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
사실 지난 한 주는 감정이 너무 뒤죽박죽 섞여버려서 컨트롤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는 빠르게 회복해서 다행스럽게도 안정을 찾았다.
정말 감정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서 아슬아슬하기도 하면서도,
또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고 다시 들여다보면 변하지 않을 것처럼 굳건하기도 하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폭풍은 대비하긴 어렵고, 잘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폭풍에 맞서 싸우려다간 되려 후폭풍을 맞게 되어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2.
말해야 안다는 사람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
만약 후자가 말을 꺼낸다면 전자는 도망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어쩌면 후자는 전자가 자신에게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두려운 것은 아닌지.
사실 그 마음은 믿지 못한다는 마음에서 나온 생각인지,
또는 되려 겁먹고 섣부르게 짐작하는 것인지.
결국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느 방송사 연예대상에서 누군가의 소감을 듣고 누군가가 호흡의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 말을 해도, 적당한 어조와 어투가 뒷받침되어야 진심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해투성이가 되어버리고, 엉킨 실타래는 더욱 커져버리겠지.

3.
나의 2주 동안의 말레이시아는 춥다. 추워!
어딜가나 에어컨을 엄청 빵빵하게 틀어놔서 치마를 자주 입는 나는
무릎이 시렵고, 다리가 시렵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더운 나라는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많이 덥기 때문에 에어컨은 어디서든 필수이고,
지금도 나는 에어컨을 틀어두고 긴팔에 긴바지에 겉에 집업 후드까지 입었다.
말레이시아에는 한국 스타필드 같은 (또는 더 큰) 대형 쇼핑몰이 정말 많은데,
그 쇼핑몰 내 옷 매장에서 가을, 겨울옷을 버젓이 팔고 있는 행태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외출 시 꼭 챙기는 것은 카페, 그랩 등 어디서든 무릎을 덮을 수 있는 내 핑크색 장미 손수건이다.
그리고 손수건 외에 또다른 소지품이 하나 더 늘었다.
말레이시아 집은 열쇠로 잠그는 문이여서 한국에서 잔뜩 사온 귀여운 키링을 (드디어 쓸모가 있는 내 키링) 열쇠에 달았다.
그랩푸드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또 시켜 먹고 싶은 음식점과 그렇지 않은 음식점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과일주스와 요플레도 나름의 기호가 생겼다.
구글 맵 내 업로드된 사진들만 봐도 이제 어떤 분위기의 카페인지, 어떤 분위기의 음식점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고,
나름 트렌디한 카페에서도 온리캐쉬인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어서 현금과 동전을 더 챙기게 되었고,
링깃에 사실 무감각했는데, 직접 계산을 해보고 여러 카페와 음식점을 다녀본 결과 이 메뉴는 가성비가 좋은지,
이 메뉴는 그냥 비싼 메뉴인지, 또는 다른 곳보다 비싸게 받는 메뉴인지 감을 잡기 시작하게 되었고,
거리에 따라 아무리 가까워도 걸어갈 수 있는 안전한 거리인지, 그랩을 타고 가야하는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촛불이 하나씩 켜지듯 서서히 알아가는 나의 말레이시아.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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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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