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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39.자취

puresmile 2020. 7. 5. 14:05

*자취

20대가 되면 한 번 쯤은 자취에 대한 로망,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로망,
독립에 대한 로망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내겐 그런 로망이 전혀 없었다.
학창시절 내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처음 밖에서 살 게 된 건,
21살때 여름학기가 끝나자마자 춘천에 가서 디자이너언니랑 같이 살게 되었을 때였다.
작은 원룸이나 투룸이 아닌 일반 아파트에서 살았고, 온전하게 혼자만 사는 게 아니였기 때문에, 
딱히 자취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집이 아닌 곳에서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되었던 그 곳은
어떤 가구를 사다 들여놓거나, 집을 꾸미고 싶다는 욕구가 조금도 없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
직장 주변에 처음으로 원룸을 얻었을 때도, 
정말 실용적인 용도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되지 않았다.
이후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계기도,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여 이동하는 데에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기 위해서,
남은 에너지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오롯이 더 써야 겠다는 그 생각만으로 방을 구했다.
잠을 자기 위해 잠시 빌려 쓰는 공간일 뿐이였다.

월세를 내고 사는 공간은 완전한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매우 컸지만
뒤늦게나마 내가 오랜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보낸다고 실감이 났을 때,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삶의 형태라는 것이라고 깨달았을 때,
그 공간에 조금씩 정을 붙여 인테리어를 한답시고 한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자석들이나 사진들을 냉장고에 붙인다거나,
작은 화병을 사서 꽃을 꽂아 둔다거나,
아끼는 엽서와 좋아하는 작가의 달력을 벽에 붙이는 게 다였다.
나중에 어떤 집이 될 지 모르겠지만 온전한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집에서 살고 있을 땐 
(어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구일지도 모르는) 테이블부터 골라봐야지. 

2.
아무리 비싼 가구들과
누가봐도 예뻐보이는 인테리어가 아주 잘 된 집에 살고 있어도
그 안에 살고 있는 '내'가 불행하다면.

3.
공간도, 사람도 모두 경험해볼수록 보는 눈이 달라지는 법이지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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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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