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

1.
작년에 망해암에서 낙차하기 직전 라이딩때, 그때 아마 10월 초? 이제 가을이 막 찾아왔을 무렵, 야간 라이딩을 했었다. 가까운 곳을 돌고 와야지, 라는 마음으로 행주대교를 지나 처음으로 그쪽 북단을 가봤다. 그런데 가을 밤은 정말 추웠다. 그때 행주산성 북단은 처음이라서 되게 길이 좋고, 커브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양 옆이 갈대밭이라는 곳을 지나갔지만, 조금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 (한 11시쯤 되었으려나) 옆에 갈대가 있는지, 없는지 볼 정신도 없이 너무너무 춥고 발이 시려워서 페달밟기에 바빴다. 올해 다시 그 곳을 낮에 다시 라이딩을 가봤는데 정말 양 옆 갈대밭이 예쁘고, 길도 좋고, 커브길도 적당한 길이여서 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너무 춥고, 그냥 추웠다. 발이 시려워지고, 페달은 계속 밟아야만 하고,(그래야 빨리 이 곳을 벗어나서 뭔가 다른 곳을 갈 수 있으니) 어느새 난지천 공원이 나오고, 주위는 가로등으로 인해 밝아졌다. 12시쯤 되었을까. 빨리 다시 남단으로 내려와서 집에 가고 싶었는데, 너무 춥고 뜻밖의 추위에 놀라서 조금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쉬고싶었다. 그래서 상수 쪽으로 빠져서 카페에서 잠시 몸을 녹이기로 하고 합정역 근처 할리스에 갔다. 24시간 할리스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알맞은 기온에 몸을 스르르 녹이니 잠이 막 쏟아졌다.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다. 아.. 여기서 나가야 집에 갈 수 있는데, 따뜻한 온도를 포기하고 다시 추운 밖을 나가기는 싫고, 40-50분은 라이딩을 하고 온 상태라서 온 몸이 녹아버려서 나른해져서 잠이 쏟아지지만, 여기서 자다간 다시 또 피곤해질 것이 뻔하고. 결국 쏟아지는 잠을 뒤로한 채, 다시 자전거를 가지고 길로 나섰다. 이 곳에서 집까지 제일 빠른 길은 양화대교를 건너는 것. 열심히 양화대교까지 가려고 페달을 밟았다. 합정에서 양화대교까지 그리 먼 길은 아닌데, 그날은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다음 양화대교를 또 힘차게 건넜다. 집을 향해. 막상 양화대교를 건너고, 다시 남단 한강 근처로 넘어오니 잠이 깨고 힘들지 않았다. 약간은 춥긴 했지만, 버틸만 했다. (그 행주대교 북단 그 길이 유독 스산하고 추운길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새벽 2-3시쯤 도착해서 씻고 잠이 들었다. 

2,
로드를 타고나니 이제 좀 감이 온다. 예전에는 운전도 안했고, 그냥 전철로만 다녀서 관심도 없었던 터라 어느 다리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로지 성산대교만 머릿 속에 있었을 뿐. 하지만 이젠 한강을 지나서 서쪽이든 동쪽이든 가는 코스가 많다보니 어느정도 어떤 다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머리 속에 지도가 대충은 그려진다. 신기해.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심리적으로 성산, 양화, 서강, 마포, 한강대교 까진 우리집 쪽이고 괜히 생각이 든다. (한강 가운데 쯤이다보니) 반미니(반포대교에 있는 미니스톱인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가는 길에 한강대교 아래를 지나는 데,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그 곳을 달리면 길도 좋고, 시원하고, 다리 아래에서 한강이 굉장히 가깝게 느껴져서 기분이 묘하다. 그리고 샛강길도 좋아하는 길 중 하나다. 당산철교 지나서 국회의사당가기 전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나는 조금 더 돌더라도 샛강길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길은 좁고 도로상태도 그리 많이 좋진 않지만 양 옆이 풀, 나무들이 많아서 초록초록 숲 길을 뚫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여름에 그 길을 달리면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글을 쓰면서 그 길을 상상해보니 또 그 길을 달리고 싶다. 돌아오는 주말엔 마라톤이 있으니, 다다음주나 되어야 다시 로드를 탈 수 있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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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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