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1. 일 복 일 복이 터졌다. 밤 12시 전에 퇴근하면 칼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벽 1~2시에 퇴근길을 걸었다. 확실한 건, 11월 한 달도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주 재미없진 않다. 관리기법을 신명나게 배우고 있으며, 관리툴을 다양하게 접하고 있으며, 인적자원관리 또한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하고 있다. 정신이 없어도 시간은 엄청 빨리 간다. 그래도 당분간 시간이 빨리 가는게 성격 급한 내겐 엄청 좋은 상황이기에, 더 정신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 내가 관리해야 할 것들만 내 손아귀에 잘 쥐고, 관리하자. 2. 처음엔 어려웠는데. 사실 난 그때 질투가 났다. 이미 지금에와서는 정말 수 많은 시간들이 지났기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여야 하겠지만, 솔직히 지금 생각해봐도 질투가 나고, ..
*반성 1. 숨겨져 있던 복선들 맞다. 기대했다. 헛된 기대에 실제의 너를 빗대어 비교했다. 그 기대를 믿고 너를 만났고, 네 존재에 의지도 했고, 네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생각해보면 너와 나는 사고의 뿌리부터 너무나도 달라 서로를 원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복선이 하나하나 깔렸을 지도 모른다.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모르는척 외면한 복선들은 쌓이고 쌓여만 가고, 그렇게 너와 나는 멀어졌다. 2. 1시간을 사이에 두고 넌 내게 장문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너와 나의 모든 대화들은 농담일 수 없었다. 가식일 수 없었고, 내숭일 수 없었고, 서로를 밀고 당기는 일도 상상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오직 현명하게 생각하..
*언약1. 다른 대화를 하자 우리들은 지금 지키지 못할 말들을 서로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말들로 인해 살아가는 동력과 동기가 불어넣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말들로 인해 느끼는 허탈감과 상실감은 어떻게 견딜까. 그 말들이 일상의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킬 수 있는 말들만 내뱉고 싶은데, 정말 상황이 변해서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느꼈고, 그 말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유연하지 못하게 행동한 적도 많았고, 내가 들었던 그 말들이 다시 화살이 되어서 내게 상처도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조금 더 신중해졌지만, 어쩌면 지키지 못할 말들을 어렵사리 내뱉고 있다. 어떨 때는 그런 말들에 질려 현재형의 말들만 믿고 싶었던 적도 있다. 현재형의 말들은 최소한 지금 느..
*카레 1. 엄마카레 지난 3년여간 교정을 했었다. 엄마가 카레를 해줄 때면 집 안에 카레향이 진동하고, 카레는 또 한 번 하면 며칠은 먹기 때문에 며칠동안 카레향을 맡았었다. 엄마 카레를 좋아하는 나는 너무너무 카레가 먹고싶어 군침이 돌았었는데, 교정기가 투명인 바람에 카레를 먹으면 노랗게 변한다는 속설을 어디서 듣고는, 카레를 한 입도 못 먹었던 적이 있었다. 3년이 지나고 교정기를 시원하게 제거해버리고 엄마한테 카레를 해달라고 했다. 샛노랗고 당근과 감자가 약지손톱만하게 일정한 크기로 듬뿍 담겨있고, 양파와 고기가 듬성듬성 들어있는 그런 엄마카레. 정말 밥 양의 2~3배는 떠와서 김치와 함께 엄청 맛있게 먹었다. 나는 카레를 밥과 따로 먹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카레를 밥처럼 먹었다. 엄마 카레 또 먹..
*남겨진 것들1. 우스운 행로 아이폰으로 지도를 켰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현재 위치와 아이폰을 사방으로 돌리며 가야 할 방향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몇 걸음 간 후 확인, 서너 군데 가게를 지나서 또 확인. 커브길이 많은데 왼쪽으로 꺾어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꺾어야 하는지 정말 여러 번 확인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습게도 목적지에 도착하자 괜히 정이 가지 않았다. 사실 굳이 목적지는 그 곳이 아니여도 상관이 없었고, 가장 중요한 건 변덕을 부린 내 마음이였다. 그래서 원래 정이 붙어있는 목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몇 십번은 가던 곳인데, 출발지가 항상 출발하던 곳과는 반대방향이였다. 감으로 그 목적지를 향했다. 두 블럭쯤 갔을까.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머릿 속 지도가 뒤엉켰다. 바보. 다시 아이폰을 ..
*여유 1.저녁을 먹고 가볍게 산책하는 것,소중한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주일에 한 번쯤은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멋있는 등산복, 등산신발이 없어도 편한 옷을 입고 등산하는 것,휴일아침에 조금 부지런을 떨고 일찍 일어나서 맛있는 브런치를 (해)먹는 것,중고서점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사서 자기 전 시간을 그 책으로 장식하는 것,나와는 다르고 좋아하지 않는 방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 그대로를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진심을 다해 응원해주는 것,지난 날을 되돌아 보는 것,딱히 좋은 일은 없어도 무표정을 일관하기 보다는 환하게 웃는 것.꼭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도 부릴 수 있는 여유는 많다. 2.마음의 여유는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 3.마음이 ..
*빙수 1.그래도 명절이라고,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종종 온다. "우리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열심히 살자" 이번 추석때 내가 받은 메세지다.이런 이야기를 내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2.올 여름, 생각보다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목이 마르다, 이가 시리다, 맛이 없다,그런 이에게 흔쾌히 빙수를 건네보았다가 퇴짜를 맞거나,마지못한 승락을 얻었다.그리고 빙수의 60%이상의 몫을 내가 해치워야 했다.단지 상대보다 빙수를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단지 상대에게 빙수를 건넸다는 이유로.그 이후엔 먼저 빙수를 먹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3.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추억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죄책감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함이 나를 ..
1.언제였더라,가방 속에 손을 넣어보면 조용하게 자리를 차지하던 편지가 있었고,지갑을 열어보아도 꼬깃꼬깃 접은 편지가 있었다.어릴 때 보물찾기를 하다가 상품이 적힌 쪽지를 발견하듯이,서랍 깊숙이 잠자고 있던,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귀걸이를 발견하듯이,의도치 않게 편지를 발견할 때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엄청 기쁘고 설레는 마음을 꾹꾹 참아내며,편지를 발견한 짜릿함을 조금 더 느끼고자 몇 초 전, 몇 분 전, 편지를 발견한 순간을 다시금 새기고자,고이 접혀진 종이를 쉬이 펴보지도 못했었다.그리고 나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원래 글을 읽는 속도가 빠르고, 성격이 급하여, 빨리 읽어내려가고 싶은 눈길을자제하고, 자제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놓칠새라 소중하게 읽어내려갔던,그런 때가 있었다. ..
*가을냄새 1.커피를 주문한 뒤 책을 펼쳤다.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읽어나갔다.책에는 작가의 삶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반 정도 읽었을까,점점 읽어나가기가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그렇다고 작가의 삶의 시간들이 불편했던 건 절대 아니다.어떤 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내가 마주칠 때,내가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시간들이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나는 나의 힘든 시간들이 솔직히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나의 힘듬이 어색하며, 내가 아닌 것 처럼 얼떨떨하며,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같이 메타자아 속에 항상 있고 싶어 했다.당연한 시간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데,이 책을 읽으니, 나의 시간들도 당연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느껴지는게,불편했다.그렇게 나는 그 책을 더이..
*열대야 1.올 여름 밤에는 마음놓고 밤거리를 터덜터덜 걸어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을 편하게 놓을 수 있었던 날 조차 손에 꼽힌다. 이렇게 올해 여름이 가고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을이 성큼 왔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름이 가는게 아쉽다고 매번 지겹도록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이 가면, 높은 하늘의 가을이 야속하리만큼 빨리 지나간다. 그런 사실을 아니까, 더더욱 아쉽다. 선선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니, 내게 오는 계절들을 조금만 더 즐기고 아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솔직히 말하면, 두렵다.상냥함에 두렵고,설렘에 두렵고,두근거림에 두렵고,달콤한 말이 두렵고,익숙함에 두렵고,변함에 두렵다. 3.하늘을 보았다.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