음속으로 당황스러웠다.그래도 큰손녀라고 상복을 입고 조문하러 오는 친척들을 맞이했고, 불행 중 다행히도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 모두들 침착했다.늦은 밤이 되자 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엄마도 이제 좀 쉬자고 했다.하루종일 밥을 먹지는 않았다. 그냥, 입맛이 없었다.땅콩 몇 알정도만 먹은게 전부다.할머니와 엄마는 할아버지가 주시는 음식이니 먹으라고 했지만,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냥 그렇게 하지 못했다.그 후에도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그 죽음과 애도의 분위기에서 나는 아직까지도 적응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서점에서 종종 할아버지가 손주들을 데리고 와서 책을 사주는 모습을 본다.요즘 책들은 만화로 된 책들도 많고, 겉 표지가 화려한 책들이 (특히 아동책일수록) 많아서손주들이 '할아버지 나 이거 사주세요'라고 책을 가지고 오면,되레 할아버지는 '이거 불량서적아니야?'라며 껄껄 웃으며 반문하신다.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속에서 짠-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나 역시 우리 할아버지에겐 첫 손주였다.내가 어릴 적일이여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가족들 말로는 할아버지가 나를 땅도 못밟게동네 방네 업고다니고 하셨단다.할아버지가 젊은시절에 무얼 하셨는지는 잘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그나마 젊은시절의 할아버지는 군복을 입고 계셨다.상사라고 하는데.. 군대에 많이 무지한 나는 그게 얼마나 높은지 모른다.월남전에도 참전하셔서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