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1.태어나서 지금까지 딱 두 번.별이 정말 예쁘고, 쏟아질듯 많구나, 라고 느낀 적이 있다.첫 번째 순간은 21살 때.늦은 여름에 춘천에서 일을 하다가 회사사람들끼리처음으로 춘천 소양댐에 밤에 간 적이 있었다.2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고, 사람이 아예 없었던 소양댐.가로등마저 꺼져있어 빛이 거의 없었던 그 곳.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니, 정말 별이 엄청 쏟아질 것 처럼 내 머리 위에 떠 있었다.하늘도 맑아서 반짝이는 별들이 잘 보였다.물론 개중에 인공위성 등등도 있었겠지만.두 번째 순간은 25살 때.12월에 제주도에 갔었다. 엄청 늦은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을 해서,미리 예약해두었던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리조트에 부랴부랴 갔다.야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12월임에도 불구하고..
*준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너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 전혀 아니였다.너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아니였다.이제서야 겨우 내 삶이 다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상궤도에 올라왔기에난 그저 조금만 더 나와 너에 대해 체계적으로 내 머릿 속에서 정리를 하고 싶었기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만 뭉뚱그려 이야기를 했다.너는 내 말을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밀려왔다.아니, 네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계속해서 몰랐을 수도 있었던 부분이였다.오히려 너는 나의 이야기를 오해아닌 오해를 하며 들었기에너는 너의 탓을 했다. 하지만 너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확실하게 의사전달을 하지 않은 내 잘못이 있을 뿐이였다.다시 잘 풀어가고 싶었다.내가 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에..
*사회 1.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나는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그 톱니바퀴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아무리 싫다고 외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쳐도,내가 무인도에서 혼자서 삶을 개척해나가지 않는 이상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그런 사회와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그제서야 그가 이해됐다.왜 그렇게 서둘러 잘 수 밖에 없었는지,왜 주말에는 나가기 힘들어 했는지.그리고 내가 왜 잠을 챙겨야 하는지도 깨달았을 때,자칫하면 내가 부정하려 했던 모습이 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나를 절대 잃지 않을거라고.나를 절대 잊지 않을거라고.그리고 내 삶을 내 방식대로 어떻게든 살아갈거라고. 2.제대로 된 사회를 만드려면 교육이 중..
*지나간 말 1.생각해보면 싸움이라면 싸움인 것이 맞고, 이 싸움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그들은 서로 싸우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전체적인 면모를 보았을 때 이것은 정말 명백한 타이밍싸움이였고, 타이밍싸움이다.하지만 우위는 있어도 완벽한 승자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완벽하게 승리하기엔 변수가 너무나도 많고 많기 때문이다.어떤 때는 정말 예측가능한 승부이지 않을까, 라고 느꼈는데어떤 때는 일부러 꼬아놓아버리는 심술때문에 변수가 생기고, 결과가 완벽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느꼈다.결과보다는 과정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결과만 떡 하니 내놓기에는 과정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과정을 잊지 않으려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내가 과정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수많은 프레임들이 과정들을..
*끝 1.욕심을 부리고 싶었다.끝을 맞이하기 싫어 욕심을 부렸다.하지만 욕심을 부린 만큼 끝은 더 쉽게 났다.끝이 아닐 것 같았던 사람은 모두 끝이 나고, 금방이라도 끝이 쉬울 것 같았던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지속되고 있다.욕심이 화근이 된걸까.아니면 어차피 끝이 날 사람인걸까.근데 너랑은 끝내기 싫은 생각이 들어 욕심으로 변할까 조바심이 난다. 2.자정이 넘은 시각에 내 아이폰에 도착한 카톡메세지는 맥락을 확실하게 바꾸어 놓았다. 3.2년 전에 아주 깔끔한 끝을 맞이한 적이 있다.어느 누구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고,오히려 고마웠고, 아쉬웠고, 기분좋은 슬픔과 후련함도 있었다.그렇게 깔끔한 끝은 난생 처음이였다.애써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참았다.잘한 것 같다.그 날을 잊을 수 없다.내 인생에서 가장 잘했던 ..
*거짓말 1.어떤 거짓말도 하기 싫었고, 거짓말을 하기 싫다.정말 솔직하고 싶었고, 솔직하고 싶다.기쁘면 기쁘다,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화나면 화가 난다.단 한 순간도 내 감정을 왜곡시키기 싫었고, 숨기기 싫다.그래서 내가 느끼는 것들, 있는 그대로 시시콜콜 이야기 했고, 이야기하고 싶다.하지만 상대방은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이겠지.나는 나 한 명이고, 나 아닌 타인은 내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그냥 나를 그대로 들어주고, 보아주고, 느껴주었으면 좋겠는데.이 바람은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이상향에 불과한 것일까. 2.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소한 내 자신에게는 솔직해야한다고 생각한다.내 자신까지 속이면 나는 정말 힘이 들겠지. 3.올해 다래끼 약을 약국에서 두 번이나 샀고,지금까지..
*상실 1.내가 모르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어쩌면 내 외장하드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은근히, 아주 은근히 많다.그렇게 많은 줄 몰랐을 정도로,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물론 용량이 1TB같은 사람도 있고,아주 어쩌면 나에 대한 기억이 1MB도 안되는 사람이 있겠지만,그 중에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음성도, 발음도, 모습도, 행동도, 전부.물론 나의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모습까지도.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다.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내 모습이 전부가 궁금하기도 하지만,망각하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더구나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기억들을 잊는 것에는 아주 도사니까. 2.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어디 가입하는 것 같네"라는 이 한 마디가 인상깊었다. 3,..
*100 1.나에게 이것은,생각만하고 있어도 설레이고,어떨 때는 뭉클하면서도,가끔씩은 버겁기도 하고,또 어떤 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면서,어쩌면 대나무숲이기도 하고,지하철 역사에 걸린 대형 광고판같은 느낌도 들고,아주아주 가끔씩은 안타깝기도 하면서,어느 날에는 짠하고,종종 추운 겨울에 원두의 향과 스팀우유 향이 가득 퍼진 카페의 온도같기도 하면서,보면 볼수록 꽉 찬 마음이 들고,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다양한 시각들이 마냥 예뻐보이고.소소한 생각들이 사랑스럽다. 2.너는 내게 말했다.날 보면 항상 신선하다고 했다.보통 한 사람을 꽤나 긴 시간동안 알고 지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이라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파악 할 수 있는데,나를 만나면 만날 때마다 항상 새롭고 여러가지 면들이 자꾸만 보여서시간..
*꽃게 1.고등학교 다닐때 저녁시간이었다.원래는 학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야자를 해야하는데,서로를 죠스라고 부르는 친구랑 몰래 학교를 빠져나왔다.학교에서 저녁을 먹지않고 나와버려서 죠스와 나는 배가 고팠다.마침 죠스네 집이 우리집보다 학교에서 가깝고, 아무도 없다는 소식에 버스를 타고 죠스네 집으로 갔다.죠스네 집에 도착해서 식탁에 앉으니, 죠스가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반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죠스는 반찬을 꺼내다가 어떤 냄비 뚜껑을 열었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아싸! 이거 있다!"도대체 뭐길래 저렇게 좋아하는거지, 라는 마음으로 "뭔데?" 물어보며 냄비 안을 보니 간장게장이었다.사실 나는 그때까지 간장게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우리집 식탁에는 젓갈, 게장이 한 번이라도 올라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종종..
*만족 예전에 경주에 여행가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을 읽어보고 가면 원래 보던 것도 다르게 보인다고.그 당시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은 되지 않아 아직까지 못 읽고 있지만, 정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이처럼 내가 먹는 음식도 알고 먹으면 조금은 느끼는 것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아무 생각없이 매일 먹던 소고기, 돼지고기, 소세지, 닭고기, 달걀, 버터, 우유 등등.FOOD INC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체르노빌의 아이들처럼 그런 정적인 다큐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약간은 빈티지한 영상에,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을 접목시켜 적어도 내 집중력을 높혀 주었다.미국 슈퍼마켓엔 계절이 없다고 한다. 이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그렇지 않을까.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