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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270.결

puresmile 2019. 3. 10. 22:07

*결

1.
이제까지 잘 다듬어왔다고 생각했다.
계속 이대로만 더 다듬어가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두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의 정도, 사람의 마음, 믿었던 관계, 심지어 나의 마음까지도. 
곱게 다듬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너무나도 무심하게 거칠어졌다.
거칠어졌다고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이미 고르고 골라서 다듬었던 건데.
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뭐겠어.
또 다듬는 수 밖에.

2.
산송장같이 거실바닥에 오랜시간 누워 생각을 해봤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무니, 거의 시간여행 수준이 되어버렸다.
13살때의 나도 나오고, 15살때의 나도 나오고, 19살때의 나도 나오고,
21살때의 나도 나오고, 24살때의 나도 나오고, 26살때의 나도 나오고,
2015년의 나도 나오고, 2016년의 나도 나오고, 2017년의 나도 나왔다.
그렇게 시간여행을 하다보니 너도 있었다. 네가 궁금해서, 네가 궁금해져서,
채팅방을 켜서 애꿏은 아이폰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마치 도피처같잖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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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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