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1.진심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말.그 순간은 진심이였어도(혹은 거짓이였어도) 시간이 지나야 깨닫는 말.내가 하는 말들 중에도 훗날이 되어 혹여나 거짓이 될지 몰라 더욱더 신중하게 건네는 말.나만 믿고 따라오면 다 잘될꺼야.내가 계획이 있으니 이렇게만 해보자.이 방향으로만 간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꺼야.일단 맡은 일에 대해서 잘 하고 있으면 될 것 같아.내가 그때 너에게 그렇게 했던거에 대해 후회하고 있어.너처럼 특별한 사람은 없었어.너한테만큼은 이런 감정이 생겨.나는 너만 사랑할꺼야.또 너에게 연락하고 싶을 것 같아.네가 보고 싶을거야...수많은 말들이 내 귀를 스쳤지만 그 중 진실이 되었던 말은, 2.하지만 계속해서 그들의 삶이 위태롭고 덧없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너의 의미 나는 너의 의미를 정의할 수 없다.너도 나의 의미를 정의할 수 없다.그저 나는 너를 느낄 뿐이고, 너도 나를 느낄 뿐이다. 그저 나는 너의 존재를 느낄 뿐이고, 너도 나의 존재를 느낄 뿐이다.너의 존재에 대해 내가 느끼는 느낌을 인지할 뿐이고, 나의 존재에 대해 네가 느끼는 느낌을 인지할 뿐이다.나를, 또는 너를 알고 싶어 이런저런 질문도 해보고,나를, 또는 너를 알고 싶어 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나를, 또는 너를 알고 싶어 너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놓칠새라 완전히 집중하고,나를, 또는 너를 알고 싶어 너에게 시덥지 않은 고백도 해보지만,네가 누군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고, 내가 누군지 너는 도무지 알 수 없다.너와 나는, 나와 너는 그저 같이 있는 순간들을 추억할 뿐이고,너와 나는..
*복숭아 처음에 그녀는 마냥 천진난만해보였다.그냥 착하고 밝고 예쁜 아이라고만 느껴졌다.하지만 추운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그녀의 감성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천장이 낮은 카페에 앉아 마카롱과 향 좋은 홍차 위로 대화를 하며 그녀의 내면을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느 해, 겨울 내내 그녀와 매일 만나 누가 들을새라 조곤조곤하게 각자의 머릿 속에 있던 주제들을 하나씩 풀어냈다.하루는 이 주제, 하루는 저 주제, 또 하루는 다른 주제, 또 하루는 또다른 주제.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대화의 양이 쌓이고 쌓여 산더미가 되었고,그녀와 나는 그 산더미같은 내용들을 인지하고 소화시키는 재미를 알아갔다. 그녀는 마치 스펀지와도 같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남김없이 흡수했다.어떤 주제로 ..
*장마 1.여름, 그때 당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분과 약속했던 날이기도 했다.밖엔 주룩주룩 비가왔다. 아마 장마라서 비가 왔던 것도 같다. 굉장한 장대비였고, 오래오래 내리던 비였다.내가 밖에 나갈 때 장대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항상 하이힐에 치마를 고집했던 나에게 비란 성가신 존재였다.장대비가 바닥에서 튀어 내 발을 온통 점령하고, 내 하이힐을 몽땅 적시고,심지어 종아리까지 모두 빗물이 튀면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내겐 그 흔한 레인부츠 하나 없었다.그 날도 평소와 같은 복장을 하고 밖에 나갔었다. 약속장소는 꽤나 먼 거리였다. 아마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내려 역에서도 조금 더 걸어야 하는 곳이였다.지하철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황 중고등학생 시절에 어른이 되면 방황하지 않을 줄 알았다.'방황'이라는 말은 그저 사춘기때만 쓰이는 것인 줄 알았다.하지만 그게 아니였다.20대가 되자 더욱더 방황을 하고,30대가 되어도 방황할 것만 같고,40대, 50대가 되어도 방황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어릴 적에 어른들은 항상 '방황'을 나쁜 뜻으로 이야기를 하셨다.방황하지마, 방황하는 아이들은 안좋은 아이들이야.그때는 방황이고 뭐고 나한테는 방황에 대한 별 생각이 없었다.20대에 와서 방황이 결코 안 좋은 뜻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주변에 둘러보니 모든 사람이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동생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동료들도, 전부 모두.다들 방황의 스타일이 가지각색으로 다르고, 그 방황에서 느끼는 것들도 천차만별이겠지..
*이불 1.나는 이불이 없으면 잠을 못잔다.몸이 찬 편이고, 추위도 많이 타서 여름에도 이불을 턱 밑까지 올리고 두 팔도 이불 안에 넣고 잔다.보통 배만 덮으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한 발이라도 이불 밖으로 나가있으면 뭔가 불안하다.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약하게 틀어놓고 잘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장소가 내 방이 아니라 어디든 바뀌어도 잘 잘 수 있는 자신이 있지만, 이불이 마음에 안들면 뒤척인다.은근 깐깐해서 이불도 고른다. 사실 색상, 패턴 등은 별로 큰 상관이 없다. 두께가 관건이다.호텔 침구처럼 엄청 가볍지만 두꺼운 건 싫다. 가벼워도 답답한 느낌.적당히 얇아야하고 물론 가벼워야하며 너무 크지도 않아야 한다.이불이 내 몸에 비해 굉장히 크면 내가 주체할 수 없어서..
*개떡 1.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고,아무리 상황이 개떡같아도 아무 생각없이,우스갯소리를 내뱉으며 하하호호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2.'그녀는 총명하면서도 순수하고, 성실하면서도 마음씨가 곱고, 착하고 친절할 뿐 아니라 무척 쾌할하고,활동적이면서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네.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묘사지만, 너도 그렇다'라고 내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3.쑥으로 만든 음식 중에는 쑥인절미가 가장 맛있다.쑥버무리, 쑥개떡, 쑥국 다 먹어봤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고소한 콩가루를 묻힌 쫄깃한 쑥인절미.예전에 친구가 명절에 고향에 내려갔다 온 후 할머니가 만들어줬다면서 쑥인절미를 가져왔는데,아주 꿀맛이였다. 4.메일이 왔다.받은 요일은 아쉽게..
*이상형 함께 같은 주제를 놓고 두런두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펼치고,종종 찾아드는 침묵에도 어색하지 않은 편안함이 있고,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편하게 늘어놓음으로써 다시금 정리할 수 있게 되고,읽었던 책이나 보았던 그림, 들었던 음악을 추천하며 무엇이 좋았는지 이야기하고,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인지 귀 기울이고, 그곳에 눈길을 줄 수 있고,굳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1분 1초 내내 연락을 하지 않아도,함께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지금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하지만,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형'이라는 단어는 너무 포괄적이며 어찌보면 단편적이기도 하다.외모에 대한 이상형, 성격에 대한 이상형, 대화에 대한 이상형 등 정말 많은 이상형들이 있는데그걸 어..
도란도란 프로젝트(doranproject.tumblr.com)에 팬메일이 왔다. 처음에는 우리끼리만 보고 읽고 쓰자,라고 이야기를 하며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나고,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면서도란도란 프로젝트와 같은 주제로 글을 따라 쓰시는 분들도 계셨고,주위에 아는 분들을 만나면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어 종종 내가 놀랄 때도 있었고,은근히 관심이 없는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꾸준히 읽고있어주던 친구들도 있었고,완전 모르는 분들도 도란도란 프로젝트에 조금씩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고 계신다.그러는 와중에 팬메일이 도착했다.메일의 많은 내용 중에 이 곳만큼 찾아오면서 설레는 블로그가 처음이였다는 그 내용이정말로 많이 마음에 와닿았고, 계속해서 꾸준히 글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