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1.2주 전부터 목이 갑갑하더니, 의사가 편도염이라고 했다.목 안이 다 헐고, 목 안에 백태까지 생겼다고 한다.몸에서 열도 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3일을 꼬박 집에서 쉬었다.아, 그리고 의사가 커피도, 술도 모두 마시면 안된다고 했다.그 두 가지의 금기사항이 나를 생각보다 답답하게 만들었다.왜 나는 꼭 여름이 되면 아플까. 겨울에는 감기 한 번 안걸리고 멀쩡하더니.예전에도 여름에 몸살이 제대로 나서 일주일동안 방 안에서만 골골대며,겨우 아빠가 지어온 정체불명의 센 약을 먹고 나은 적이 있다.여름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여름만 되면 아파서야 되겠나.내년 여름에는 아프지 않길 다짐해본다.몸에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제일 싫다.몸이 아프면 무기력이 찾아온다. 제발 아..
*고요 1.지금까지의 나는 감정의 선을 잘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누군가에게 드는 감정이 지나치게 선을 넘어버리면,넘은 선을 쉽게 잊을 수 없고, 쉽게 그 선을 넘어버릴 수 있기에.최근에 지금까지 살면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꼈다.특히 똑같은 '화'가 나더라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실로 다양했다.동시에 내가 지금껏 '화'라는 감정을 다채롭게 느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고,'화'가 내 자신을 감싸지 않게 노력했었다.하지만 '화'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었기에.다양한 '화'들이 나를 지나칠 때마다, 그 '화'를 표출하지 못했다.그냥 당황스러웠다.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 자신에게 당황했다.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
*친구 예전에, 친구를 외국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사실 그땐 엄청나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그때 나는 내가 참 감정표현에 서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머리로는 잘 다녀오라고, 몸조심하라고, 정말 보고싶을거라고,많이 걱정할거라고, 그리워 할 거라고, 이왕 가는거 정말 야무지게 하고 오라고,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오라고, 좋은 사람들도 잔뜩 만나라고,그렇게 차분하게 얘기해주고 싶었는데,막상 헤어지는 순간에 이야기를 꺼내려니 눈물이 쏟아졌다.바보같이. 만감이 교차하며, 마음이 한가득 벅차올라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왔다.그래서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이고, 준비하고, 연습했던 말들을 거의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쏟아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시선을 저 멀리 던졌지만,이미 친구는 나의 눈물을 보았고..
*상자 1.케익상자를 들고다니면기분이 좋다.곧 상대방을 만나 잔뜩 축하해주고,함께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시간이바로 코 앞에 있는 것 같아설레고 기분이 좋다.굳이 생일이 아니어도.좋은 날엔 케익을 자주 떠올리고,결국 케익을 산다.요즘엔 친구들과 자주 모이지 못하지만,종종 케익 하나와 흔한 와인 한 병을 사들고친구들끼리 모여 잔을 기울이고,하하호호 웃으며 케익을 먹었다.아무런 기념일 등이 아닌데도그 날이 우리에겐 특별한 날이 되었다.케익상자를 들고 가는 곳은곧 행복한 기운이 넘치게 된다.내가 케익을 사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2.그 사람은 아주 귀엽게 맥북 뒤에조그마한 상자를 숨겨서 천연덕스럽게 걸어왔다.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폼만 봐도맥북 뒤에 뭔가 있구나, 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그리곤 그 ..
*두려움 1."이런 내 희생은 누가 책임져줘요?""그래도 그 목표를 이룬다면 그 다음 사람들에겐 편하지 않을까?""아니, 그건 알겠는데. 그 목표를 이루는 시간이 짧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죠.. 그 시간동안 내가 하는 희생과 스트레스 등은 누가 보상해줘요?""물론 그건 누가 보상해줄 수는 없지만 그 목표를 생각하면 뭔가 힘이나지 않니?""그럼 그 목표를 이루면요?""목표를 이루면 우리도 편해지겠지.""그렇게 편해지고나면 뭐가 좋아요?""편해지면 지금과 같은 고생은 안하겠지?""그래도 지금의 내 나이, 내 시간은 다신 돌아오지 않잖아요.""그건 그렇지.""난 그게 너무 아까워요.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요.""그래도 나는 그게 아깝다는 생각만 하진 않아.""하지만 그 시간들을 잃어버리는 건 맞잖아요.나도 자..
*대화 1.응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좋다.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또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말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난다.내가 조금 더 특별하고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더욱더 잘하고 싶었고, 정말 잘 되어서 그들에게 '다 너희 덕분이야'라고 말하고 싶다. 2.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대화'라는 곡을 찾아 들었다.아쉽게도 아직 음원으로 나오지 않아서유튜브에서만 찾아들을 수 있다.그래도!듣고 싶은 곡을이렇게라도 다시 듣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3. 네가 나에게 했었던'무슨 일이든 너라면 다 잘할꺼야'라는 말을바이블처럼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힘이 되는 대화들이 그립다. -Hee -------------------..
*과거 1.기차 안에서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며 예전 일들을 떠올려보았다.평소에는 떠올리지 않는 순간들을,떠올리면 감상에 젖을까봐 굳이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을.결론은 아름다웠다.그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웠다.그 때의 대화도, 미소도, 분위기도, 모습도.모든 것이 아름다웠다.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시간들도 전부 아름다운 과거를 만드는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생각의 뿌리들 대부분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어떤 경험을 어떤 식으로 했냐에 따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그 안에서 생각이 움튼다. 3.몇 년에 걸쳐 과거의 장소를 간 적이 있다.처음엔 낯선 장소였다가, 두 번째엔 가기 싫어진 장소였다가, 세 번째엔 아련한 장소였다가,네 번째엔 익숙한 나만의 장소가 되고야 만다.그렇게 하나, 하나..
*아무도 모르게 1.사실 체력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에 예민하다.정말 사실이다.약골은 아닌게 맞지만,그래도 체력이 약해보인다는 말이 듣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그리고 더더욱 체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서 나도 빈틈이 있을 수 밖에 없다.그 빈틈을 누군가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고,내겐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라서 상대방에게 예민하게 굴어버렸다.예민하게 굴었던 나도,갑자기 예민해진 나를 본 상대방도,전부 기분이 좋지 않다.예민해짐을 보이기 싫은 상대방이라 더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그냥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조금만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2.첫인상을 더이상 믿지 않는다.실제 모습은 첫인상과 반전이 되는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등산 1."왜 이렇게 빨리가?"내가 등산할 때 마다 이 말을 자주 듣는다.옆에 경치도 좀 보고, 힘드니까 조금씩 쉬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면 되지 않냐고 내게 말한다.난 정말 산을 최대한 내 한계치 내에서 빨리 올라간다.할 수만 있다면 더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성격이 급한 탓도 물론 있지만,내 몸의 근육들을 더 다그쳐서 최대치를 쓰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평소에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없으니 근육을 더 쓰고 싶은 욕구가 등산을 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아, 또 등산의 묘미가 있지.김밥이나 과일 등을 가져가서 정상 부근에서 먹는 재미 때문에도 등산이 좋다.그리고 하산할 때에는 풀냄새, 흙냄새, 흐르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가 참 좋다.등산 후 뻐근한 몸을 이끌고 마시는 맥주 한 캔도 최고지...
*우울 1.언제 멈추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있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되었다.그래도 시간에 결정을 맡기는 것보다 작위적으로라도 결정하는 편이 낫다.그렇지. 그게 낫겠지. 2.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고, 소화해야 하는 것들이 하루하루 밀려온다.우울할 틈도 없이, 우울에 빠질 시간도 없이 여러 감정들이 나를 지나친다.그런 지나치는 감정들에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간다. 3.원래 두통을 모르고 살았다.그런데 며칠 전, 이제 두통이구나 싶은 두통이 왔다.두통이 왔구나, 라고 깨닫자 두려워졌다.내가 알고 싶지 않은 통증이였는데.이젠 나도 느낄 수 있는 통증이 되었다. 4.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이 더더욱 무거워진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