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주의 해묵은 취급 주의 표시들을 하나씩 떼어내는 중. 무슨 이유로 타인은 커녕 나조차도 손대지 못하게 했을까. 바꿀 필요가 있다. 바뀌어야 한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 🔸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트위터 바로가기
*알록달록 쨍하고 선명한 색들의 옷과 슈즈를 다양하게 조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똑같이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Viktoriia Bogodist와 Olivia&Alice 자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동남아시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초록빛의 야자수를 노란색, 빨간색, 흰색, 분홍색, 군청색, 회보라색, 담자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구경만해도 재밌어지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Atelier Biagetti, 구수한 말투로 마치 구황작물 빛깔을 좋아할 것만 같았던, 하지만 굉장히 세련된 감각과 과감한 색, 그리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디테일함을 갖추고 런칭해 자연스럽게 모든 제품들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믿음직스러운 유튜버 원지의 hlllo, 커다란 캔버스..
*기타 이젠 어른이라며 괜히 고개를 쳐들고 다녔던 그때,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옷을 입고 다니는 남자가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이 온갖 멋이란 멋은 다 부리고 다니는 걸 보니, 그 꼴에 질려버리게 되자 무채색 맨투맨에 투박한 백팩, 여기에 캡모자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끌렸다. 또다시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덜렁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 매고 자기가 만든 곡을 담백하게 부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남자를 그때 처음 봤다. 당시 내 주변에는 '내 생각'은 없고, 항상 남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유행을 좇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사람은 '내 이야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이야기했다. 심지어 시대의 트렌드, 멋진 핏이 나오는 체격..
*공감 1. '난 어떻게 보면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들어보니 나도 열받고 속상하네' 왜 저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일어난 배경이 어땠는지도 이해하고, 왜 누군가가 열이 받는지, 왜 누구는 눈물을 흘리는지 단번에 공감하여 나온 어떤 이의 한 마디. 2. 카톡이 왔다. 한 단어, 한 마디, 한 문장, 한 표현에 전부 공감이 됐다. 관계에 대한 끈끈함과 의리가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내 참을 수 없는 속마음을 술술 풀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마냥 화살을 쏘아댈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최대한 부드럽게 돌리고 돌려서 이야기했다. 결국 이건 직접 느끼는 당사자의 생각과 마음이 가장 중요할 테니까. 부디 슬기롭고 지혜롭게 헤쳐나가길. 3. 근데 체득이 공감보다 무섭다? -..
*날 사랑하는 법 “너는 널 사랑하는 법이 뭐야?” “난 반신욕하는거랑 요가하는 거, 그리고 언니랑 톡하는 거랑 운동하고 요리하는거? 언니는?“ 나는 해결할 수 있는 고민과 문제들은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해결하는 것, 그리고 신선한 원두를 쓰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 그리고 공부할 것들을 쌓아두고 공부하는 것,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책을 마련해두는 것, 땀 잔뜩 흘리면서 온 체력을 다해 깔깔 웃으면서 운동하는 것, 마음에 드는 향수를 늘 뿌리는 것, 손톱과 발톱을 짦게 깎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두서없이 두런두런 아무 이야기나 하는 것 등등. 너랑 아무 생각없이 멍청이 같이 웃으면서 떠드는 것도 포함. 늘어놓자면 너무 많으니 글로 썼어. 메롱. 붕따우 걸. -Hee ··············..
*샤브샤브 수 없는 다툼 끝에 결코 뼛속부터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확신까지 하고 나니 둘 다 마음이 편해진 건가. 이미 헤어짐을 고하고 또 고했던 우리는 속도 없이 웃으며 마지막으로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메뉴를 정하는 중 평소 같았으면 걔의 의견을 물어봤을 나지만, 이제 뭐 끝난 사이니까 싶어서 평소 진득하게 물어봤을 걔의 의견 따위는 묻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내가 좋아하고 먹고 싶은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육수를 사이에 두고 호호 불어가며 열심히 샤브샤브를 먹고 속 든든하게 헤어졌다. 물론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어서 완전한 헤어짐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은 진짜 이별을 마주하기 전 단단하게 마음을 만들고자 하는 주춧돌인 시간이었다. 미..
*곶감 올해 두 번째 날, 늦은 오후에 반가운 카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올 한 해 이쁜 사랑도 가득, 기쁠 일들만 듬뿍 담기라는 훈훈하고 따뜻한 내용이다. 지난 대화 내용을 보니 작년 설날에 상주곶감을 보내며 최대한 시간이 나면 뵈러 간다고 말씀드린 내용이 마지막이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피어난다고 말씀해 주시는 마음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귀하다. 많은 설명과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들. 비록 몸집은 자그마하지만 늘 큰 딸처럼 생각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든든한 뒷배가 생긴 기분이다. 늘 소녀 같으신 고운 분. 소중한 인연들이 참 많다. -Hee ··························································..
*미식 1. 짜게 먹는 식습관이 건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뉴스를 봤다. 고깃집에서 나오는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 아빠가 떠오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며칠 전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미쉐린 가이드 평점이 정말 믿을만한 거야?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른데 어떻게 그걸 절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심지어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의 서비스나 분위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음식의 맛'만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내겐 어떤 음악이 더 좋고, 나쁘냐를 따지는 의미 없는 일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만약 내가 미쉐린 평가원이라면 언제 먹어도 맛있는 우리 엄마의 미역국과 동태찌개, 그리고 오이무침에 별을 3개 다 줄래. 3. 말레이시아엔 사워도우로 만든 크로와상을 파..
*엄청난 속도 이상하게 혼자 러닝을 하면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에 띄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항상 그냥 어느 일정한 평균선을 유지했고, 속도를 더 줄인다는 생각보단 여기서 더 늦춰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마라톤 대회만 나가면 내 첫 1km 속도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단축됐다. 나이키런클럽 앱에선 1km 간격으로 현재 속도를 알려주는데, 대회 날 첫 1km 속도는 내가 혼자 뛰는 속도보다 확연하게 빨랐다. 심지어 올해는 4분대의 믿기지 않는 속도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회를 위해 딱히 일상에서 뭘 더하진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먹고, 뛰고 그게 전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에너지의 근원은 '신남'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혼자 뛰는 러닝은 행위에서 느끼는 재미도 재..
*기억력 1. 망각은 축복이라는 말이 있지만 축복받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는걸.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소가 되새김질하듯 재차 떠올려보며 잘근잘근 씹고 있지만 언젠가 입안에서 사라질 이물감처럼 갈수록 아득해진다. 베갯잇이 잔뜩 젖도록 눈물 콧물 흘리며 울던 날들,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 멀어지는 뒷모습,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의 일들 따위의 잊고 싶은 기억들은 생생하게 떠오르고, 추운 겨울에 따뜻한 손을 잡고 걸었던 거리, 사방이 트여있는 카페에서 낮에 맥주를 마셨던 기억, 다정함과 달콤함이 한데 버무려져 설렘으로 다가오던 고백,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편지들 등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 넣으려고 애쓰지만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멀어져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