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네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와, 내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가 얼마나 다른지 사실 가늠하긴 어렵다. 우리는 애초부터 사고방식이 달랐고, 네가 어떤 생각을 말하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지, 라고 새삼 깨달으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다투었을 때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슬픈 것 같고, 내가 더 아픈 것 같은데, 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내가 그 사람을 보는 것과 우리는 완벽하게 같은 시각이 되진 못했다. 웃음의 포인트도 종종 많이 다르고, 밥을 먹는 습관이라던지, 하나의 행위에 대한 생각들이라던지, 그런 것이 많이 달라서 나는 너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느끼는 살아감에 대한 무게는 아직 대부분이 과거의 내 자신이 많은 중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족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고, 가끔은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시간조차 생소한 적도 있고, 내가 앉아있는 이 공간의 편안함과 무거움이 비례하고 있다. 월의 마지막 날에 벽에 있는 달력을 다음달 달력으로 바꾸어 다시 붙일때마다 새 달력의 그림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화장대를 보면서 마음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닌 것 또한 괜한 무게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면 하루하루 시간이 증발되어버리는 것 같아 뭔가 조바심이 나고 가끔은 조바심때문에 악몽을 꾼 적도 많아서 쉬이 가볍게 보지 못한다. 어느 날 너를 바라볼 때면 너의 살아감에 걱정이 많아보이고, 또는 그 걱정들이 너의 하루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너에 비해 걱정이 없어보이는 나를 보며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또 어느 날은 (너의 표현대로라면 종종 이러다가 풀린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와 갈등이 있은 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온 널 보면 너 역시 무언가 무겁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널 보며, 이렇게 시간을 가볍게 보내도 아무런 조바심이 들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모르겠다. 나 그냥 나의 추측이고, 억측일 뿐이다. 사실 너나 나나 서로에게 살아감의 무게를 직접적으로 물어봐도 명쾌하게 몇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실제 저울로는 잴 수 없는 무게들을 각자 느끼며 그냥 사는 거겠지. 각자의 하루가 얼마나 무겁든 간에 오늘은 낮잠도 잤고, 뜬금없는 사랑고백도 들었고, 맛있는 육회비빔밥과 갈비탕도 나눠먹고, 귀여운 고양이들이랑도 놀아주고,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생크림 카스테라도 실컷 먹고, 별 일없이 일요일을 마무리 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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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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