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아름다워서 1. 내 눈 앞에 펼쳐진 아경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와', '너무 예쁘다', '진짜 멋있다' 연신 감탄만 내뱉었다. 야경에 온 마음을 빼앗겨 아무리 불리한 제안이라도 다 수락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1초라도 더 내 눈 앞의 광경들을 눈에 담고 싶어서 더 깊은 생각할 틈도 없이 알겠다고 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 2. 요즘 자꾸 8년 전을 알려주는 페이스북 때문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땐 술을 안마시고 어떻게 노냐는 질문들을 종종 받았다. 그렇지만 술이 없어도 우린 우리대로 즐거웠다. 우리 앞엔 술보다 커피가 훨씬 많았고, 하루는 민트초코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간에 탑이 쌓아진 아이스크림이, 하루는 거대한 녹차빙수가, 하루는 미키마우스 와플이, 때론..
*작은 변화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텐데. 자의적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의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한계까지 다다르고 나서야 온다. 그래야, 그제서야 변화가 일어난다. 한계를 느끼지 못한다면 변화도 없다. 어떤 부분에선 너무 가혹한 진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
*수치심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그 일들도 이상하게 어떻게든 진행이 됐다. 중간에 진행된 프로세스들이 얼마나 효율적인 건지는 어느 누구도 따지지 않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회의에 들어가니 1부터 100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어떤 멍청이들이 달라붙어도 그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에 수치를 느낀 사람만 있었다. 아무 의심 없이 열어본 상자엔 편협한 마음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
*성숙 성숙함을 빙자한 나태함이나 매너리즘을 견디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그저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뿐이고, 환경에 지쳐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성숙함에서 오는 어색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무게만 잡고 앉아있는 꼴이 우스울 뿐이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는 만큼 성숙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나는 나답게 성숙해지고 싶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
*줄까 말까 아, 그 브랜드. 친구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보다 더 비싸고 좋은 브랜드의 어떤 모델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찾아봤고, 내가 알고 있었던 브랜드였다. 그래서 쉽게 그 모델을 찾았다. 가격도 그 정도면 됐다. 부담이 없는 가격이었다. 이제 결제 버튼만 누르면 된다. 받는 사람의 주소도 이미 배송지 정보에 저장되어 있었다. 핀테크의 무궁무진한 발달로 이젠 비밀번호 4자리조차 필요 없이 아이폰에 얼굴만 들이밀면 결제가 완료된다. 1초면 끝이다. 그러나 결국 나는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몇 푼 되지도 않는 금액의 물건이었지만 친구는 취미에 그 돈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 물건이 없어도 대체할 수 있는 더 저렴한 물건을 이미 친구는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
*거절의 방법 1. 끝을 확실하게 맺어야 한다는 것, 아직 어렵다. 2. 누군가에겐 거절이 쉬웠다. 상상도 못했던 제안이었고, 마음이었기에 실현할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실현해 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랬더니 뒤늦게 미련이 남았다. 누군가에겐 거절이 어려웠다. 그래서 끝까지 가본 적이 있었다. 한낱의 믿음을 핑계 삼아 꾸역꾸역 따라갔지만 결국 끝엔 누군가의 바닥 혹은 나의 바닥이었다. 누군가에겐 거절이 두려웠다. 그래서 항상 기회주의자처럼 타이밍만 보고 밀어붙였다.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얻은 것은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젓가락 같은 기쁨뿐이었다. -Hee -------------------..
*불가능 말레이시아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3천 명을 넘어 이제는 4천 명이 나오는 수준이 됐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퍼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금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에 열리는 바자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라마단 기간이지. 작년에 말레이시아 온지 2~3개월 정도 지나니 라마단 기간이 되었고 당시 회사 모든 동료들이 무슬림 친구들이어서 그들은 모두 금식에 들어갔었다. 그래서 혼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그동안 무슬림 친구들 때문에 못 갔던 회사 주변 Non-Halal 식당도 혼자 가보고, 평소 안 가봤던 식당도 혼자 찾아갔다가 그 식당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가기도 했었다. 로컬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혼자 여길 찾아왔다는 사실에 그 식당 주인은 매우..
*노랑 20대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찾고 싶었고 찾아가기 바빴다.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흐리멍덩한 건 싫었다. 남이 보는 나보다 스스로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싶었고, 알고 있고 싶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깊숙하게 학습하기도 했고, 일부러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것엔 의미가 있었고, 의미가 있어야 했고,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내 주관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20대를 살았다. 20대 후반이 되니 조금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난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내가 어느 정도는 만들어졌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모든게 싫증이 났다. 내가 정했던 모든 ..
*그만두겠습니다 1. 다행인지 불행인지 심보 참 고약하다. 그렇게 좋아해달라고 사람을 끌 땐 언제고, 막상 좋아해버리면 도망간다. 도망간 주제에 별안간 그 마음이 그리워져서 다시 좋아해달라고 한다. 잊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레퍼토리. 이제는 그만두자. 마음껏 그리워하는 건 괜찮다 싶다가도 죽어도 약자가 되긴 싫은가봐. 혼자서만 그리워하고 있는 현실이 초라한가봐. 진한 이별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한데, 자존심은 하늘 끝까지 솟아있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한다. 2. 무엇이든 나의 멈춤을 아쉬워하는 친구가 있다. 반대로 나의 시작은 항상 응원해준다. 앞으로도 나의 많은 시작들은 기본적으로 응원이 깔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마음이 든든. 3. 10년 전 춘천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왕만두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중간에 살면 시내버스보다 마을버스가 더 쏠쏠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살던 집에서 바로 언덕 위로 올라오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늘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물론 시내버스도 다녔는데, 언덕을 지나 큰 길로 나가서 타는 시내버스보단 집 위 언덕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마을버스를 자주 애용했다. 하루는 퇴근 후 마을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만두트럭이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들이 트럭 뒤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연기에 홀린듯 만두트럭에 다가가서 김치만두를 샀다. 예전에 평택 집 앞 재래시장에서 먹었던 속이 새빨간 김치만두가 생각났다. 집에와서 만두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홀라당 한 팩을 끝냈다. 다음날이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