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회사엔 대표 빼고 나와 한국인 직원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직원은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유일한 한국인은 나뿐이다.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크게 말레이시안 차이니즈와 말레이시안들로 나뉘는데 보통 말레이어로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가끔씩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종종 아는 말레이 단어들이 나오기도 하고, 대화하는 뉘앙스로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순 있지만 아예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 그럴 때마다 초반엔 영어로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물어봤다. 나도 너네 대화에 끼고 싶은데 영어로 말해달라 이거지. 그런데 몇몇이 누가 봐도 속닥거리면서 이야기할 땐 물어볼 마음도 생기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근데 그 중 한 명이 나중에 몰래 내 뒷담화를 했다고 말해줬지. 처음엔 황당했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을 해대길래 뭐라고 할까 싶다가도, 일단 난 어른이니까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엔 그들끼리조차 서로의 뒷담화를 해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엔 전 회사의 말레이 친구와 이야기하던 도중 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걔네 말레이지? 원래 말레이 애들은 그래.'하는 씁쓸한 대답을 들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뒤에서 뒷담화를 잘하고,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게 종특이라는 듯이 말하길래 그냥 그러려니 했다. 여기에 말레이 애들이 이야기하는 차이니즈는 더 웃기다. 완전 배려 없고 말도 남 앞에서 막 한다고. 음. 그것도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여러모로 말레이시아의 단면을 또 한 번 느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뒷담화하는건 마찬가진데,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다른 점이라면 말레이 사람들은 그 뒷담화한 이야기들이 돌고 도니까 그게 웃겼다. 누가 누구의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심지어 대표가 했던 남의 뒷담화까지도) 전 직원에게 다 돌고 돈다. 쉬쉬한게 없이 꼭 그 중 한 명이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전하고, 그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또 전하고. 비밀이란 없는 곳. 그래서 차라리 남의 뒷담화를 안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누구 들으라고 하지 않는 이상. 웃기다, 모두 그냥.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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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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