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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358.조명

puresmile 2020. 11. 15. 20:19

*조명

1.
내 시력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라식이나 라섹 등 교정을 위한 수술을 할 만큼의 용기는 없다. 벌써 렌즈를 착용한 지 17년 정도 된 것 같다. 중학교때부터 콘텍트렌즈-하드렌즈를 지나 이번엔 한달용 콘텍트렌즈를 사용중이다. 물론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운동할 때만 착용하고(러닝할 땐 제외) 집에 오면 무조건 제일 먼저 렌즈부터 뺀다. 눈이 나쁜 사람들은 다들 알다시피 렌즈나 안경을 착용한 직후엔 시력이 평소보다 순간 더 나빠진다. 안그래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눈이, 렌즈를 빼고 나면 더욱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갖고 살게 된다. 이런 와중에 조명마저 어두워버리면 너무 답답해진다. 그래서 집에선 웬만하면 항상 밝게 불을 켠다. 누군가는 불을 끄고 미미한 조명빛을 켜고 지내는 것을 선호하지만, 눈이 좋지 않은 내겐 매우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말레이시아 집은 한국처럼 아주 밝은 형광등이라기보다는 노랗고 은은한 빛이어서 처음에 적응하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이제는 은은한 불빛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래도 아직까지 집에서 불을 다 끄고 작은 조명만 켜놓는 건 못하겠더라.

2.
그래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만 보던 사람을 환한 곳에서 보는 게 사실 익숙하진 않더라. 어두운 조명 아래에선 없던 감정도 생기는 마당에, 환한 조명 아래에선 마치 환상이 깨지듯 있던 감정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그 사람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만 찾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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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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