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1. 모든 마음이 처음과 같게 유지되긴 어렵다. 하지만 처음보다 더 진하고 끈끈하게 유지될 순 있다. 2. 작년부터 우리 아빠의 카톡상태메세지는 '언제나 처음처럼'. 3. 회사에서 도무지 처음과 같이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나는 현재 이 회사에서 해보지 않은 팀의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제일 최악의 팀장을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언짢다. 처음에는 몰랐다. 어쩜 사람이 순수하게 바른 말만 하는지. 그 말을 의심할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센터장의 직함을 가진 그 사람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름만 센터장이였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팀원들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자신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으니. 그래,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센터장이 아직 나이가 많지..
*크리스마스 이브 1. 케익도 없고, 찬란한 조명도 없고, 어떠한 술도 없고, 왁자지껄함도 없었지만, 어느때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하고, 안정된 날이였던 2018년 크리스마스 이브. 2.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날이 되면 시간 가는게 괜히 아쉽고 아까워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더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3. 작년 크리스마스땐 붉은색 터틀넥 니트를 입었고, 올해 크리스마스땐 붉은색 꽈배기라운드 니트를 입었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나온 접시 4개 세트와 머그컵 4개 세트를 사서 올 겨울에 꺼내놓았다. 올해는 이케아에 가서 산타할아버지가 등불을 들고 있는 귀여운 장식품을 사왔고, 티비 옆에 두었다. 그리고 모던하우스에 가서 산타할아버지 티스푼과 눈사람 티스푼,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수저받침을 샀다. ..
*유혹 1.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내가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초등학교때는 남녀구분없이 같이 모여 놀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그 남자애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지금보다 훨씬 부끄러움이 많았고, 새침했다. 그래서 고백은 커녕, 그냥 같이 놀던 그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 마침 뉴스에서 며칠 뒤 몇 십년에 한 번이랬나, 유성우가 비오듯 쏟아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유성우를 그 남자애와 보고싶어서, 그 뒤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얘들아 유성우가 떨어진대! 라며 운을 띄웠다. 사실 난 그 남자애하고만 보고싶었는데, 내가 만약 그 남자애한테 같이 보자고 했다가, '그럼 애들이랑 다같이 보자', 또는 '난 졸리니 안볼래' 따위의 대답을 들을까봐 괜히 두려웠다. 그렇게 거절을 당하면..
*기준 나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기준은 엄마가 되어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았을 적엔 항상 냉장고에 치즈와 두유, 요플레를 채워놨던 것, 냄비들을 설거지하고 싱크대 맨 바닥에 엎어 놓는 것, 집 안에서 항상 덧신을 신고 다니는 것, 집 안이 꿉꿉하면 보일러를 켜는 것, 쇼파 앞에 얇은 이불을 항상 깔아놓는 것(전기장판까지), 항상 냉장고를 열면 생수대신 둥굴레차나 보리차가 물통에 가득했던 것, 설거지를 하고나서 바로 건조대가 아닌 큰 볼에 담아 물기가 빠지게 하는 것, 과일이 항상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 겨울이 되면 식탁 위에 대추청이 놓여져 있던 것, 빨래가 다 되면 커다란 통돌이세탁기에서 발 뒷꿈치를 들어 빨래를 꺼내는 것, 생일이 되면 미역국에 감자와 소고기가 들어있던 것(엄마 미역국..
*사연 1. S야,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추운 겨울이 돌아왔어. 너와 연락을 하지 않은 지 어언 2년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언제는, 누군가가 왜 너랑 연락을 하지 않냐고 묻더라. 난 너에 대한 미움 한 톨 없는데 말이야. 좋은 것만 보이면, 공유하고 알려주고 싶은 깨알같은 것이 생기면 너에게 연락을 하고, 너도 마찬가지로 내게 연락을 했는데. 우린 어느순간 남보다도 멀어져버린 것 같아. 핑계를 대자면, 너와의 가까운 사람과 나의 관계가 흩어져 버린 것도 있었고, (사실 너무 아쉽더라. 우리가 꿈꾸던 대로 그렇게 되었으면 하길 바라고 있었지만, 그런 관계는 절대 바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쉬운 건 없더라구. 너무 아쉬워서, 그리고 너도 너무 아쉬워 할 것을 알기에, 그 마음..
*첫눈 난생처음으로 부츠를 샀다. 사실 산 건 한 달도 더 전인 10월 말에 샀다. 자라에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부츠를 갑자기 신어보고 싶어서 신었는데 부츠,라고 하면 평소에 우려했던 통이 커서 공간이 남는 느낌이 없이 딱 맞았다. 그리고 스웨이드라서 흘러내리거나 하면 어쩌지, 했지만 그럴 염려는 없어 보였다. 왜냐면 너무 딱 맞았기 때문이다. 이 부츠는 꼭 사야만 할 것 같았다. (아, 이 말투는 뭔가 아까 읽은 쇼퍼홀릭 원서에도 나온 말인데.... Involuntarily, I clutch at it. I'll have it, I gasp. ) 결국 이 날 내 손에는 하루종일 커다란 자라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그런데, 부츠를 산다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였다. 부츠 계산..
*무드 1. 불편했다. 어떤 말도 하지 못했던 내가, 내 자신이 불편했다. 왜 괜히 의기소침해서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바보같은 내가 불편했다. 2. 불편했다. 몇 주 만에 만난 그날의 넌. 한 주 계속 끊임없이 야근을 했던 너는, 몇 번의 약속 끝에 겨우겨우 만난 너는, 뭔가 불편했다. 그날 너는 조금은 강압적인 분위기였으며, 뭔가 자신의 마음에 안들거나 다른 부분이 있다면 표정관리가 안되서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넌 강도높은 업무에 지쳤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너도 사람이니까. 피곤하면 사람이 예민해질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몰라도 낯설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네가 최소한 나에겐 그런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을 줄 알았어. 3. 불..
*뽁뽁이 1. 4년 전,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온라인 무역상에 대한 교육을 수료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 대표의 추천으로 갔던 교육이였고, 무역이라는 거창한 단어의 교육을 들으러 매주 학여울역으로 향했다. 온라인 무역상 교육이라 함은, 바로 이베이셀러교육이였고, 중국의 타오바오도 살짝 곁들여 배울 수 있는 교육이였다. 갔더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직업도 변리사부터 시작해서 학생까지 각양각색이였다. 물론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 어른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첫 날, 팀빌딩부터 시작했고, 여차저차하여 한 팀의 팀장이 되었다. 물론 그 팀의 내가 최연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나이가 많아서 온라인, 인터넷, 심지어 이메일 등등에 서투르다는 것도 내가..
*기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헛헛하기만 하고, 아무 의미도 없고, 의욕도 없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http://doranproject.tumblr.com/ 출처: http://puresmile11.tistory.com/1356 [LE PURE CAFE]
*답답함 왜 내가 원할 땐 가지말라고 하지 않는거야. 왜 나를 그리워하지도 않고, 왜 나를 붙잡지도 않는거야. 왜. 왜 나를 악몽속에만 밀어넣는거야. 왜.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http://doranproject.tumblr.com/