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다.추위에 떠는 상태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주려던 그들은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다.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은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는가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을 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늘을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랑이 오래 간다. -이정하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이윽고 슬픔은 그의 얼굴을 다 차지했다. 수염이 자라는 속도로 차오르던 슬픔이 어느새 얼굴을 덥수룩하게 덮고 있었다. 혈관과 신경망처럼 몸 구석구석에 정교하게 퍼져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으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뱉은 모든 발음이 울음으로 한꺼번에 뭉개질 시간이 팔자걸음처럼 한적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줌밖에 안되는 웃음을 당장 패대기칠 수도 있었지만 슬픔은 그가 더 호탕하게 웃도록 내버려두었다. 조잘대는 주둥이 깊숙이 주먹 같은 울음을 처박을 수도 있었지만 침이 즐겁게 튀는 말소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웃음과 수다에 맞추어 목과 이마의 핏줄이 굵어질 때마다 슬픔이 지나가는 자리가 점점 선명해지는 게 보였다. 웃다가 조금이라도 표정이 일..
너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나에겐 없다. 멀리서 다가와 멀리 사라져버리는 무슨 아득한 종소리 같은 것 이라고 할까. 네 앞에서 나는 항상 모자라고 네 앞에서 나는 항상 처연하다. 굳이 눈 내리는 밤이 아니라도 좋다. 따스한 차 한잔이면 내 가슴에 얼어붙은 피는 풀리고 이내 너를 향해 시냇물 소릴 내며 흘러갈 게다. 꽃향기마저 사라진 계절에 내리는 눈이 눈썹을 적실 때 나는 한 마리 가녀린 새가 내 손바닥에서 날아오르는 환영에 젖는다. 그렇게 너는 날아가 멀리 그곳에 있는 걸까. 너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나에겐 없다. 서걱이는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문득 아침 햇살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때까지. -남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