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다 가기전에 참 고난한 며칠을 겪었다. 한번도 나지 않았던 (또는 체감을 못했던) 열이 펄펄 나서 앓아 누웠고, 그 열이 지나가자마자 갖은 피곤이 나를 덮쳐 내 입술을 망가뜨렸고, 한술 더 떠 치아에 있는 교정장치들이 입안도 헐게 해 겉으로도 안으로고 팅팅 부었었다. 그 붓기가 빠지자 이번엔 물집의 상처들이 내 입술을 짓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감기로 인해 머리는 아프고, 항상 내 멋대로 자는 습관으로 인해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주말엔 이불벌레가 되어 죽은 듯이 숨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들은 전부 하루아침에 생긴 것들이 아니였다. 그 동안의 안좋았던 습관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다시 내게 돌아왔던 것. 하- 이래서 습관이 참 중요하구나. 몸관리를 잘 해야겠다. 아직 젊다고, ..
내 앞에 놓인 현실은 무시할순 없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갑자기 오랜 기억속 한 조각이 내 머리속으로 떨어졌다. 그때 그 누군가의 눈빛이 기억났다. 그렇게 바라볼 순간도 아니였고, 그럴 장소도 아니였는데 정말 마음속 진심을 담아서 날 바라봐주던 그 눈빛이 기억났다. 그 눈빛은 말그대로 눈빛이 아니였다. 그건 마음이였다. 그 마음이 눈을 통해 보인 것 뿐이였다. 사실 담으려고 해서 담은 건 아니였을 것이다. 그냥 투영된 것. 그 눈빛을 내 눈이 마주친 순간, 오래 마주쳐서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알아 챈 순간 황급히 눈을 돌려버릴까봐. 그냥 그 날이 기억났다. 그게 전부다.
집에 뚜벅뚜벅 걸어오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집에 가고 있는 이 길도,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라는. 기억이 깃든 사물, 사람, 장소는 무한하지 않다.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창하고.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이 결국엔 다 사라지고 마는 것이였다. 그럼 두가지로 나뉘겠지. 계속 그 기억속의 것들을 간직하고 싶어서 기록을 남기거나, 아님 아예 머릿속에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잡지 못하게 하거나. 만약 후자를 선택했다면 그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안하는 것이 아닐까. 정답은 없다.
a가 b에게 파워가 있다는 건, b가 a에게 의존한다는 얘기.
The gap is between doing anything and doing nothing! -Clay Shirky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쩌면 내가 아직 수많은 경험들이 부족해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정말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게 맞는건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감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는게 맞는건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답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지레 짐작으로는 정말 모른다. 하지만 정말 확실하고 분명한건, 결정을,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것. 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단지 과정일 뿐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