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성큼.그제보단 어제 더.어제보단 오늘 더.가을이 다가오고 있다.괜히, 두렵다.밤 공기가 서늘해져 내 뺨을 스치며 지나갈 때,외로움과 공허함이 내게 다가오는 듯 했다.봄 타는 것보다 가을타는게 더 무서운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봄은 설레일 수 있지만, 가을은 전혀 설레지 않는다.오히려 더 잔잔하고, 조용하며, 무겁다.무겁고 또 무거워 그 무게를 버티기 버겁다고 생각할 즈음,추운 겨울이 와서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공허함이 내가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까봐 조마조마하다.음악 선곡을 더욱더 신중하게 해야 할 때다.음악이 이런 감정들을 한 층 깊게 만들어버리니.
*비행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내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가 먼 나라로 떠난다.평생 떠나는건 아니지만, 같은 한국에 없다니 굉장히 허전할 것만 같다.항상 만나면 즐겁고, 별일이 없어도 재미있고,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행복을 논하고, 때론 서로 잔소리도 해주며,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내왔는데.곧 있으면 찬 바람이 슝 부는 온전한 가을이 100% 첨가된 밤을 느껴, 바로 카톡으로 지금 가을이 100%라고 이야기 하면 동감해 줄 수 없겠지.첫 눈이 어설프게 오면 왜 눈이 이렇게 어설프게 오냐며, 또는 왜 지금 이 상황에 첫눈이 내리냐며, 불평불만을 이야기해도 바로바로 대답해주지 않겠지.때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받아, 나 지금 이런 선물을 받았는데, 이런 뜻이 담겨져 있어서 엄청 지금 좋은 내 기분을..
*잠 1. 지난 일주일이 나의 2014년 중에 잠을 가장 많이 잤던 한 주가 아니였나 싶다.자고 또 자고, 머리가 아파도 그냥 자고, 졸려도 자고, 안졸려도 자고,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고, 계속 자고.잠은 잠을 낳고, 또 잠은 잠을 낳는다. 하지만 나의 한계치에 다다르자 머리는 지끈지끈 너무나도 아프고, 더이상 잠다운 잠을 자지 못했고,괴랄한 꿈만 꾸었다. 나의 무의식 안에서 뛰어놀던 사람들이 내 꿈으로 튀어나와 내게 그들의 존재를 인식시켰고,나 역시 꿈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그들을 대했다. 꿈에서도 고민을 하며 이야기를 했고, 생각을 하며 행동했다.갑작스레 내 안에서 늘어난 잠 때문인지, 아니면 무의식에서 뻗어나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신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편..
*야망 그와 함께 있으면 내 꿈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야망은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인지 굳이 설명하거나 어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온전하게 내 자신의 안위를 먼저 물어보고, 걱정해주었고, 어떤 옷을 입던지, 어떤 머리모양을 하던지, 심지어 어떤 표정을 짓던 상관없이 그냥 전부 예쁘게만 보인다고 했고, 전부 좋다고 했다. 그는 내게 마치 거대하게 우뚝 서 있는 칠레의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와 같이 느껴졌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묵묵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아이. 하지만 사람은 절대 석상이 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서로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감정선을 건드렸고, 서로가 좋아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했다. 그와 나 전부 절대 익숙하지 않은 감정선이였기에 어찌할 줄 몰랐다. 나 역시 이..
*얼음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달리 기분이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니였다.그렇다고 밤낮을 가린것도 아니였다.'얼음물 한 잔 주세요'항상 술 마시기 전에 내가 하는 말이였는데, 요 일주일동안은 얼음물도 필요없었다.안주가 무엇이 되었던 상관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엉클어지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그럴수가 없었던 건가. -Hee *단발머리 지난 6년동안 귀밑 1cm부터 시작해서 5cm를 거의 넘지않는 단발머리를 유지했었다.나도 모르게 어느새 항상 머리가 조금 길었다하는 느낌이 들면 주변에 미용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자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하며 나는 평생 머리를 못기를거라고 생각했다.그 귀 밑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단발머리의 이미지는 곧 내 자신이라고 생각..
옥수역 근처에 있는 tableflower에서 핸드타이드 일일 수업을 받았다.화병에 꽂는 꽃꽂이도 물론 좋지만, 들고 다닐 수 있는 꽃다발도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스파이럴 하는 법과 밴딩포인트 잡는 법을 어느정도 배웠고,시간이 나면 꽃시장에 가서 꽃을 골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정도까지 배웠다.이 날 내가 만졌던 꽃들은 백장미, 로즈 리시안셔스, 스프레이, 미스티블루, 하이페리콤, 설악초.미스티블루는 정말 빈티지해서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었고,하이페리콤은 이름만큼 상큼하고 완전 앙증맞았다.장미는 말할 것도 없었고, 리시안셔스와 스프레이도 정말 내맘에 쏙들었다.설악초는 나름 매력은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니였다. 꽃잎 다듬을때나 수업도중에 계속해서 '진짜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는 감탄을 남발했다..
*위선 한때는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지만 내가 어떤 이에게 알게모르게 피해를 끼치던,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던 간에, 그 생각은 정말 부질없다고 느꼈다. 그 때부터 나는 날 위해서 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날 위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어지기 싫은 사람이라도,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좋아했더라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고, 그냥 보기에 밍숭맹숭한 사람이라도,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내 옆에 자리잡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시기엔 언제나 외롭고, 모든것이 헛되보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런 시기를 지나보내고, 또 지나보내고나면 미련도, 원망도 아닌 그냥 순수한 웃음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욱더 나 ..
흥이 나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